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중계되는 선두권 선수들 모습은 아시아 국적을 갖고 있거나 대부분 부모가 아시아 태생인 아시아계 선수들이다.
5일(한국시간) 영국 잉글랜드 랭커셔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골프 링크스(파72·6585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인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 리더보드 상단은 온통 아시아와 아시아계 선수들로 빼곡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두고 3라운드 종료 때까지 태국의 폰아농 펫람이 중간 합계 13언더파 203타로 이틀 연속 선두를 질주했고 한국의 유소연(27·메디힐)과 박성현(23·KEB하나은행)이 각각 선두에 2타, 3타 뒤진 단독 3위와 공동 4위에 포진했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 돌입한 '톱10' 12명 중 한국·한국계·아시아 선수는 무려 10명이나 됐다. TV 중계를 보면 마치 '아시안게임'을 보는 듯한 모습이다.
국적도 다양하다. 한국과 대만이 2명으로 가장 많고 태국·일본·중국 선수가 1명씩 이름을 올렸다. 또 공동 4위 이민지(호주)와 공동 9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또 한국에서 태어난 '코리안 본' 선수들이다. 공동 7위에 오른 미국 국적의 미나 하리게는 부모가 모두 일본인이다.
단독 2위 조지아 홀(잉글랜드)과 공동 7위 브룩 헨더슨(캐나다)만이 힘겹게 우승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다.
메이저 대회인 레이디스 브리티시 오픈의 리더보드는 올 시즌 LPGA 투어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아시아·아시아계 선수들 돌풍이 한 대회만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국 동포 선수를 제외하더라도 아시아의 기세는 무섭다. 레이디스 브리티시 오픈 직전까지 열린 21개 대회에서 한국 국적 선수들은 7승을 하며 가장 많은 승수를 올렸고 이어 태국이 에리야 쭈타누깐(3승)을 필두로 무려 5승을 합작했다.
미국 국적 선수들은 단 4승에 그쳤고 이 중 미셸 위와 애니 박 등 동포 선수를 제외하면 초라한 2승뿐이다.
이어 일본(하타오카 나사), 뉴질랜드(리디아 고), 호주(이민지), 스웨덴(페르닐라 린드베리), 캐나다(브룩 헨더슨)가 각각 1승을 기록했다.
'국적'으로만 따져도 아시아 국적 선수들은 13승을 합작했고 부모가 모두 한국인인 '재외동포'까지 포함하면 승수는 무려 '17승'으로 올라간다.
더 무서운 점은 '아시아(계) 선수들의 기세'다. 마치 아시아 선수들에게는 특별한 '우승 DNA'가 있는 듯 보일 정도다. 시즌 초반만 해도 미국의 기세가 강했다. 브리트니 린시컴(미국)이 개막전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곧바로 고진영(23·하이트진로)이 신인 첫 우승을 기록하며 응수했다. 그러자 바로 미국의 제시카 코르다와 미셸 위가 트로피를 품으며 무서운 기세를 보였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이후 박인비와 지은희가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에는 린드베리와 헨더슨이 우승을 나눠 가졌다.
이후에는 LPGA 투어 챔피언의 얼굴은 모두 '아시아(계)'로 도배된다.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지난 4월 LA 오픈부터 '비아시아(계)' 선수들의 우승은 자취를 감췄다. 모리야 쭈타누깐에 이어 리디아 고(메디힐 챔피언십), 박성현(텍사스 클래식), 에리야 쭈타누깐(킹스밀 챔피언십·US 여자오픈·스코티시 오픈), 이민지(볼빅 챔피언십), 애니 박(숍라이트 클래식), 유소연(마이어 클래식), 하타오카 나사(아칸소 챔피언십), 박성현(위민스 PGA 챔피언십), 김세영(손베리 클래식), 티다파 수완나뿌라(마라톤 클래식) 등 아시아(계) 선수들이 13개 대회 연속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선수들은 '승률 50%'를 노리며 무서운 기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올 시즌은 7승을 올리며 33%를 기록 중이다. 쭈타누깐 자매를 필두로 한 태국의 무서운 상승세와 함께 2년차 하타오카 등이 맹활약했기 때문이다.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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