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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인천, 김태우 기자] SK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29)는 KBO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 중 하나다. 실제 선발투수 평균구속만 놓고 보면 리그 1위다.
그런 산체스는 패스트볼을 앞세워 4월 한 달 동안 승승장구했다. “거액의 몸값을 한다”는 게 KBO 리그 전체의 분위기였다. 그러나 5월 이후로는 다소 주춤했다. 여전히 3점대 평균자책점이기는 했지만 볼넷과 피장타 비율이 높아지며 고전하는 경기도 있었다.
SK는 산체스의 릴리스포인트가 시즌 초반에 비해 조금 떨어져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산체스는 굳이 분류하자면 구위로 먹고 사는 투수다. 팔이 떨어지면 위력적인 각을 만들기 어렵고, 공이 밀려들어오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산체스는 초반에 비해 공을 제대로 찍어 누르지 못했다. 높은 공이 많아지고, 로케이션이 자주 흔들렸던 이유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19일 인천 NC전을 앞두고 “산체스와 같은 파워피처 유형은 팔 각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시즌을 거치며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유지하는 교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 효과였을까. 산체스는 패스트볼 구위가 상당 부분 회복되며 역투를 선보였다.
산체스는 19일 인천 NC전에서 7이닝 동안 96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산체스의 평균자책점은 종전 3.42에서 3.20으로 낮췄다.
물론 이날도 로케이션이나 변화구 구사가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교정이 100%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3㎞까지 나왔고, 예전과 달리 공이 뜨지는 않았다. 안타를 맞더라도 단타로 끊을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여기에 커터를 섞으며 땅볼을 유도했다.
로케이션이 완벽하지 않았던 1회 고비를 잘 넘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산체스는 1사 후 노진혁과 나성범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 NC 타자들이 산체스의 패스트볼을 끈질기게 파울로 걷어냈다. 다만 스크럭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한숨을 돌렸다. 권희동과는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결국 낮은 쪽 패스트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하고 최대 위기를 넘겼다.
1회 투구수가 30개에 육박하는 등 고전했지만 2회부터는 커맨드가 비교적 안정되며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2회와 3회는 삼자범퇴였고 4~6회는 주자 한 명씩을 내보냈지만 후속타를 꽁꽁 묶었다.
6회까지 84개의 공으로 효율적인 투구를 한 산체스는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이원재에게 안타를 맞기는 했으나 2루 도루 시도를 포수 이재원이 잡아준 끝에 7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이 정도 경기 내용에 승리투수의 훈장이 따라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산체스는 경기 후 "오늘은 어느 하나의 공에 의존하기 보다는 내가 가지고 있는 구질들을 골고루 섞어가면서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투구를 하고자 했다. 다행히 제구가 잘 받쳐줘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계속 공격적인 투구를 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팀이 불펜투수들을 아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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