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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월드컵 승점 3점’을 주고 건진 보석, 대헤아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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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해 11월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며 포즈를 위한 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 [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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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였다.”

얀네 안데르손 스웨덴 감독의 선택은 조현우(대구)였다.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열린 한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1차전 직후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선수를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데르손 감독은 주저 없이 조현우를 언급했다. 현장에 모인 각국 기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간판스타’ 손흥민(토트넘)이 호명되지 않았음에도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였다.

별명 그대로였다. 대헤아. 뛰어난 반사 신경과 판단력, 체격조건까지도 스페인 수문장 다비드 데 헤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빼닮았다는 의미로 소속팀 대구 팬들이 ‘대구’와 ‘데 헤아’를 붙여 만들어줬다. 최근엔 ‘대한민국+데 헤아’의 합성어로 더 자주 쓰인다.

조현우는 스웨덴전에 선발 출장해 90분 내내 한국 골대를 지켰다. 후반 20분 페널티킥 상황에서 상대 주장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크라스노다르)에게 골을 내주긴 했지만, 그 한 순간을 제외하면 월드컵 데뷔전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이었다. 전반 21분 상대 공격수 마르쿠스 베리(알 아인)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아냈다. 전반 42분 그란크비스트의 오른발 슈팅, 후반 11분 올라 토이보넨(툴루즈)이 헤딩 슈팅도 반사적으로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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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예선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가 18일 니즈니 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조현우가 러시아 슛을 막고 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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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조현우는 대표팀 골키퍼 중 세번째 옵션으로 출발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등번호를 정할 때도 대표팀에 먼저 데뷔한 김승규(빗셀 고베)와 김진현(강원)에게 각각 1번과 21번을 넘겨주고 23번을 달았다. ‘23명 엔트리의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낮췄다.

다만 기회가 주어질 땐 무섭게 집중했다. 지난 2016년 11월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비로소 A매치 데뷔전을 치를 정도로 팀 내 비중이 낮았지만, 침착하고 안정적인 방어로 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동아시안컵 북한전, 일본전을 거쳐 2월 유럽 전지훈련 몰도바전, 그리고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중 온두라스전과 세네갈전을 차례대로 소화했다. 이어 러시아 입성 후 마지막 경쟁에서 승리해 스웨덴과 본선 첫 경기 수문장 역할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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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대구에서 열린 온두라스전(0-0무) 종료 직후 조현우(노랑 유니폼)가 동료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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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현우를 깜짝 발탁한 배경에 대해 “높이를 앞세우는 상대 공격에 대한 경쟁력과 민첩성을 두루 고려해 선발한 것”이라 말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조현우의 활약에 대해 “이번 대회 최고의 선방쇼였다. 한 골을 넣은 것과 다름 없었다. 몸매는 다르지만 ‘제2의 이운재’가 나왔다”고 칭찬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수비수 대신 골키퍼 포지션으로 전향한 이후 조현우는 늘 ‘거미손’ 그 이상을 꿈꿨다. 독일 대표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바이에른 뮌헨)처럼 정확한 패스로 공격에 기여하고 싶어 오른발잡이면서도 왼발 킥을 집중 연마했다. 지금은 양발잡이지만, 왼발로 킥을 할 때가 오히려 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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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골키퍼 조현우.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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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의 투지는 따뜻한 가족사랑에서 나온다. “경기장에 들어서면 항상 아내(이희영ㆍ30)와 딸(하린ㆍ2)이 어디있는지부터 찾는다. 두 사람만 생각하면 없던 힘도 생긴다”는 게 선수 자신의 설명이다.

지난해 11월 대구스타디움에서 중앙일보와 마주한 그는 때마침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 탓에 인터뷰 장소가 흔들리자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섰다. 공포심 때문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내와 아이가 걱정되니 잠깐만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어딘가로 사라진 그는 30분 뒤 가족과 함께 돌아왔다. “아내와 아이가 여진(餘震) 때문에 힘들어 해 내진 설계가 잘 된 경기장으로 데려왔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후 밝은 미소와 함께 인터뷰를 재개했다.

조현우는 스웨덴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경기 직전에 선발 출전 사실을 알았지만 긴장하지 않았다”면서 “언제 나가더라도 잘 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점과 함께 패배했지만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길 바란다”면서 “멕시코는 빠른 역습이 뛰어난 팀이지만, 결과는 끝까지 해봐야 안다. 안 될 것도 없지 않은가“라며 투지를 불태웠다. 니즈니노브고로드=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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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서울광장에서 열린 대표팀 출정식에서 단복을 입고 우상 이운재 수원 삼성 코치와 함께 런웨이에 오른 조현우. 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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