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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프리베트 러시아] `허허실실` 신태용호, 웃음 뒤엔 아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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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USSIA 2018 ◆

※프리베트는 러시아어로 '안녕'을 뜻합니다. 축구 대표팀이 베이스캠프를 차린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물론, 경기를 치르는 각 도시를 오가며 대표팀 주위에서 생기는 월드컵 이야기들을 아침 인사처럼 기분 좋게 전달하겠습니다.

"큰 카메라는 몰라도 이제 휴대폰으로 찍는 모습을 보면 무슨 소리가 또 나올까 무서워."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첫 훈련에 나서던 신태용 감독의 한마디입니다. 공식 인터뷰가 끝나고 취재 카메라들이 뒤로 빠지는 도중 휴대폰 카메라를 발견한 신 감독은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분명히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국가대표팀 수장의 말치고는 상당히 안쓰럽습니다. '유쾌한 반란'을 노린다던 그조차 속으로는 악플을 걱정하며 힘들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실 카메라가 사라지고, 기자들이 밖으로 물러서면 그전까지 여유롭던 신 감독의 얼굴에서 미소가 함께 사라지는 모습을 처음 본 것이 아닙니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가벼운 조깅을 하고, 트레이닝으로 몸을 푸는 동안에도 스페인 출신 코치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얘기를 그칠 줄 모릅니다. 물론 통역이 존재하지만 손짓과 발짓까지 동원해가며 축구 전술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그가 가진 부담감을 먼발치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기자의 '뇌피셜'에 불과하지만 언론에는 "걱정할 것 없다"고 말하고, 뒤돌아서 필사적으로 이길 방법을 찾는 것은 선수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신 감독의 '허허실실' 전법이라는 생각을 해보는 이유입니다.

어쩌면 선수들도 감독의 마음을 읽고 그 뒤를 따라가는 것일까요? 잘 준비하고 있다, 다 괜찮다며 입을 모으는 선수들 역시 가까이서 보면 고된 일정 속에 힘든 표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감독이 몇 차례나 바뀌는 동안에도 언제나 믿음을 잃지 않았던 '수비라인의 핵' 장현수(FC 도쿄)가 대표적입니다. 그의 현재 상태는 그야말로 말이 아닙니다. 귀 뒤에는 커다란 피멍이 들어 있고, 코끝에도 염증이 생겨서 누가 봐도 피곤한 일정을 이겨내고 있음을 알 수 있을 정도입니다. 축구라는 거친 운동을 하다 보면 부상이 친구나 다름없다지만 세네갈과의 비공개 평가전에서 비신사적인 파울로 부상 하나를 추가했으니 기분이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도 장현수는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비록 세네갈전에서 0대2로 졌지만 경기력이 많이 올라왔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상대 공격수가 거칠게 하는 것은 상관없다"고 웃어보인 장현수는 "미팅을 통해 같은 마음으로 다 같이 경기에 나갔고, 경기할 때도 호흡 부분 등을 많이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스웨덴전에서 모든 것을 던질 각오를 밝혔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신태용호가 내놓은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매번 바뀌는 선발 라인업과 전지훈련 무득점에 그친 빈공, 실점 없이 경기를 마치기 힘들어하는 수비라인 때문에 믿어달라, 응원해달라는 인터뷰에도 코웃음을 치는 팬들이 늘어났습니다. 기자도 축구팬의 한 사람이기에 3전 전패라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팬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은 날 선 비판보다는 따뜻한 응원이 조금 더 필요한 때라고 믿습니다. 첫 경기를 치른 것도 아니고, 설령 첫 경기에서 지더라도 2경기가 더 남아 있습니다. 축구에서 '열두 번째 선수'로 불리는 팬들의 응원까지 잃는다면 '독이 든 성배' 국가대표 감독직을 수락한 신 감독도, 강팀들을 몸으로 막아서야 하는 선수들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지금 대표팀이 고생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F조 최약체일지언정 지고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나서고 싶지 않아서일 겁니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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