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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댓글조작 이후… 대질조사장서 만난 김경수·드루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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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특검 2차 출석… 드루킹과 대질서도 "킹크랩 시연 본 적 없다" 부인

드루킹은 "金 요청 기사들에 신경쓰라는 의미로 'S' 표시해 관리" 진술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인터넷 댓글 조작을 주도한 드루킹 일당이 김경수 경남지사에게서 '홍보 기사' 목록을 전달받아 이를 특별 관리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9일 알려졌다. 김 지사가 요청한 기사들에는 'S' 표시를 해서 더 집중적인 댓글 조작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검은 이를 김 지사의 '댓글 조작 지시'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이라고 보고 있다.

특검 등에 따르면, 김 지사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드루킹에게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댓글 조작'을 할 기사의 인터넷 주소(URL) 10건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다. 드루킹은 이 기사들의 주소를 그가 조직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모여 있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 올렸다. 올린 주소 옆에는 영어 알파벳 'S'를 붙였다. 드루킹은 '특별하다'는 의미의 영어 단어(special)와 김경수 지사의 이름에 모두 'S'가 들어가는 것에 착안해 이 글자를 붙였다고 한다.

드루킹은 특검 조사에서 "김 지사가 부탁한 기사의 경우 경공모 회원들에게 각별히 신경 쓰라는 의미에서 그런 표시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조작을 했던 경공모 회원들도 "S 자가 붙은 기사는 김 지사로부터 온 기사로 보고 더 적극적으로 댓글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공모 회원들은 또 드루킹이 'S 자 기사'에 달린 댓글 중 조작하기로 정한 글이 공감 클릭 수 상위 3등 안에 들지 못하면 "왜 제대로 하지 않았느냐"며 질책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이날 김 지사를 재소환해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홍보하고 싶은 기사를 주변 사람들에게 보내는 과정에서 드루킹에게도 전달이 된 것일 뿐"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을 조작하라고 기사 목록을 보낸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S'라는 글자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 조작을 지시한 하나의 증거로 받아들여질 경우, 김 지사는 구속을 피하기 쉽지 않다. 이미 드루킹이 댓글 조작 혐의로 구속돼 있기 때문이다. 특검과 김 지사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지점인 셈이다.

특검팀은 김 지사가 계속해서 혐의를 부인하자 이날 오후 드루킹을 조사실로 불러 두 사람을 대질했다. 김 지사와 드루킹은 김 지사의 변호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특검팀은 2016년 9월 28일 김 지사가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출판사를 처음 방문했던 장면에서부터 대질을 시작했다. 이후 2016년 11월 9일 댓글 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 시연(試演) 상황과 2017년 1월 만남까지 양측에 자세하게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드루킹은 "그때 킹크랩 시연을 보고 김 지사가 고개도 끄덕였다"고 했고, 김 지사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한다.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을 봤다고 하면 구속된 드루킹과 댓글 조작 공범으로 묶여 사법처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측의 핵심 쟁점이다. 김 지사는 대질 과정에서도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서울 강남의 특검 사무실 주변에는 김 지사의 지지자들과 그를 규탄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몰렸다. 첫 소환 때 분홍색 장미를 던졌던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의 바람개비를 흔들었다. 특검팀은 다음 주 초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2월 사이 드루킹을 네 차례 만났고 그 과정에서 '간담회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았다. 드루킹을 김 지사에게 소개한 인물도 송 비서관이다.




[박해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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