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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안병수 기자의 피로프! 피로프!] 천당·지옥 오고간 선수들 … 응원 목소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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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쇼’ 조현우, PK 내준 김민우/ 경기력·활약도에 따라 희비 갈려/ 모든 선수들 한마음으로 승리 염원/ 힘겨운 여정 사기 꺾는 비난 자제를

월드컵에서 치열한 사투 끝에 희비가 갈리는 건 팀만이 아닙니다. 선수들 역시 그날의 경기력에 따라 지옥과 천당을 오가곤 하죠. 18일(현지시간)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 스웨덴전을 마치고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모습을 드러낸 한국 선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0-1로 패해 분위기는 침울했지만, 활약도에 따라 선수별 표정이 확연히 달라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가 수비수 김민우(28·상무)와 골키퍼 조현우(27·대구)입니다.

세계일보

조현우, 김민우.


통한의 페널티킥을 내준 자책감은 ‘좌절은 없다’는 군인 정신마저 앗아갔습니다. 후반전 햄스트링 파열 부상을 당한 박주호(31·울산)를 대신해 긴급 투입된 김민우는 까까머리에 늘 반짝이는 눈빛이 트레이드마크죠. 그러나 자신의 파울로 상대 결승골의 빌미를 제공해 고개조차 들지 못했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겨우 입을 뗀 김민우는 “상대의 슈팅을 막으려고 내 딴에는 최대한 노력했다. 언제든 출전 준비가 돼 있었는데, 판단 미스로 안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반면 눈부신 선방 쇼를 펼친 조현우는 차분한 모습입니다. 그는 15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퍼부은 스웨덴을 상대로 골문을 단단히 틀어막았죠. 영국 BBC가 조현우를 최우수 선수로 선정하며 치켜세울 만큼 주가도 끌어올렸습니다. 현지 외신들도 몰려 질문 세례를 퍼붓더군요. 조현우는 “긴장도 됐지만 경기를 즐겼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나왔다”며 담담하게 털어놓습니다.

이런 온도차는 있지만 선수들의 바람은 한결같습니다. 국가대표로서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야겠다는 마음뿐입니다. 김민우는 “남은 경기는 더욱 집중하겠다. 좀 더 세밀한 패스와 움직임을 보여주겠다”고 후일을 기약했습니다. 외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조현우의 각오가 압권입니다. 그는 “이 사람들(외국 기자)한테 말고, 한국 국민에게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하더군요.

첫 경기 패배의 후폭풍으로 특정 선수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한마음으로 승리를 염원하는 상황에서 선수 간의 지나친 비교는 한풀 꺾인 사기를 더욱 저하시킬 겁니다. 태극전사들의 힘겨운 여정에 국민의 성원이 더해져 큰 시련을 겪는 신태용호가 다시 일어설 수 있길 기대합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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