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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연재] 매일경제 '쇼미 더 스포츠'

`오승환 트레이드`를 둘러싼 토론토·콜로라도의 손익계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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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MLB) 경기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투수 오승환이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9회초 등판해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토론토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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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108] 시즌 중에 팀을 옮기는 것은 그에게 무척 낯선 일이었다. 수화기 너머 들리는 목소리는 "지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아직 상황을 잘 모르겠다"였다. 사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오승환과 관련된 이런저런 얘기가 현지 언론에서 계속해서 흘러나왔고, 결국 트레이드는 성사됐다.

따지고 보면 한국·일본과 달리 프로야구가 비즈니스 그 자체인 메이저리그 관점에서 보면 이번 트레이드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오승환의 올 시즌 연봉은 175만달러다. 성적에 따른 옵션이 있지만 그의 커리어와 성적을 감안할 때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연이 있었다. 텍사스가 마지막 순간에 메디컬을 이유로 영입을 철회하고 몸값을 낮추는 바람에 모든 것이 꼬였다. 텍사스로 인해 자칫 2018년 메이저리그 경력 자체가 꼬일 수 있는 상황이었고, 반대급부로 토론토는 헐값에 그를 영입했다. 하지만 연봉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오승환은 여전히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토론토에서 48게임에 나와 4승 3패 평균자책점 2.68을 기록했다. 선발과 마무리를 통틀어 오승환보다 평균자책점이 낮은 선수는 현재까지 토론토에 한 명도 없다. 특히 7월 6일 이후 9게임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즉 평균자책점이 0이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 불펜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오승환의 트레이드가 여러 가지로 한국 팬들에게 서운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토론토의 현재 성적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로 승률 5할이 채 되지 않는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 건너 갔다. 냉정하게 볼 때 내년 시즌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오승환은 매력적인 트레이드 카드였다. 출중한 실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줬지만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니고 연봉도 낮았다. 이 때문에 오승환을 통해 다른 팀의 유망주를 데려오기에 안성맞춤의 카드였다. 토론토는 비즈니스를 택했고, 오승환을 내주는 대가로 유망주를 3명이나 데려올 수 있었다. 그 결과의 옳고 그름을 떠나 토론토로서는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반면 콜로라도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3위(7월 30일 현재)다. 순위는 3위이지만 1위 다저스와 2게임 차다. 와일드카드도 물론 유효하다. 포스트시즌 진출은 물론 더 높은 곳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콜로라도는 불펜이 심각한 문제다. 올 시즌 초 1억600만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마무리 웨이드 데이비스를 비롯해 브라이언 쇼, 제이크 맥기와 계약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매우 좋지 않다. 데이비스가 28세이브를 거두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4.50이고 블론세이브도 4개나 기록했다. 쇼와 맥기의 평균자책점은 각각 5점대와 6점대(7월 31일 현재)다.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팀이 선두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콜로라도 불펜은 애덤 오터비노와 스콧 오베르그가 각각 1.43과 2.9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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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라도 로키스가 오승환(36)을 25인 현역 로스터에 등록했다. 콜로라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201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홈경기를 앞두고 로스터를 정리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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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콜로라도에 오승환은 그야말로 단비와 같은 존재다. 잔여 기간 보장 연봉 5억원, 7월 평균자책점 0.93인 선수를 데려오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오승환이 지금과 같은 성적을 내준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잘 못한다고 해도 콜로라도는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 게다가 오승환의 야구 마인드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톱클래스에 속한다는 사실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팀 케미스트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콜로라도가 오승환 영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덤이다.

오승환을 매개로 트레이드를 진행한 양 팀의 손익계산서와 그 의미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분명하고 확실하다. 트레이드 결과와 상관없이 콜로라도와 토론토는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결과나 과정에서 가장 비합리적이고 이상한 선택을 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텍사스다). 그렇다면 오승환은 어떨까?

서두에 얘기했듯이 오승환 프로 인생에서 시즌 중 팀을 옮기는 것은 처음이다. 시대가 많이 변했지만 한국 정서에서 트레이드는 낯설고 섭섭한 일이다. 메이저리그 생활 3년째에 벌써 3번째 팀이다. 게다가 오승환은 다른 한국인 메이저리거들과 달리 한국과 일본 무대를 거쳐서 온 선수다. 정서적으로 더 적응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오승환은 역시 '오승환'스러웠다. "거주지를 옮기는 등 경기 외적으로 당황스러운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야구를 하고, 또 '잘'할 수 있음에 즐겁다"고 얘기했다. 게다가 콜로라도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잘하는 것이 다른 팀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동기 유발이 된다"고도 했다.

콜로라도는 웅장한 로키산맥과 함께 멋진 암반이 많기로 유명하다. 토론토나 텍사스보다는 '돌부처' 오승환과 더욱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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