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한국형 머니볼 신화’의 종착역은?
넥센 히어로즈 이장석 전 대표는 한국야구사에서 야누스적 존재로 각인될 것이다. 산업으로서 한국 프로스포츠의 자생 모델을 보여줬다면, 비윤리적 경영으로 오너리스크를 구단에 안겨 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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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2011년)은 메이저리그 야구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현 오클랜드 부사장)의 성공비법을 담고 있다. 영화는 마이클 루이스의 동명 논픽션 [머니볼]이 원작이다.
[머니볼]의 부제는 ‘불공정한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과학’이다. 실제 프로스포츠는 신자유주의가 노골적으로 투영되는 분야다. 자본력이 앞선 팀이 뛰어난 선수를 독식한다. 이러면 강팀과 약팀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정부에 해당하는 사무국 차원에서 전력평준화를 위한 규제 조치(사치세나 샐러리캡 도입)를 도입해도 한계가 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가난한 팀’인 오클랜드는 예외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팀 연봉총액으로 선수를 모아놓고도 부자구단을 번번이 이겼다. 세상은 처음에는 우연, 그 다음에는 예외인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은 필연이었다.
메이저리그는 프런트 수장인 단장(GM)이 전력을 짠다. 즉 선수 영입을 주도한다. 빌리 빈은 오클랜드 선수를 구성할 때,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독특한 틀(tool)을 활용했다. 다시 말해, 남들과 다른 ‘가치 기준’을 적용했다. 가령 타자의 타율, 타점, 도루, 수비 능력 등을 거의 무시했다. 그 대신, 출루율과 장타율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통계에 가중치를 뒀다.
빈이 이렇게 실행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잘 치고, 잘 받고, 잘 달리는 선수는 비쌀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선수를 잡기 위해 부자구단과 경쟁하려는 시도는 무모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순 없었다. 부자구단이 굳이 눈을 돌리지 않을 ‘저평가 가치주’ 발굴에 빈은 전력을 쏟았다. 비용 대비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는 선수를 빈은 통계를 통해 찾았다. 빌 제임스가 창시한 ‘세이버매트릭스(수학적 관점의 야구 분석)’에서 혜안을 얻었다. ‘선구안이 탁월해서 볼넷을 많이 얻을 수 있는 타자(출루율)’, ‘한번 배트에 정타로 맞히면 장타를 칠 확률이 높은 타자(장타율)’가 바로 그런 선수였다. 이런 지표는 돋보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했다. 빈은 나이가 많거나 다른 능력이 떨어지는 ‘흠집’이 있어도 이런 선수들만 수집했다. 투수도 화려한 강속구의 탈삼진왕이 아니라 땅볼유도 능력이 좋은 선수를 싼값에 데려왔다.
[머니볼]은 야구를 소재로 삼았을 뿐, 결국 혁신에 관한 서사다. 남들이 보지 못한 가치를 먼저 간파한 자들만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이길 기회를 잡는다. 탬파베이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이기도록 이끈 앤드류 프리드먼(현 LA 다저스 단장)은 월스트리트 투자가 출신이다. 보스턴의 ‘밤비노의 저주’와 시카고 컵스의 ‘염소의 저주’를 푼 테오엡스타인은 예일대 출신으로 29세 나이에 단장이 됐다. 아이비리그를 갓 졸업한 수재들, MBA 전공자들의 눈에 메이저리그 야구는 일종의 블루오션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야구인들이 파놓은 해자를 건너고, 관례라는 성벽을 넘어 ‘합리성’이라는 칼을 들고 야구단으로 입성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의 속도는 빛보다 빠르고 멀리 간다. 한국에서도 변화의 물결이 일었고, 그 서막은 히어로즈 야구단의 ‘이방인’들이 열었다.
야구계 문 두드린 의문의 투자전문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머니볼]은 저예산 구단의 가치투자 성공스토리를 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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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STX와의 협상이 잇따라 무산됐다. KT는 ‘KBO 가입비로 60억원까지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시절 프리에이전트(FA) S급 선수 한 명 몸값이 60억원을 호가했는데 정작 야구단 가치가 그 수준으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던 셈이다. 나머지 구단이 KT의 ‘헐값인수’를 허락할 리 없었다. KBO 이사회에서 KT의 현대 유니콘스 인수는 승인 거부됐다.
이런 시국에 ‘그’가 나타났다. 이장석(52) 센테니얼 인베스트 대표. 당시 42세였다. 이름조차 생소한 투자회사 대표가 현대 유니콘스를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세상은 ‘도대체 이장석이 누구냐’며 술렁였다.
용산고와 연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고, 비(非)미국계 1등 MBA인 프랑스 인시아드(INSEAD)에서 공부했다. 보잉사 컨설턴트(1989~1990년), 아시아비즈니스월드 CEO(1990~1995년), 메릴린치 M&A 부문 런던 어소시에이트(1995~1996년)를 거쳤다. 그러나 자금력은 미지수였다. 야구단을 사려는 동기조차 의심받았다. 부실기업을 맡은 ‘의문의 M&A 전문가’는 그렇게 불청객처럼 야구계로 발을 들였다.
투자회사는 투자가와 유망 기업을 연결해 주는 기능을 한다. 괜찮다고 판단하면 직접 투자회사가 베팅을 할 수도 있다. KT를 비롯한 대기업조차도 야구단 인수설이 나오면 시장은 주가 하락으로 곧장 반응했다. 99%가 “야구단은 돈 먹는 하마”라고 단정했지만 그는 달리 봤다. 여기야말로 인생을 걸만한 투자처라고 내다봤다. 당장 손에 쥔 것이 부족해도 망설이지 않고 돌진했다.
‘고난의 행군’을 건너서
2008년 히어로즈 야구단 창단식. 당시 투자회사 창업자였던 이장석의 현대 유니콘스 인수를 접한 야구계는 상당기간 의구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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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원이 히어로즈의 KBO리그 가입비로 합의됐다. 이 중 10%인 12억원만 먼저 납부하고 2008년 상·하반기에 걸쳐 각 24억원씩, 2009년 상·하반기에 걸쳐 각 30억원씩을 분할 납부하기로 KBO와 약속했다.
대기업 ‘물주’가 없는 상황에서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의 현실이 펼쳐졌다. 당장 먹고살 길이 빠듯했다. 운영비, 선수와 직원 연봉을 조달할 방편이 딱히 없었다. 유니폼 세탁비가 밀릴 지경이었다.
입장수입, 중계권수입으론 어림없었다. 히어로즈는 메인 스폰서에게 ‘네이밍’을 팔았다. 창단 첫해인 2008년 우리담배가 그 권리를 구입했고, 우리 히어로즈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우리담배는 1년 만에 메인스폰서 중단을 통보했다.
돈 나갈 곳은 많은데 벌어들이는 곳은 없으니 남아 있는 해답은 하나뿐이었다. 벼랑까지 몰린 채무자가 장기(臟器)를 팔 듯, 구단 자산인 선수를 팔아 연명하는 것이었다. 장원삼(삼성행), 이택근·송신영(이상 LG행), 이현승(두산행), 마일영(한화행), 황재균·고원준(이상 롯데행) 등이 이 시기 팔려 나갔다. 2018년 드러난 뒷돈 트레이드 내역(총액 131억5000만원)에서 알 수 있듯, 이 돈 덕분에 히어로즈는 망할 고비를 넘겼다. 서울 입성비가 포함된 총액 120억원에 달하는 KBO 가입비를 낼 수 있었다. [표1 참조]
‘고난의 행군’을 견디자 활로가 열렸다. 야구계는 히어로즈를 향한 텃세를 점점 거두기 시작했다. 유니콘스의 마지막 수장이었던 김시진 감독을 2009시즌 영입하자 이미지가 좋아졌다. 2010년 넥센타이어가 야구단 메인스폰서로 들어왔다. 이때부터 넥센 히어로즈(이하 넥센)로 불렸다.
생존의 위기를 벗어나면 조직은 확장을 꿈꾸는 법이다. 드디어 넥센은 성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야구단 본연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그들의 방식 역시 이제껏 한국적 풍토에서 목격된 적 없는 것이었다.
넥센의 인사이트 경영이 추동한 ‘언더독의 반란’
넥센 박병호(오른쪽)와 서건창은 2012년 MVP와 신인왕을 수상했다. 두 선수는 넥센이 찾아낸 저평가 가치주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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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프런트가 야구단 운영의 컨트롤타워가 되는 메이저리그식 구단운영을 지향했다. 내부에서는 이장석 당시 대표의 진두지휘 시작을 2012년 9월 김시진 감독 전격 경질부터로 바라본다. 성적이 필요했던 넥센은 주루코치 출신 염경엽(현 SK 단장)을 감독에 앉힌다. 당시만 해도 파격적인 발탁이었다. 염 감독 부임 이후 넥센은 2013~2016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다. 2014년은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밟았다. 이 시기 넥센이 성취한 ‘언더독의 반란’ 비결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표 2 참조]
넥센 히어로즈는 ‘한국형 머니볼’을 통해 2013년부터 4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다. 2014년 한국시리즈행 확정을 넥센 선수단이 자축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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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은 2015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입찰제)을 통해 박병호를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 보내 박병호의 가치가 정점이었을 때 ‘차익’을 실현했다. 이때 넥센이 받은 입찰금만 1285만 달러였다. 박병호는 2018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로 복귀했다. 박병호에 앞서 2014시즌 후에는 유격수 강정호를 같은 방식으로 판매했다. 500만2015달러의 입찰금을 받고 피츠버그로 보낸 것이다.
넥센은 2016시즌부터 홈구장을 고척스카이돔으로 옮겼다. 고척돔은 목동구장만큼 홈런이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강정호, 박병호, 유한준 등 핵심타자들도 팀을 떠났다. 넥센은 장타력에서 타구의 질로 방향을 바꿨다. 타구의 질을 측정하는 ‘BABIP(파울이 아닌 인플레이 된 타구의 안타확률)’라는 지수가 테마로 떠올랐다. 예전에 경시했던 도루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역발상으로 경쟁팀과 다른 가치를 추구한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자금력에서 밀리는 넥센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넥센은 2017시즌부터 장정석 매니저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포수의 볼배합을 담당하는 배터리코치로는 전력분석 전문가를 등용했다. ‘야구는 야구인의 것만이 아니라’는 이 팀의 철학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이 6월28일 넥센의 뒷돈 트레이드 발각에 관해 이장석 전 대표에게 무기실격 징계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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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예산의 숙명에 처한 넥센은 선수를 키워서 써야 생존 가능한 운명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넥센 프런트 수뇌부가 신인 드래프트만큼 사활을 걸 분야는 없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싼 비용에 계약하고, FA 때까지 활용할 수 있으며, 차익(해외리그로 보낼 시 포스팅금액, 국내 타 구단에 보낼 시 FA 보상금)까지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인지명은 흔히 ‘로또’에 비견됨에도 넥센의 그것은 성공확률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의 한현희부터 2013년 조상우, 2014년 임병욱, 2015년 최원태, 2016년 주효상, 2017년 이정후까지 전원이 1군 주전급으로 뛰었다. 2018년 안우진도 성장잠재력이 돋보인다.
넥센은 KBO리그 단일시즌 경기수 증가를 지속적으로 찬성한 팀이다. 현재 144경기까지 늘었다. 넥센이 선수층에 자신을 가졌기에 가능한 포석이었다.
넥센은 자체 FA를 잡을 수 없는 형편이었다. 선제적으로 그 포지션을 메울 대안을 마련해 놔야 했다. 그런 육성 시스템에서도 넥센은 달랐다. 기술보다 벌크업(체격)·피지컬(체력)에 집중하는 이 팀의 트레이닝 방식은 신인선수들이 가장 입단하고 싶은 팀의 이미지를 남겼다. 실제 서건창(2012년)·신재영(2016년)에 이어 이정후(2017년)까지 신인왕을 세 차례 배출했다.
2018년 2월2일 사기·횡령·배임 혐의가 인정돼 이장석 전 대표는 구속됐다. 경영권이 위협받는 이 전 대표는 야구단 매각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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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유니폼은 여타 대기업 팀에 비해 광고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허벅지에도 눈에 띈다. 선수를 움직이는 광고판으로 설정하고, 최대한 서브스폰서를 많이 끌어 모은 결과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히어로즈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넥센의 영업력은 정점을 찍었다. 626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렸다.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와는 3차례에 걸쳐 재계약을 했다. 연 100억원에 달하는 수입이 야구단으로 들어온다. 넥센 수뇌부의 숙원은 자립경영이었다. 여기서의 자립은 경영상의 흑자뿐 아니라 ‘스폰서로부터의 자립’을 뜻한다. 대기업 야구단이 모기업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히어로즈도 메인스폰서의 의향을 살피며 구단 주요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히어로즈가 일본계 사금융회사의 메인스폰서 영입을 한때 고민했던 것도 ‘일체의 간섭 없음’이라는 조건에 매료된 요인이 컸다. 히어로즈가 추구하는 구단명은 ‘서울 히어로즈’다. 이는 메인스폰서에 구단 네이밍을 팔지 않고도 살림을 꾸릴 수 있는 재무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제껏 한국에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히어로즈는 개척해 왔다.
오너리스크 발발, 넥센의 급전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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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야구계의 한 인사는 “오너리스크 발생으로 구단의 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 현장(감독)은 이를 통제할 역량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넥센이 처한 어려움은 ‘뜻이 아무리 고결해도, 그 수단이 윤리적이지 못했을 때, 조직이 처하는 좌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장석 대표, 남궁종환 부사장 등은 검찰 수사에서 야구단 재산을 주머니돈처럼 여긴 것으로 드러났다. 한 회계사는 “오너 회사에서 흔히 일어나는 불법이다.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한 결과다. 이 전 대표도 야구단이 어려웠을 때, 자신이 모든 재산을 넣었으니 살림살이가 펴지면 구단 돈을 빼서 써도 된다는 발상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비리가 밝혀진 것은 이 전 대표와 재미교포 사업가 홍성은 레이니어그룹 회장 사이의 경영권을 둘러싼 소송전이 불씨였다. 2008년 자금난에 허덕였던 히어로즈는 20억원이 절실했다. 홍 회장을 소개받았고, 20억 투자금의 대가로 야구단 주식 40%를 양도하기로 했다.
월간중앙이 입수한 ‘투자계약서’에 따르면 ‘갑’은 홍성은, ‘을’은 히어로즈를 100% 소유·운영하는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다. 두 장의 계약서는 거의 동일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서 10억씩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계약을 놓고 7년 이상 민형사상 끝 모를 소송전이 펼쳐졌다. 히어로즈 2·3대 주주인 박지환, 조태룡 측을 대리하는 LAB파트너스 안진호 변호사는 “회사가 주식을 안 주면 대주주가 책임진다는 조항을 당연히 넣는데 그것을 (홍 회장이) 안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해석했다. 대주주인 이장석 측의 법무법인 동안의 임상수 변호사는 “민사에서 이기면 집행이 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홍 회장이 강제집행(간접강제)을 신청했는데 기각됐다. 홍 회장이 이 전 대표의 개인주식에 대해 처분금지가처분도 걸었다. 그것도 기각됐다. 홍 회장이 중요한 재판은 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사와 별개로 형사재판에서 검찰은 2017년 11월 이 전 대표에게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8년형을 구형했다. 그리고 2018년 2월2일 1심 판결에서 4년 법정 구속형이 내려졌다. 이장석과 넥센을 향한 여론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KBO는 넥센의 뒷돈 트레이드가 발각된 2018년 6월28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 전 대표에게 무기실격 징계를 내렸다. KBO 장윤호 사무총장은 “전례 없는 사태라 할 수 있다. 넥센을 계속 예의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넥센은 이 전 대표의 측근인 박준상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구속된 대기업 회장처럼 ‘옥중경영’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그러나 KBO의 제재와 여론의 견제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 전 대표가 수감된 동안, 메인스폰서 넥센타이어의 스폰서비 납입 보류, 조상우·박동원 성폭행 혐의, 뒷돈 트레이드 문서 유출 등으로 구단 이미지는 손상됐다. 넥센히어로즈는 프로스포츠 산업화의 롤모델에서 존립을 걱정하는 위치로 떨어졌다.
‘리더십 공백, 넥센 히어로즈의 미래는?
이 전 대표의 부재 속에 넥센의 미래는 표류하고 있다. 당장 넥센이라는 이름을 계속 쓸 수 있을지조차 물음표다. 2018 시즌을 끝으로 넥센타이어와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만료된다. 재계약이 성사될지, 새로 팀에 투자할 회사가 나올지 어떤 예단도 할 수 없다.
넥센의 미래를 묻고 싶어서, 월간중앙은 옥중의 이 전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2심 재판을 앞두고 적절치 않다”고 사양했다. 다만 임상수 변호사를 통해 “더 이상 구단 경영에 관여할 생각이 없다. 회사(히어로즈)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겠다. 야구단을 매각할 생각은 없다”는 소회를 전했다. 실제 이 전 대표는 횡령·배임 액수를 이자까지 구단에 전액 변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와 홍 회장의 막판 극적 합의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도 제기된다. 임 변호사는 “합의를 위한 노력은 하고 있지만 홍 회장과 생각의 차이가 워낙 커서 만만치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설령 천신만고 끝에 경영권을 지키더라도 무기실격 신분인 이 전 대표의 야구계 복귀는 첩첩산중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넥센은 2018시즌 전반기를 5위로 마쳤다. 46승46패로 정확히 승률 5할을 기록했다. 아직도 팀 자체가 지닌 매력은 여전하다는 증거다. 그러나 2019년 넥센 히어로즈의 주인이 누구일지, 팀명은 무엇일지, 모호하다. 다시 ‘야구가 문제가 아닌’ 시절로 회귀한 셈이다. ‘영웅들’의 길은 어디로 뻗어 있을까.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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