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명화와 주말의 영화를 보며 성우들 목소리 한마디 한마디에 귀 기울이던 시기가 있었다. 영화가 시작하기 전 사자가 으르렁대는 장면만 나와도 가슴이 설렜다. 부모님과 같이 영화를 보다 주인공의 작은 스킨십만 나와도 아버지의 헛기침과 함께 어머니의 ‘빨리 들어가서 자’라는 한마디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토요일에 하는 외화 역시 우리들에겐 기다려서 보는, 일단 학업을 열심히 한 후 엄마와의 거래를 통해 볼 수 있었던 아주 소중한 것이었다.
그때만 해도 영화와 외화를 본다는 건 그리 흔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어떤 시대인가. TV를 켜놓고 핸드폰을 보는 시대다.
영화 외화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와 문화든 보고 싶은 것만 아주 쉽게 선별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관심 없는 것들을 넘겨버릴 때 손가락으로 ‘쓰윽’ 해버리면 되니 이 얼마나 간편한가? 즐길 수 있는 영상이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엄청난 정보와 등에 업고 흔히 영화광이라 불리던 사람들은 광을 넘어 이미 전문가가 되어 있다. 그만큼 보는 눈의 수준이 올라가 있다는 것이다.
요즘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번역 오역 논란은 이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냥 받아들이던 시대를 지나 서로 논의하고 토론하고 내 생각은 어때 라며 뽐내는 덕후들로 넘쳐 난다. 특히 마블영화는 더욱더 그렇다. 지금 유튜브만 켜서 ‘어벤져스’만 검색해도 영화를 분석하는 영상들로 한가득이다
마블 덕후들이 뿔난 이유는 그들의 마블 영화에 대한 애정을 채우기에 부족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그들의 관심과 분석보다도 낮은 수준의 번역이 나온다면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동안 그렇게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어 왔던 번역은 더욱 애정을 기울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오역 논란의 시작은 사실 이번 영화가 출발이 아니다. 이전부터 마일리지처럼 쌓이다 한 번에 터진 것이다. 지금은 토요명화를 보며 성우의 더빙을 듣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때는 그렇게 했어’ ‘옛날에는 다 이렇게 했어’라는 말 만큼 부끄러운 말은 없다.
세상이 변하면 번역도 변해야 한다. 이미 영화를 보는 시선 자체가 달라져 있다.
황현희 개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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