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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임신 세리머니' 수아레스…악동 길들인 '사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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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추리클럽 자축골, 셋째 임신 겹경사 핵이빨 오명...옆엔 평강공주 발비 노숙자 아들 품어준 금발의 소녀 첫사랑 찾아 지구 반바퀴 돈 순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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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 공격수 수아레스가 21일 러시아월드컵 사우디전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뒤 유니폼 안에 축구공을 넣고 입을 맞췄다. 경기 후 수아레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셋째를 가졌다고 알렸다. [수아레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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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 전반 23분 우루과이 공격수 루이스 수아레스(31·바르셀로나)가 골을 터트린 뒤 손가락 하나, 둘, 세개에 잇따라 입맞춤을 했다. 그리곤 유니폼 안에 축구공을 넣고 재차 뽀뽀하는 ‘임신 세리머니’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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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을 터트린 뒤 손가락 3개에 잇따라 입을 맞춘 수아레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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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경기가 끝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1-0 승리를 이끈 수아레스는 경기 후 SNS을 통해 아내가 임신한 셋째아이를 향한 세리머니라고 밝혔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자축포를 터트린 수아레스는 “우루과이 대표팀 선수로 100경기를 뛰게돼 기쁘다. 또다시 16강 진출을 달성해 기쁘고, 그리고 우리가 셋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공유할 수 있어서 더 기쁘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응원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하다. 특히 내가 사랑하는 아내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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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브라질월드컵 당시 한 축구팬이 키엘리니를 깨문 수아레스를 드라큘라로 묘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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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는 그동안 경기 중 세차례나 상대선수를 물어뜯어 ‘핵이빨’이라 불렸다. 하지만 알고보면 한 여자에게 사랑을 바친 로맨티시스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리버풀의 브랜던 로저스 전 감독은 2014년 "수아레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바다를 건넜다. 믿을 수 없는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말했다. 수아레스는 2014년 12월 펴낸 자서전 『크로싱 더 라인-마이 스토리』를 통해 “아내 소피아 발비(29)가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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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는 열다섯살에 발비에 첫눈에 반해 교제를 시작했다. 발비도 노숙자 아들 수아레스를 품어줬다. [수아레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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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우루과이 나시오날 유소년팀에서 뛰던 14세 소년 수아레스는 두 살 연하의 소녀 발비를 보고 첫 눈에 반했다.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부터 소피아의 집이 위치한 외곽도시 솔리마르까지는 버스로 왕복 50㎞ 거리. 버스터미널에서 청소부로 일하던 어머니와 노숙자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수아레스는 소녀를 만나러 가고 싶어도 버스를 탈 돈이 없었다.

소년 수아레스는 감독에게 “골을 넣으면 발비를 보러 갈 왕복 버스비 40페소(1500원)를 달라”고 부탁했다. 버스비가 모자랄 땐 히치하이킹도 불사했고, 다 쓴 전화카드를 주워 팔기도 했다.

소피아를 만나기 전까지 디스코텍을 드나들던 철부지였던 수아레스는 14세 때 부진해 축구팀에서 방출 당할 위기를 맞는다. 공부에 흥미가 없어 중학교 1학년 과정도 두 번 다녔다. 당시 발비는 숙제를 도와주며 “넌 바보가 아니야. 할 수 있어”란 말을 해줬다. 수아레스는 “누군가로부터 격려의 말을 들을 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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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비는 2003년 스페인 이민을 떠났다. 수아레스는 첫사랑 찾아 지구 반바퀴 돌았다. 이를 악물고 유럽 진출해 6년 뒤 결혼했다. [수아레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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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발비가 2003년 가족과 함께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이민을 떠났다. 수아레스는 “발비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 그녀가 이민을 간다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수아레스는 첫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2003년 말 수아레스는 형이 준 여행경비 60달러(7만원)를 들고 무작정 바르셀로나 행 비행기에 올랐다. 첫사랑을 찾아 지구 반바퀴를 돌았다.

어렵사리 발비와 재회한 수아레스는 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 누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곤 이렇게 다짐했다. ‘축구선수로 꼭 성공해서 유럽 무대에서 뛰겠다. 그리고 발비를 되찾고야 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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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와 그의 아들 벤하민, 딸 델피나, 아내 발비.수아레스 SNS에는 가족사진이 가득하다. [사진 수아레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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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과이로 돌아온 수아레스는 피나는 노력 끝에 2006년 네덜란드 흐로닝언과 계약했다. 수아레스는 그의 다짐대로 바르셀로나로 달려가 당시 17세이던 발비에게 청혼을 했다. 결국 수아레스는 2009년 발비와 결혼에 골인해 딸 델피나(8)와 아들 벤하민(5)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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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발비아는 남편 수아레스를 순한양으로 길들였다. [수아레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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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레스는 네덜란드 아약스 시절이던 2010년 11월 에인트호번의 바칼의 목덜미를 물었다. 2013년 4월 리버풀 시절엔 첼시의 이바노비치의 팔을 깨물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이탈리아의 키엘리니를 물어뜯었다. 수아레스는 “경기에 열중하다보면 심장 박동이 빨라져 뇌가 몸을 따라갈 수 없을 때가 있다. 나 때문에 우리가 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시야를 좁게 만들었다”고 후회했다.

아내 발비는 “모든 걸 혼자 감당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남편을 위로했다. 한편으로는 심리치료를 권했다. 발비는 또 “축구장에서 좋지 않은 태도를 보이면 더이상 경기를 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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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수아레스, 메시 아내 로쿠소, 수아레스 아내 발비, 메시. 메시도 수아레스처럼 소꿉친구이자 첫사랑 로쿠소와 결혼했다. [수아레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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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도움 덕분에 수아레스는 악동에서 순한 양으로 변신했다. 수아레스는 러시아 월드컵 이집트와 1차전에서 경기 막판 과하게 나뒹구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 하지만 예전처럼 경악할만한 행동을 저지르진 않는다.

수아레스는 2014년 약 100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성공시대를 열었다. 11년 전 소피아와 함께 걸었던 캄프 누를 홈구장으로 쓰는 바로 그 팀이다.

수아레스의 다리에는 아내와 두 아이 이름이, 등에는 결혼식날 울려퍼졌던 노래 가사가 새겨져있다. 문신 내용은 이렇다. ‘인생은 짧아. 우리는 운명이야. 나는 너의 사람.’

로스토프나노누(러시아)=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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