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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박창영 기자의 아이돌SWAG] K팝에 결핍됐던 예술성, `샤이니`가 빛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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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컬처 DNA] 결혼식장에서 혹시라도 눈물을 흘려 화장을 망칠까봐 걱정인 신부가 많다. 이런 신부들 사이에서 '예식장 꿀팁'으로 전수돼온 노래가 있으니 바로 샤이니의 '링 딩 동(Ring Ding Dong)'이다. 이 노래의 문제적인 후렴구 '링 딩 동 링 딩 동 링 디기 딩 디기 딩 딩 딩'을 머릿속에 반복하고 있노라면 반야심경을 읊는 스님처럼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노래는 머릿속에 한번 떠올리면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험생 사이에서 '수능 금지곡' 목록에 올라 있기도 하다.

한국 보이 그룹 역사상 '노래'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팀, 샤이니가 최근 정규 6집 앨범으로 돌아왔다. 샤이니는 위의 '링 딩 동' 외에도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 4집 타이틀 '셜록' 등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대중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아왔다. 이 팀은 탁월한 음악성을 바탕으로 한동안 아시아에 머물던 K팝의 자장을 서구권으로 넓혀갔다. 2011년 한국 아이돌 그룹 최초로 영국 런던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고, 2013년 빌보드 월드 앨범 아티스트 연간 톱10에 한국 그룹 최초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샤이니의 S(강점) W(약점) A(기획사) G(목표)를 매일경제가 분석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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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6집 앨범 티저 이미지. (왼쪽부터) 온유, 민호, 태민, 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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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강점): 아이돌(idol·우상)의 정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아이돌

20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아이돌 음악은 수준이 낮다고 보던 분위기가 있었다. 여기엔 10·20대가 즐기는 문화를 저급한 것으로 여기는 한국 사회 특유의 분위기도 한몫 했지만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면 '변신'이라는 미명하에 모두 따라하던 연예기획사 책임도 컸다. 2008년 데뷔한 샤이니는 보이·걸 그룹 음악에 대한 편견을 깨고 "청취형 아이돌 음악"(김반야 대중음악 평론가)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샤이니는 컨템퍼러리(contemporary·동시대의) 밴드를 표방하며 등장해 음반마다 시대를 앞서나가는 노래를 추구했다.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는 "탈(脫) SM 사운드로 신(新) SM 사운드의 초안"(정병욱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을 마련했다는 평을 들으며 아이돌 음악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이들의 노래가 시작부터 호평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로 "한 앨범에만 스무 명씩 작곡가를 고용할 수 있는 SM의 기획력과 자본력"(김반야 평론가)이 꼽힌다. '누난 너무 예뻐'에도 다섯 명의 작곡가가 붙었다.

노래와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샤이니의 능력은 "비현실로서의 아이돌"(아이돌로지 편집장 미묘)이라는 정의에 충실했다. 미묘는 "노래도 잘 부르는데다가 춤도 지나치리만큼 잘 추고 얼굴도 잘생겨 아이돌의 완성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돌의 주요 덕목을 노래, 춤, 외모라고 봤을 때 3박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전례 없는 팀이라는 것이다. 이후 앨범에서는 보컬 종현(1990~2017)을 축으로 작사·작곡 참여 범위를 넓혀가며 아티스트로서의 색깔을 입히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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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 민호, 태민, 키 4인의 샤이니 멤버가 숲속을 달리고 있다. 순박하게 달리는 이들의 모습처럼 샤이니 음악에서는 청량감이 두드러진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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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W(약점): 스스로가 이끈 K팝의 상향평준화

샤이니는 기존 K팝에 없었던 세련된 사운드로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이들의 성취는 아이돌 음악 전반의 상향 평준화를 불러왔다. 이 때문에 현시대 K팝 팬으로 유입되는 새로운 10대는 한 팀의 노래를 감상할 때 곡의 완성도 외에도 작품에 담겨 있는 멤버들의 색깔을 원하게 됐다. 샤이니는 종현이 작사·작곡가로서 활동 반경을 꾸준히 넓혀왔지만 다른 멤버들은 아직 작곡가 겸 가수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아울러 2011년 일본 데뷔 이후 활동의 중심 축이 일본으로 이동해간 것은 한국 팬 입장에선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샤이니월드(샤이니 팬클럽) 회원 일부가 샤이니 한국 콘서트를 '내한 공연'이라고 부를 정도다. 2011년부터 샤이니월드 활동 중인 김지은 씨(33)는 "일본은 100회 넘게 콘서트 투어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콘서트를 많이 못하는 게 아쉽다"며 "한국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 인프라 자체가 열악해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이해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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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정규 6집 앨범 티저 이미지. (왼쪽부터) 온유, 태민, 민호, 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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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기획사): SM 갈증에서 탄생한 샤이니, 소속사 일본 매출 20% 떠받치다

완성형 아이돌로서의 샤이니는 SM엔터테인먼트의 예술성에 대한 갈증에서 나왔다. "태생부터 표절이나 음악성 시비에 시달려왔던 SM이 이를 극복해보자고 만든 팀"(김반야 평론가)이 샤이니라는 것이다. 미묘 편집장은 "SM에서 누구도 뭐라고 할 수 없는 아이돌을 만들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내놓은 게 샤이니"라고 부연했다. 소속사가 스스로의 결핍을 메우려 출범시킨 샤이니는 결국 예술 집단으로서 SM의 입지를 한 단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샤이니의 성취는 음악적 완성도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깊다. 샤이니는 "올해 SM 일본 콘서트 모객의 20%를 차지"(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위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명실상부 SM 매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2016년 SM이 가장 큰 공백을 경험했을 때 그 위기를 극복한 원동력이 샤이니"라며 "내년부터 멤버들이 입대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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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G(목표): 종현의 유산을 계승한 새로운 10년의 시작

여느 아이돌 세계보다 더 밝고 명랑했던 샤이니월드엔 이제 슬픔의 정서가 더해졌다. 지난해 젊은 나이로 유명을 달리한 종현의 빈자리는 남은 멤버와 팬에겐 떠안고 갈 수밖에 없는 아픔이다. 종현이 큰 부분을 칠해온 '아티스트로서 샤이니'의 영역은 이들이 넘겨 받아야 할 유산이다. 정병욱 선정위원은 "일정 연차를 넘어서면 소속사의 기획력만으로는 해당 그룹이 롱런하기 어렵다"며 "멤버들의 개별 활동과 직접적인 작곡 참여로 그룹의 아이덴티티 정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4인 체제로 처음 낸 이번 6집 '더 스토리 오브 라이트(The Story of Light)'는 한 단계 성숙을 도모하는 샤이니의 출발을 잘 보여준다. 앨범을 Ep(에피소드) 1, 2, 3으로 나눠 차례로 발매하면서 국내 팬과의 접점을 넓힘과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다채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다. 미묘 편집장은 "3부 중 첫 장을 느긋하게 가면서 시동을 걸고, 2부에 좀 더 깊고 감성적인 시도를 했다"며 "그런 식으로 점점 깊게 천천히 나아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태민은 "다양한 장르를 샤이니만의 색으로 소화할 수 있는 연차가 됐다"며 "이 역량과 개성을 잘 살려야 다른 팀과 차별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새 10년을 맞이하는 남다른 포부를 전했다.

*이 기사는 6월16일자 매일경제신문 지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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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정규 6집 음감회에서 샤이니가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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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영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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