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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아이슬란드와 이란이 보여준 약팀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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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력과 집중력 앞세워 실리 축구

객관적 전력 앞서는 팀에게 승점 따내
한국일보

아이슬란드 동점골의 주인공 알프레드 핀보가손이 16일(한국시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D조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 있던 아기를 안아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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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들이 가진 재능을 알기에 많은 공간을 줄 수 없었다.”

본업이 치과의사인 헤이미르 하들그림손 아이슬란드 대표팀 감독은 16일(한국시간)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아르헨티나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을 따낸 뒤 이같이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인구 34만명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는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와 1-1로 비겼다. 아이슬란드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한 두줄 수비를 펼쳤다. 메시와 세르히오 아구에로(맨체스터시티), 곤살로 이과인(유벤투스) 등 유럽 3대 리그(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득점왕 출신이 포진한 아르헨티나의 공격진은 겨우 1골만 얻어낼 수 있었다.

추운 날씨 탓에 밖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연중 4개월에 불과하고 자국 프로축구 리그조차 없는 아이슬란드의 선수들은 한발 더 뛰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에이스 길비 시귀르드손(에버턴)은 11.0㎞를 뛰며 두 팀 통틀어 가장 많은 활동량을 보였다. 영화감독 출신 수문장 하네스 할도르손(라네르스)은 메시의 페널티킥을 비롯해 10개의 유효슈팅을 막아내는 집중력을 보였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공 점유율 73-27, 슈팅 슈 26-9로 경기를 지배하고도 승점 1점을 따내는데 그쳤다.
한국일보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이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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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포르투갈과 우승후보 스페인, 아프리카지역 최종예선을 무패로 통과한 모로코 등 강팀들과 한 조에 속한 이란도 실리 축구와 집중력을 앞세워 첫 경기를 잡았다.

이란은 16일(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1차전 모로코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나온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선수들을 촘촘한 간격으로 두 줄로 세운 철저한 수비 축구로 나선 이란은 경기 내내 밀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끝내 골은 내주지 않았다. 후반전에는 슈팅수가 ‘0’일만큼 문전 앞 수비 숫자를 늘리면서 더 방어에 치중했고 결국 슈팅 없이 승리를 따냈다. 반면 점유율 64-36으로 우세를 보인 모로코는 경기 막판 집중력을 잃었다. 아지즈 부핫두즈(장크트 파울리)가 추가 시간(95분) 헤딩으로 공을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기록하면서 승점 3점을 헌납했다.

이란이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것은 1998년 프랑스 대회 이후 20년만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국가로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첫 승리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경기 후 “우리는 수비 블록을 강하게 한 후 추가시간에 득점을 만들었다”며 “훌륭한 승리였고 선수들은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이슬란드는 23일 자정 나이지리아와, 이란은 21일 스페인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각각 치른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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