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작’에서 박석영 역으로 열연한 배우 황정민./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공작’에서 ‘흑금성’ 박석영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의 말이다.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활동하던 북파 공작원이 남북 고위층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첩보극이다. 1997년 국가안전기획부가 실제로 벌였던 북풍 공작 중 하나인 ‘흑금성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공작’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황정민을 만났다.
황정민은 ‘공작’만의 특징을 “싸움질과 주먹질을 안 한다. 피가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공작’은 캐릭터들 간 고도의 심리싸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덕분에 ‘구강액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윤종빈 감독도 “대사가 액션으로 느껴지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황정민은 “한 장면 한 장면이 산 넘어 산이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극 중 인물이 실제 말하는 것과 속에 있는 감정이 달라요. 그걸 상대 캐릭터에게 들키지 않도록 하는 동시에 관객들은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해야 하죠. 다중적인 에너지와 느낌들이 잘 표현될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황정민은 영화 속에서 튀지 않아도 극을 묵묵히 이끌어나간 캐릭터를 연기했을 때 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상상했던 느낌들이 연기로 안 나오는 거예요. 막상 다른 캐릭터들과 부딪히니 자꾸 말리는 거죠. 그 장면을 촬영한 후로 모든 사람들이 대화가 많아졌어요. 극 중 인물들은 내뱉는 말과 달리 책상 밑으로 칼을 날리고 있는 거잖아요. 서로 연기가 정확히 계산돼 있지 않으면 제대로 할 수 없더라고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는 눈을 돌리는 작은 움직임도 큰 의미가 될 수 있으니까요.”
‘흑금성’의 실제 인물인 박채서 씨는 2010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6년 형을 선고받고 2016년 5월 만기 출소했다. 황정민은 박 씨를 직접 만났을 때 “눈을 읽을 수 없었다. 벽이 있는 것처럼 턱 막힌 느낌이 들었다”며 박씨의 분위기에 압도당했던 느낌을 전했다. 그래서 박석영을 연기할 때 상대방에게 눈을 읽히지 않는 느낌을 표현하도록 특히 신경썼다.
박석영은 영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과 다 만난다. 그는 안기부 해외실장 최학성(조진웅 분)에게 북으로 침투하라는 명령을 받고 리명운 처장을 만나 남북합작 광고사업을 제안한다. 북의 국가안전보위부 정무택 과장(주지훈 분)에게는 끊임없이 의심 받지만 오히려 대범하게 정무택의 애국심을 이용한다. 김정일(기주봉 분)도 직접 만난다. 박석영이 캐릭터들의 연결고리인 것이다. 그래서 황정민은 “도드라져 보이지 않고 묵직하게 극을 끌고 나갈 수 있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티 내지 않고 에너지를 갖고 가는 연기는 힘들다. 하지만 묵직하게 해냈을 때 오는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대사를 뼈로 외울 만큼 ‘공작’을 열심히 했다는 황정민.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효리 씨가 이 영화의 일당백이었죠.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었으니까요. 현장에서 효리 씨와 감독님이 모니터링을 할 때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은 다 뒤에 있었어요. 같이 못 앉겠더라고요. 부끄럽기도 하고 연예인을 보는 것 같았어요. 하하. 감사하다는 한 마디만 했죠.”
최근 연기 톤이 반복된다는 비판이 있다는 말에 황정민은 “그런 말을 들으면 속상하지만 그건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래도 “다음에는 그런 얘기가 안 나오게 해야겠다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성을 깨려는 노력을 많이 해요. 솔직히 말하면 작업할 때 늘 해오던 패턴들이 있죠. 예전이었으면 두 번 고민할 걸 지금은 한 번만 하게 되고, 조금 쉽게 인물들을 생각하게 되기도 해요. 연극하는 선배들이 대사를 뼈로 외운다는 말씀을 하세요. 툭 치면 대사가 알아서 줄줄줄 나올 정도라는 의미죠. 이번 작품은 뼈로 외울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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