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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라이프 온 마스', 장르물 명가 OCN 체면 세운 구원투수 [ST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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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추승현 기자] '라이프 온 마스'가 부진을 거듭하던 장르물 명가 OCN의 구원투수로 떠오르고 있다.

케이블TV OCN 주말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극본 이대일·연출 이정효)는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1988년, 기억을 찾으려는 2018년 형사 한태주(정경호)가 1988년 형사 강동철(박성웅)과 만나 벌이는 복고 수사극이다. 지난 2006년 영국에서 제작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사실 '라이프 온 마스'는 당초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이미 드라마 '터널' '시그널' 등 타임슬립과 복고 수사가 결합된 작품이 잦았던 탓에 식상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배우 라인업도 다소 약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첫 방송부터 빠른 전개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첫 방송 시청률이 2.1%(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한 이후 입소문을 타고 8회 방송에서는 4.7%까지 2배 이상 껑충 뛰었다.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라이프 온 마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 시대상을 완벽히 재현하는 탄탄한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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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가는 대본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촘촘한 스토리와 설정으로 그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현실감을 더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1980년대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배경을 표현하는 세심함이 돋보인다.

예컨대, 사고로 갑자기 1988년으로 떨어진 한태주는 80년대를 상징하는 여러 상황들을 마주하면서 자신이 현실과 다른 곳에 왔다는 것을 직감한다.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80년대 히트곡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나, 80년대를 대표하는 자동차 르망, 민방위 대피 훈련, 88 서울올림픽 홍보 현수막 등이 그 예다. 심지어 그가 보는 TV 속에는 당시 인기 수사물이었던 '수사반장'의 최불암이 젊은 모습으로 등장해 80년대 감성을 설명한다.

한태주가 인성시 서부경찰서 강력반에서 형사로 활약하며 마주하는 사건들 또한 80년대를 상징한다.

신용카드가 처음 생겼을 때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신용카드 범죄를 다룬 '크레디트 사건', 프로야구가 출범하던 시대에 즐비했던 암표상과 관련된 '암표상 살인 사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유명한 지강헌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에피소드는 현실감을 더했다.

◆ 디테일이 다른 연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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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무정도시' '굿와이프'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정효 PD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했다.

우선 그는 2018년과 1988년의 모습에 차별점을 두기 위해 화면의 색감부터 다르게 표현했다. 2018년은 차가운 파란빛이 도는 반면, 1988년은 따뜻한 노란빛이 돌아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 시청자들은 화면만 보고 확연한 시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또 다수의 타임슬립물이 과거와 현재가 확연히 구분되는 것과 다르게 '라이프 온 마스'는 현실에서 혼수상태에 있는 주인공이 실제인지 무의식인지 뚜렷하지 않은 곳에서 살아가는 설정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이 PD는 이런 설정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출 기법을 사용했다.

1988년 인성시에 떨어진 한태주는 간혹 어딘가에서 2018년에 존재하는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를 듣는다. 이때 그가 있던 공간의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조명을 이용해 차별점을 뒀다. 공간이 밝은 빛으로 가득 차면서 다른 시공간에 있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카메라의 구도도 적극 이용했다. 특히 한태주가 아버지의 죽는 순간을 마주하며 겪는 혼란을 표현하기 위해 초점은 피사체에 있지만, 배경은 움직이는 줌인 트랙아웃은 상황을 극대화시키는 효과적인 기법이라는 평을 받았다.

◆ 정경호·박성웅·고아성 등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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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력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정경호가 맡은 한태주 역은 배우로서 연기하기 까다로운 캐릭터다. 극 중 혼자 시공간을 뛰어넘어 현실인지 무의식의 세계인지 모르는 곳에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찾아가며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되는 등 다양한 감정선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경호는 이렇게 널뛰는 감정 기복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감정선을 고스란히 전달하고 있다. 특히 극 중 수시로 2018년에서 의사와 어머니가 자신을 부를 때마다 이명을 느끼는 것을 표현하는 그의 표정은 모든 감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박성웅의 연기 변신도 돋보인다. 그동안 그는 영화 '신세계', 드라마 '맨투맨' '리멤버' 등을 통해 대중에게 무겁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그러나 그는 일명 서부서 '미친 멧돼지'라고 불릴 정도로 거칠고, 때로는 인간미가 넘치는 강동철을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10kg까지 늘리는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 박성웅은 외모적인 변신뿐만 아니라 마치 진짜 80년대 형사를 보는 듯한 능청스러운 연기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는 코믹과 진중함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친근하고 구수한 이미지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고아성이 연기하는 극 중 홍일점 윤나영도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다. 그는 윤나영 캐릭터를 위해 뽀글거리는 앞머리를 하거나 어깨 뽕이 잔뜩 들어간 옷을 입는 등 80년대 여성들의 외양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80년대 뉴스나 영상자료들을 통해 그 시대의 말투부터 행동까지 탐구했다고. 실제로 극 중 윤나영은 가늘고 차분한 목소리와 독특한 억양으로 80년대 여성 경찰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렸다.

배우들의 호연은 캐릭터 간의 '케미'를 살리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학 수사가 기준인 한태주와 가학 수사를 일삼는 강동철은 정 반대 캐릭터로 사소한 것부터 티격태격한다. 그러나 극이 진행될수록 둘은 서로의 수사 방식을 인정하며 손발이 척척 맞는 호흡을 보이고, 우정을 키워나가며 브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극 중 병실에서 자고 있는 피해자 앞에서 음소거 난투극을 벌인 장면은 애드리브인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윤나영과 한태주는 서로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로서 '케미'를 뽐낸다. 윤나영은 자신의 이름보다 '윤양' '미스윤'으로 불리고, 커피 심부름이 주 업무일 만큼 남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우받지 못했던 80년대 여성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한태주는 이런 윤나영에게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주며 경찰로서 동등하게 대해준다. 고아성은 한태주를 통해 변화하는 윤나영의 모습을, 정경호는 극 중 항상 예민하고 날카로운 한태주가 윤나영 앞에서만큼은 부드러워지는 상반되는 모습 잘 표현하며 콤비라고 불릴 만큼 차진 연기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추승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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