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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09] 한국과 일본 그리고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수도 없이 많이 마무리 무대에 서 봤다. 개인 통산 세이브는 400개에 육박한다. 이 정도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마무리 투수들 중에서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커리어다.
하지만 어제는 왠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올 시즌에는 분명 클로저가 아닌 셋업맨이 익숙해져 있는 게 사실이고, 어제도 예상되었던 등판이 아니었다. 데이비스의 부진을 대신해 오늘 나올 선수는 오타비노였다. 궁여지책이었지만,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한 선수단 모두의 의지가 강했다. 그런데 1점대 평균자책점의 오타비노가 무너졌다.
오승환은 "동점 상황에서 몸을 풀 때까지만 해도 여느 때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레나도가 홈런을 치고 리드를 잡으며 11회 등판이 확정되자 "반드시 막아내 승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조금은 긴장도 되었고, 더 경기에 집중하려 했다."
콜로라도는 그 경기 이전까지 큰 위기였다. 팀은 어느덧 4연패 중인 상황이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넘보던 팀 순위는 처지기 시작해 1위 애리조나와 게임 차가 3게임으로 벌어졌다. 게다가 와일드카드 순위도 4위로 밀려났다.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실망할 필요도 없지만, 흐름이 안 좋은 건 분명 사실이었다. 게다가 중요한 건 '안 좋은' 결과보다 '더 안 좋은' 내용이었다.
최근 4연패를 당하는 동안 3패는 8회 이후에 역전당했다. 밀워키와의 첫 번째 경기에서는 9회 에릭 테임즈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모두 불펜이 승리를 '날렸다'. 그리고 불펜의 중심에는 팀의 마무리 투수 웨이드 데이비스가 있었다.
불펜에서 날린 3패 중 2패는 데이비스의 몫이었다. 그는 올 시즌 31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 세이브 순위 1위이다. 하지만 평균자책점이 5점이 넘는다. 투수들에게 악명 높은 쿠어스필드가 홈구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5점대 방어율은 리그 마무리 중 가장 안 좋은 축에 속한다. 37번의 세이브 기회가 있었지만, 6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를 절반으로만 줄였어도 현재 콜로라도는 서부지구 1위에 올라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클로저가 흔들리면 팀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이 된다는 점이다. 호투한 선발투수도, 점수를 내며 팀의 리드를 이끄는 타자들도 심리적으로 불안해진다. 이들이 아무리 잘해도 마무리를 포함한 불펜이 흔들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야구를 투수놀음이라고 한다.
데이비스는 올 시즌 3년 5200만달러라는 초대형 계약을 통해 데려온 콜로라도의 야심작이다. 이런 고액 연봉 선수의 보직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구단이나 코칭스태프로서는 일종의 자기부정인 셈이다. 버드 블랙 감독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많이 고민하던 블랙 감독은 팀이 연패를 당하자 결단을 내렸다. 팀의 4패와 맞바꾼 커다란 결단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오타비노한테 맡겼다. 하지만 결단을 내린 첫 게임에서 일이 꼬였다. 평균자책점 1.33의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고의 '폼'을 보여주고 있는 불펜투수가 마무리투수로 나오자마자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것이다. 이쯤 되면 콜로라도에 더 깊은 수렁이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예상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다.
다행히도 역전을 당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콜로라도의 타격은 아직 살아있었다. 11회에 아레나도가 홈런을 쳤다. 하지만 1점이었고, 오타비노와 오버그는 모두 등판한 상태이다. 빠른 속도로 팀에 적응하고 있는 오승환이 유일한 대안이었다. 그리고 '파이널 보스'는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했고, 블랙은 한숨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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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승환은 "그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즌 중 트레이드는 처음이었지만, 빠르게 팀에 적응했고,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본인 표현으로 대단한 기록은 아니지만, 연속 경기 무실점 기록도 콜로라도에서 계속 이어갔다.
하지만 팀 성적이 좋지 않아 "의미가 없다"고 했다.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 깨달은 사실이지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야구가 주는 가장 큰 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 마음 가짐이 없다면 "단 한 타자에게 하나의 공을 던지는 것도 너무 벅차고 힘든 일이다"라고 했다. 그 상대가 메이저리거이고, 그 무대가 메이저리그라면 두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승환은 마지막에 자신이 좀 너무 많이 웃으며 '오버'했다고 말했다. "내야 땅볼 특히 1-2루 간 타구가 나왔을 때, 투수의 신속한 1루 커버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는 몸이 굳는 경우가 많다. 찰나의 타이밍을 놓칠 경우, 아웃이 세이프가 되고, 그 세이프는 점수가 될 수도 있고, 팀의 승패가 바뀔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많다. 연습을 수없이 해야만 비로소 몸에 익혀지는데, 오늘도 그 연습을 '집중해서' 했고, 그 덕에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 그래서 너무 짜릿했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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