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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월드컵] '도핑 양성' 게레로의 인생역정…미라 덕분에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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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핑검사에서 흥분제 성분 검출…500년전 사망한 미라 사례로 '결백 주장'

연합뉴스

페루 축구대표팀의 파올로 게레로.[로이터=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무려 38년 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른 페루 축구 대표팀의 '주장' 파올로 게레로(34·플라멩고)의 힘겨운 월드컵 출전기가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도핑검사에서 코카인 성분 양성 반응 때문에 월드컵 출전이 불가능할 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구제를 받고 러시아 땅을 밟아서다.

한국시간으로 17일 페루와 덴마크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이 펼쳐진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 0-1로 지고 있던 후반 16분 페루 벤치에서 게레로가 마침내 그라운드를 밝았다.

게레로는 그라운드를 밟은 이후 33분 11초를 뛰면서 세 차례 슈팅을 시도하고 2.932㎞를 뛰면서 동점골을 노렸지만 끝내 수포가 됐다.

비록 득점에 실패했지만 게레로는 월드컵 무대를 밟은 것 자체가 사실상 기적에 가까웠다.

게레로는 페루 축구의 영웅이다.

A매치 89경기에서 35골을 터트린 게레로는 러시아 월드컵 남미예선에서 5골(17경기)을 터트리며 페루의 대륙간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게레로는 2017년 10월 도핑검사에서 코카인의 대사물질인 벤조일엑고닌 양성 반응이 나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게레로는 대표팀 소집 당시 감기 때문에 의무팀에서 아니스차와 홍차를 받아 마셨는데 코카잎이 들어있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도 게레로의 소변에서 검출된 벤조일엑고닌 성분은 코카인 복용 때문이 아니라 페루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즐기는 코카잎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페루 사람들은 이미 8천년 전부터 고산병 치료 효과가 있는 코카잎을 차로 마시거나 직접 씹는 게 전통이었다.

게레로는 FIFA 청문회에 미국의 고고학자인 찰스 스태니쉬 박사를 증인으로 참석시켰다.

잉카 문화 전문가인 스태니쉬 박사는 페루에서 고산지대에서 발견된 500년 전 사망한 어린이 미라의 머리카락에서 벤조일엑고닌 성분이 검출됐다고 증언했다.

코카인이 1859년 처음 개발된 만큼 코카잎 만으로도 체내에 벤조일엑고닌이 축적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스포츠중재재판소(CAS)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징계 기간은 14개월로 늘어났다.

결국 게레로는 스위스연방법원에 항소해 월드컵 출전의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2주 앞둔 지난 1일 스위스연방법원은 미라의 사례를 바탕으로 게레로의 자격정지 징계를 일시적으로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게레로는 우여곡절 끝에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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