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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방심위 與측 위원 3명, TV조선 녹취록 들어보지도 않고 제재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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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풍계리 취재비 요구' 보도 관련 TV조선 "녹취록 듣고 판단해보라", 與측 위원 "들을 필요없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21일 방송소위원회를 열고 TV조선이 지난 5월 19일 보도한 '북(北), 미(美) 언론에 핵실험장 취재비용 1인당 1만 달러 요구' 기사에 대해 법정(法定) 제재를 건의하기로 의결했다.

이날 방송 소위에서 여권 추천 위원 3명은 '경고'(허미숙·윤정주), '주의'(심영섭) 의견을 냈고, 야권 추천 전광삼·박상수 위원은 '문제없음'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7월 초 열리는 전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법정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전 위원은 소위원회 결의 직후 "이번 결정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면서 퇴장했다.

방통심의위는 이날 TV조선 보도가 오보인지 여부를 입증하지 못한 채 제재 결정부터 내렸다. TV조선은 지난 5월 방송에서 취재원 보호를 위해 보도하지 못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을 준비해 비(非)공개 의견 진술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TV조선은 복수(複數)의 미국 기자를 취재한 사실, 북한이 TV조선 보도 이후 일부 외신에 정보 유출을 항의하고 방침을 바꾼 정황 등을 통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는 점을 설명했다. 또 5월 22일 풍계리로 떠나면서 일부 언론에 "추가 비용 요구를 받지 않았다"고 말해 오보 주장의 근거가 된 CNN 기자가 북 취재 후 TV조선 기자와 만나서는 "비용 문제는 담당하지 않아서 모른다"고 말한 내용도 제시했으나, 결국 제재 결정이 내려졌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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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TV조선 측은 취재원 및 취재원과 접촉한 북측 관계자 노출을 우려해 최대한 말을 아껴야 했다. 윤정주 위원이 "TV조선 취재원이 믿을 만한 사람인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TV조선은 "녹취록을 보면 믿을 만한 사람이란 점을 알 수 있다"며 재차 녹취록 열람을 제안했지만, 윤 위원은 "녹취록 주인공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들을 필요 없다"고 했다. 전광삼 위원이 "(취재원) 밝히길 원하느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하자, 윤 위원은 "그러면 (기사를) 쓰지 말아야죠"라고 했다. 박상수 위원은 "'국민의 알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것이고, 여기엔 취재원 보호도 포함된다"며 "기자들에게 '관계자' '소식통' 못 쓰게 하면 취재나 보도 못 한다"고 했다.

TV조선은 중앙일보가 5월 21일 5면 톱기사로 '북, 풍계리에 전망대…"기자들 1만 달러씩 내라"' 기사를 게재한 것도 반박 사례로 제시했다. TV조선은 "확인 결과 TV조선과 다른 취재원들로부터 같은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통심의위 사무처가 회의용으로 만든 자료에는 이 기사가 제외돼, 전광삼 위원이 "TV조선을 오보로 규정한 기사만 모아 제시한 이유가 뭐냐. 청와대 대변인이 오보라고 하면 오보냐"고 물었다. 심영섭 위원은 "TV조선 보도가 북한이 비공식 취재비를 받아온 관행을 지적하면서 대안도 함께 제시했다면 논란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TV조선이 후속 보도를 한다면 의견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제한된 범위 안에서 비공식적으로라도 의견 진술을 위해 준비한 문건을 확인하고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위원들의 임무인데 이런 절차를 거부한 것은 직무유기"라며 "심증만으로 방송사의 재승인이 좌우될 수 있는 결정을 내린다면 앞으로 방송사의 취재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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