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6시(한국시간 15일 0시)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의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식에 이은 러시아-사우디 아라비아의 개막 경기에 앞서 중국인 유소년들이 국제축구연맹(FIFA)기를 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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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미 더 스포츠-97] 드디어 대망의 2018 러시아월드컵이 시작되었다. 이번 러시아월드컵은 시작부터가 흥미롭다. 먼저 강력한 우승 후보인 '무적함대' 스페인의 훌렌 로페테기 감독은 대회 개막을 이틀 앞두고 전격 경질되었다. 레알 마드리드 차기 감독 내정으로 인한 괘씸죄가 그 이유라 하지만,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세계 최고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질 및 교체되는 것은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역대 최약체 개최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러시아는 개막 경기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5대0으로 '완벽한' 승리를 거두며 그간 당해왔던 여론의 조롱을 단번에 불식했다. 사우디한테 승리한 것이 토너먼트 진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가 A조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쩌면 그들은 4년 전 소치에서 소트니코바가 해낸 일을 해낼지도 모른다.
신태용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13일 (현지 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근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미디어 공개 훈련을 하고있다. /사진=(상트페테르부르크)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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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의 조별리그 예선 첫 상대는 스웨덴이다. 독일, 멕시코 등과 한 조를 이룬 F조에서 스웨덴은 우리가 가장 해볼 만한 상대로 평가되고 있다. 비록 축구팬들의 비관적인 전망과 냉소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하여튼 16강 진출이라는 우리 대표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1승이 필요하고 그 상대는 스웨덴이어야 하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물론 이런 평가에는 나름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일단 FIFA 랭킹으로 봤을 때 스웨덴은 독일(1위), 멕시코(15위)에 비해 떨어지는 24위다. 2018년 초에 18위였던 랭킹이 6개월 만에 6계단이나 떨어졌다. 단순히 랭킹만 떨어진 것이 아니다. 스웨덴은 최근 A매치 4경기에서 승리가 없고 3경기에서는 골조차 없다(2무2패). 스웨덴 축구팬들과 선수단 입장에서는 분명 걱정이 될 만한 일이고, 그래서 한국과의 첫 경기에 좀 더 예민해져 있는지 모른다.
스웨덴이 만만해 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이들이 2006년 독일월드컵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는 점이다. 물론 세계 최고 축구강국들이 즐비한 유럽에서 월드컵 지역예선을 통과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지역예선에서 떨어지는 일은 그다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이탈리아와 네덜란드도 이번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경험이 12년 만이라는 점은 스웨덴에는 분명 약점이다. 반면 우리는 그 기간 중 한 번의 공백도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스웨덴은 최근 메이저 대회 본선에서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8, 2012, 2016 유로에서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나마 그들의 마지막 월드컵 본선 무대였던 2006 독일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이 조별예선 통과의 마지막 기억이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사진=AP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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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만만해 보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스웨덴이 낳은 역대 최고 골잡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최종 명단에 빠져 있어서 더 그런 거 같다. 이브라히모비치는 A매치 116회 출장에 62골을 기록했다. 화려했던 전성기는 지나갔지만 한때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했던 선수다. 사실 우리 축구팬들에게 스웨덴 축구는 여러 측면에서 생소하지만, 이브라히모비치가 있기에 잘 알지는 못하지만 스웨덴 축구에 대해 높이 평가해온 게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이브라히모비치가 빠졌으니 스웨덴이 '만만해 보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스웨덴전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근거는 또 있다. 대한민국은 2002년 이후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3승1무의 성적을 기록하며 한 번도 지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의 첫 상대들은 모두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다. 좋은 전망을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기분 좋은 데이터다.
하지만 상황을 좀 냉정하게 보는 것도 필요하다. 사실 보다 객관적인 여러 정보를 종합해본다면 스웨덴의 전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단 스웨덴의 FIFA 랭킹이 독일, 멕시코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연초 대비 6계단 떨어졌다고 해도 스웨덴의 랭킹은 24위다. 반면 한국은 57위다. 한때 60위권 밖으로 밀렸던 것에 비하면 다소 상승했다. 물론 랭킹은 랭킹일 뿐이고, 축구공은 둥글고 경기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특히 FIFA 랭킹에 대해서는 산정 방법이나 공신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최근 1년간 한국이 A매치에서 승리한 팀은 같은 아시아권 국가를 제외하고는 온두라스, 라트비아, 몰도바, 콜롬비아 등이다. 이 중 FIFA 랭킹 30위권의 강팀은 콜롬비아가 유일하다. 유럽 상위권 팀을 상대로는 많이 부진했다. 체코를 상대로 2년 전 신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그 당시 체코는 전성기의 체코가 아니었다.
스웨덴이 최근 A매치에서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 4경기에서 승리가 없었으며, 득점력도 빈약했다. 올해 열린 6번의 친선 A매치에서 기록한 총득점은 3골에 불과하다. 최근 3경기에서는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월드컵 유럽 지역예선에서 보여준 스웨덴의 모습은 그들을 이번 월드컵에서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다크호스로 보기에 충분하다. 스웨덴은 프랑스, 네덜란드와 같은 조에 속해 두 팀 모두에 승리를 경험했으며, 결국 네덜란드를 탈락시켰다. 그뿐만 아니라 플레이오프에서는 영원한 우승 후보인 이탈리아에 승리하며 그들의 월드컵 무대 진출마저 좌절시켰다.
14일 러시아 겔렌지크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한국의 첫 상대 스웨덴팀이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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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강하고 무서운 것은 조별예선에서 보여주었던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과 수비력이다. 특히 강력한 수비는 세계 최강의 수비진인 이탈리아와 견줘도 손색이 없었다. 또 스웨덴은 네덜란드와의 조별예선 경쟁에서는 승점이 같고, 최종 맞대결에서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순위에서 앞서며 네덜란드를 탈락시켰는데, 상대적으로 약체인 벨라루스와 룩셈부르크에 엄청난 골세례를 퍼부으며 완승을 거둔 게 컸다. 즉 스웨덴은 강팀에도 강하지만, 자신들보다 약한 팀에는 무자비할 정도로 강한 팀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스웨덴을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스웨덴 하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다. 축구 마니아가 아닌 일반 축구팬이라면 이런 연상 작용은 어쩔 수 없다. 가용성 휴리스틱이라는 심리학적 근거로 봤을 때도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브라히모비치 없는 스웨덴 대표팀은 이미 2년 전부터였다. 스웨덴은 이브라히모비치 없이 이탈리아 등을 이기고 월드컵에 진출했다. 여기에는 이브라히모비치의 뒤를 잇는 젊은 선수들이 있다. 특히 에밀 포르스베리는 분데스리가에서 20개 도움을 기록하며 어시스트 1위에 올랐다. 볼프스 시절 케빈 더브라위너의 기록에 이어 분데스리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더브라위너의 기록과 불과 1개 차이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없다고 해서 지금의 스웨덴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이유다.
[정지규 스포츠경영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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