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9 (토)

[MK★인터뷰] ‘독전’ 류준열 “대사가 없어서..한번에 OK? 의심했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안하나 기자] 뜨거운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어느 날 배우 류준열을 만나기 위해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를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류준열은 외모는 한층 더 멋있어졌고 겸손은 그 끝을 모를 만큼 상상 그 이상이었다. 또한 환경보호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사람답게 책상에는 텀블러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특히 충무로에서 ‘소준열’로 불리는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의 얼굴에 비치는 밝은 미소 덕분에 흐르는 땀마저 시기 질투 하듯 사라질 시간이었다.

최근 그는 영화 ‘독전’에서 락 역을 맡아 열연했다. 평소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류준열의 재발견’이라는 말과 함께 ‘멋짐 폭발’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을 것이다.

매일경제

배우 류준열이 영화 "독전"에 임한 소감을 밝혔다. 사진=NEW


영화를 본 소감이 궁금한데.

내가 찍은 영화를 큰 화면으로 본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보기가 정말 어렵다. 민망한 생각도 든다. 가끔 주변에서 ‘어떻게 봤어?’라고 물어보는 데 그럴 때보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출연을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시나리오를 받고 끊지 않고 읽었다. 이게 내게 개인적으로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다. 감독님께서 ‘어떻게 봤냐’고 물어보셔서 ‘그럭저럭 봤다’고 했더니 서운해했다. 너무 솔직하게 이야기했나 보다. 허나 완성된 작품을 봤을 때는 ‘엄지 척’이었다.

극 중 락 역을 맡았다. 특별한 전사가 없어 표현하기 어려웠을 거 같은데.

락이라는 인물이 전사가 없는 게 전사라고 생각하고 연구를 했다. 참 어렵더라. 스스로 ‘나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만의 락을 만들어 나갔던 거 같다. 또 이런 여정을 따라가면서 공허함이 잘 표현되길 바랐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셨을지 궁금하다.

유독 대사가 많이 없었다.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동안 했던 내 연기가 훌륭한 연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지고 있는 잔재주로 연명했다면 이 영화는 그러기에는 어려운 영화였던 거 같다.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첫 회차 들어갔을 때 감독님과 내가 생각했던 락이 달랐다. 감독님께서는 표정을 과하게 쓰지 말라고 주문하셨고, 반면 난 뭔가를 계속해서 찾으려고 노력했다. 허나 아니라고 해서..그 중간을 찾아 연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감독님의 OK가 빨리 나왔다. 어느 날은 한 테이크에 OK가 나와 놀라 의심을 했다. 감독님께 ‘시간 없어요?’라고 오히려 물어볼 정도였다. 하하.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재미있는 촬영이었다.

감독님과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달랐나.

전혀 다른 건 아니다.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번에는 애드리브가 거의 없었다. 어미조차 안 바꿨다. 감독님이 작가 출신이라 정말 대사가 입에 착 감겼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늘 감탄하고 즐겁게 찍었다.

매일경제

배우 류준열이 영화 "독전"을 촬영하면서 느꼈던 다양한 생각과 감정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NEW


결말에 대한 생각은?

노르웨이에서 촬영했다. 정해진 것 없이 촬영하러 갔다. 난 크게 관심은 없었다. 몇 개 찍은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게 최종 완성본에 실릴 것으로 생각했다. 당시에도 누가 죽고 살고가 중요하기보단 내가 기다렸던 사람이 왔고, 이 엔딩을 해피엔딩일 수밖에 없고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게 목표였다.

중간에 안 좋은 일도 있었는데..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현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서로 모여서 밥도 먹고 ‘오늘 촬영 어땠다’라는 말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간혹 영화 찍고 맥주 한잔할 때 행복하다고 하는 데 그 의미를 이번 촬영을 하면서 조금은 알게 됐다.

극 중 락이 원호에게 ‘살면서 행복한 적이 있나’라고 묻는다. 류준열에게 살면서 행복했던 적은 언제인가.

매 순간 행복하다. 지금 이 자리도 너무 감사하다. 간만에 인터뷰를 하는 데 영화에 대한 평가와 나에 대한 이야기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영화는 독한 사람들의 전쟁을 그린다. 실제 류준열의 독한 전쟁이 있었나.

앞으로 해야 될 것들이 더 많은 거 같다. 전쟁이라는 단어가 슬프고 센데, 전쟁이라는 게 복합적인 의미가 될 거 같다. 이 작품을 하면서 ‘내가 누구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더 큰 의미로는 내가 만들어야 하는 건지, 누가 물어보는 건지 궁금하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공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비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앞으로 채워나가고 싶다.

매일경제

배우 류준열이 연기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사진=NEW


함께하는 선배들에게 늘 예쁨을 받는다. 특별한 비결이 있을까?

사실 늘 촬영에 들어가기 전 부담이 된다. ‘더킹’ 때 필요 이상으로 부담감을 느꼈고, 이번 작품도 부담감을 안고 촬영에 들어갔다. 선배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부담감을 송강호 선배께서 많이 깨주셨다. 촬영 중간에 조언은 물론, 연기적인 것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그 덕분에 선배와 후배가 하나가 되면 좋은 합이 되고 그것이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면 이번 영화에서는 부담은 됐지만, 까불고 농담도 많이 했던 촬영장이었다.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왜 류준열일까?

잘생겨서? 하하. 내 매력은 내가 잘 모르겠다. 솔직히 잘은 모르겠지만, 감독님께서 말이 잘 통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현장에 녹아들었고, 나아가 계속해서 저를 찾아주는 게 아닐까 싶다.

힘들어도 쉬지 않고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영화를 찍는 매 순간이 즐겁다. 그렇다고 드라마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드라마도 영화와 주는 다른 매력이 있다. 늘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나리오다. 영화, 드라마 등 장르에 상관없이 시나리오가 가장 재미있는 것을 1순위로 선택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마음 같아서는 월드컵을 보러 러시아에 가고 싶다. 말처럼 될지는 모르겠다. 하하. 물론 지금 하는 영화촬영은 당연히 열심히 할 생각이다. 또 늘 내 연기를 보면서 부끄럽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는 평을 받고 싶다. mk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