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8 (월)

[이상철의 오디세이] 당연히 멕시코 승? 신태용호 뻔한 ‘판’ 뒤집어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이상철 기자] 한국이 오는 24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를 이길 수 있을까. 선뜻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컸던 것은 신태용호만이 아니었다. 스웨덴에게 제대로 펀치 한 방 날리지 못하는 걸 지켜본 국민 또한 마찬가지다. 기대치는 확 떨어졌다. 믿음에 대한 배신은 태도를 더욱 부정적으로 바꿔놓는다. 비판 강도는 세졌다.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 전부터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강팀을 만나 전패를 할 것이라고 내다본 축구팬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한 골도 넣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한다.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유효슈팅이 0개였다. 역대 월드컵에서 무득점으로 대회를 마감한 것은 첫 참가한 1954년 스위스 대회가 유일하다.
매일경제

한국은 오는 24일 오전 0시(한국시간) 러시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F조 2차전 멕시코전을 갖는다. 대다수가 한국의 패배를 예상하는 가운데 신태용호는 그 판을 뒤집을까. 사진(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옥영화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러시아 현지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니즈니 노브고로드, 그리고 로스포트 나 도누에서 만난 멕시코 취재진 및 축구팬은 하나같이 멕시코의 승리를 자신했다

그들에게 “정말 멕시코가 한국을 이길 것 같은가”라고 되물으면, 약속이나 한 것 같이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우리가 왜 못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월드컵은 국가대항전이다. 보통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나 그들의 말투는 ‘확신’에 가득 차 있다.

멕시코의 승리를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제삼자도 같은 의견이다. 독일전에서 보여준 멕시코의 ‘놀라운’ 경기력에 호평하면서 한국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팅 업체의 배당률도 한국의 승리와 멕시코의 승리가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스웨덴전보다 더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한국-스웨덴전에서 승리 배당률 차이는 두 배 이상이었다.

멕시코 취재진 및 축구팬이 한국을 저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간판 공격수 손흥민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립서비스’ 일 수 있으나 그들은 치열한 접전 속 멕시코의 한 골 차 승리를 예상했다.

멕시코 ‘텔레비사’의 마르티네스 디아스 기자는 “멕시코 선수들의 컨디션은 현재 최상이다. 독일까지 꺾어 사기도 충만하다. 감기 증세도 다 회복해 문제없다. 멕시코가 1-0으로 이길 것으로 예상한다. 물론, 한국을 존중한다. 파워와 스피드를 갖춘 팀이다. 그러나 스웨덴전에서 보여준 한국의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라고 밝혔다.

‘겉으로’ 돌아가는 판이 뻔해 보인다. 다들 멕시코의 승리를 예상하며,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멕시코의 승리는 곧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을 뜻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멕시코는 지난 대회 우승국이자 이번 대회 우승후보인 독일을 격파했다. 수비는 견고했고 역습은 날카로웠다. 이번 대회 최고의 이변이었다.

판을 뒤집은 멕시코였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기 전 그 누가 독일이 멕시코에게 질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멕시코 취재진 및 축구팬조차 독일에 이어 F조 2위로 16강에 오르기를 희망했었다.

멕시코는 모스크바에서 판을 뒤집었다. 멕시코만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판을 뒤집을 수 있다. 그 준비만 제대로 완벽하게 해냈다면.

한국은 스웨덴전을 마친 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사흘간 상처를 치유하면서 멕시코전을 대비했다.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의기투합했다. 부딪히지도 않고서 속단해서는 안 된다.

귀를 기울이면, 한국의 선전을 바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러시아까지 날아가 태극전사에 힘을 실어주는 축구팬도 적지 않다. 한국의 필패를 보러 먼 여정을 떠난 것은 아니다. 작은 희망도 큰 믿음이다.

신태용호가 로스포트 나 도누에 도착하기 하루 전날,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루과이에 패하며 조별리그 탈락했다. 졌지만 러시아와 개막전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사였다. 한국도 그렇게 싸울 수 있을까.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가 끝내 이루지 못한 반전을 이룰 수 있을까.

최악의 경우, 로스포트 아레나가 아시아의 무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를 진짜 바라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팬 하산 씨는 그 마음을 읽은 듯 태극전사를 응원했다.

하산 씨는 “난 한국이 멕시코를 이길 수 있다고 본다. 멕시코는 빨랐고 독일은 느렸다. 한국은 좋은 기량을 가진 선수를 보유했으며 멕시코만큼 빠른 팀이다. 속도감 있게 부딪힌다면 한국에게 승산이 있다. 비록 우리(사우디아라비아)는 이곳에서 탈락의 아픔을 겪었으나 한국에게는 꼭 약속의 땅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rok1954@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