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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코리아” 남북 공동입장 순간, 4만 관중 큰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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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11번째 공동입장…남 임영희·북 주경철 공동기수

평화 메시지에 인니 언론 “하나된 남북 시선 사로잡아”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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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에 구불구불한 강이 만들어졌다. 2200명의 고교생으로 구성된 무용수들이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으로 길을 텄고, 선수들은 강물이 흐르듯 그 사이를 지났다. 입구에 커다란 한반도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GBK를 가득 메운 4만여 관중의 시선이 집중됐다. ‘코리아’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코멘트에 커다란 함성이 쏟아졌다. 앞서 입장한 중국과 일본의 입장 때는 들을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환호성이었다.

남북 선수단은 지난 18일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역대 11번째로 공동 입장했다. 남측 공동기수는 여자 농구 단일팀의 주장 임영희로 일찌감치 결정됐고, 북측은 개회식 2시간 전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주경철을 공동기수로 정했다. 임영희와 주경철이 함께 든 한반도기를 앞세워 남북 선수단이 지나가는 동안 함성은 더욱 커졌다. 인도네시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남북 단일팀이 던져준 평화의 메시지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는 이번 대회의 모토를 ‘아시아의 에너지’로 정했다. 여러 부족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의 통합과 평화의 힘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남북 평화의 메시지는 이번 대회의 전체적인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 인디아투데이는 “하나 된 남북 선수단이 개회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전했다. 남북 선수단이 함께 들어오자 귀빈석에 있던 이낙연 국무총리와 북한의 리룡남 부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맞잡아 번쩍 들었고 이 장면이 경기장 내 대형 화면에 잡혔다. 선수단의 행진이 이어지는 동안 여자 농구 단일팀의 로숙영의 얼굴이 대형 화면에 떴고,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로숙영은 부끄러워하면서도 환하게 웃었다.

개회식은 ‘인도네시아의 에너지’를 보여주겠다는 당초 목표대로 ‘크기’와 ‘힘’을 강조했다. 2억6000만명의 인구에, 인도네시아 열도의 길이가 지구 둘레의 8분의 1에 달하는 대국이라는 점을 자랑했다. 문민정부 출범 이후 달라진 인도네시아의 ‘정치적 에너지’도 개회식을 통해 담아냈다. 조직위는 개회식을 위해 길이 120m, 폭 30m, 높이 26m에 달하는 커다란 산을 만들었고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꽃과 나무 등을 담았다.

남북 선수단보다 더 큰 환호를 받은 나라는 인도네시아 자국을 제외하면 팔레스타인뿐이었다.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 팬들은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 선수단이 입장할 때 아낌없는 응원과 환호를 보냈다. 반면, 영토 문제로 민감한 동티모르의 입장 때는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자카르타 |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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