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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만장일치 축구협회…그래서 비판 넘어 대안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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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15일 오후(현지 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 마련된 축구대표팀의 훈련장을 찾아 격려하고있다. 2018.06.15.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지난 2013년 1월 처음 당선됐다. 당시엔 경쟁이 굉장히 치열해 후보가 역대 최다인 4명이나 나섰다. 정 회장도 1차 투표에서 간신히 2위를 차지한 끝에 2차 투표에서 뒤집기로 이겼다. 모처럼 한국 축구의 미래를 놓고 경쟁과 토론이 펼쳐졌다. 정 회장도 구체적인 공약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축구 예산 3000억원 시대 및 축구산업화 가속화’ 공약이 대표적이다. 물론 다른 후보들도 저마다의 축구 발전 구상을 내놓고 표심 공략 및 여론몰이에 나섰다.

정 회장이 3년 6개월 뒤 생활체육과 통합 회장으로 재선될 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정 회장과 경쟁하겠다는 축구인도 없어 혼자 출마했는데 선거인단이 종전(24명)보다 4배 가량 늘어난 106명이나 됐음에도 투표자 98명의 반대표 하나 없이 만장일치로 당선해 화제가 됐다. 정 회장도 “나도 몇 분이 반대할까 궁금했는데 (만장일치가 되어)깜짝 놀랐다. 어깨가 무겁다”고 반응했다. 경쟁이 없다보니 출사표도 약했다. 디비전 시스템 구축, 인프라 확충, 국제 경쟁력 강화, 축구문화 발전, 축구협회 브랜드파워 강화 등 공약이라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추상적인 개념들이 공약으로 등장했다.

정 회장이 한국 축구의 수장을 맡은지 어느덧 5년 6개월이 흘렀다. 그사이 한국 축구는 확실히 ‘퇴보’했다. 월드컵에서 두 번이나 실패했고 각급 대표팀은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을 상실했다. 무엇보다 축구의 인기와 저변이 약해지고 있다. 물론 나아진 것도 있다. 정 회장이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위원에 당선되는 등 외교력이 회복됐다.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데 이어 2023년 아시안컵, 2030년 월드컵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등 국제대회 개최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 축구의 근본적인 문제는 겉모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속이 썩어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월드컵은 이르면 2022년 카타르 대회부터 48개국 시대를 맞는다. 본선에 갔다고 한숨 돌리는 시대는 끝났다. 16강에 진출하기가 더 어려운 시대가 올 것이다. 많은 국가들이 축구 발전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독일전 승리는 우연히 찾아온 기적에 불과하다.

지난 주말 내내 축구계는 정 회장의 기자단 간담회 내용으로 화제였다. 한국 축구가 점점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데 정 회장의 현실인식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그 자리에 참석해 이런저런 의견을 들었다. 지난해 ‘히딩크 논란’ 뒤 젊은 인사들 위주로 참모도 바뀌었고 스스로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총력전 의지도 밝혔는데 왜 정 회장이 보는 현실은 그대로인가 싶었다. 결국 그가 지금의 사태를 간절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기에는 축구인들의 책임이 크다는 생각이다. 정 회장을 지지하는 이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2년 전 선거처럼 ‘만장일치 찬성’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 선거인단 중엔 지금 정 회장과 집행부를 공격하는 이들도 여럿이다.

한국 축구 최대 업적이라는 2002 월드컵 개최 및 4강 신화도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 언제까지 과거에 머무를 수 없다.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비판과 여론전만 이뤄져선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 정 회장 및 축구협회 집행부가 위기 의식을 느낄 만한 행동 세력이 만들어지고 서로가 건강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전 기적으로 불거진 한국 축구에 대한 건전한 논쟁이 언제 사라질 지 모른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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