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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MK포커스] 맹목적일 수 없는 믿음, 싹 트지 않은 희망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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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7일 볼리비아전은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서는 신태용호의 마지막 공개 A매치였다. 때문에 희망의 씨앗이 싹 터 기대의 열매를 수확하기를 바랐다.

결과는 0-0 무승부. 킥오프 때부터 바뀌지 않은 스코어였다. 비겨도 웃을 수 있다. 하지만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한국이 90분 내내 일방적인 공세를 펼친 경기였다. 59위 볼리비아는 5월 28일 대구에서 2-0으로 꺾었던 62위 온두라스와 비슷한 순위다. 주축 선수가 빠져 100% 전력도 아니었다.

시각의 차이가 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면서도 “계획대로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숨길 것은 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의 홍수다. 한국에 관한 정보도 독일, 멕시코, 스웨덴에 흘러간다. 최대한 유출되는 것을 막는데 신경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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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볼리비아와 0-0으로 비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신태용호는 오는 18일 스웨덴과 러시아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선수들의 체력, 컨디션도 마찬가지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팀의 완성도도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신 감독은 3일 출국하면서 “오스트리아에 가서 조직력을 1%씩 올리며 완성해가겠다”고 밝혔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펼칠 그림을 조금씩 그려가는 셈이다. 볼리비아전 베스트11은 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과 비교해 여섯 자리가 바뀌었다.

바뀐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 중원 아래는 사실상 밑그림을 공개했다. 포백에서는 장현수와 박주호가 가세해 김영권, 이용과 호흡을 맞췄다. 골키퍼도 김승규가 가장 먼저 나갔다. 스리백 카드를 쓴다면 일부 달라질 수 있지만, 기본 뼈대는 이 라인이다.

6,70%만 보일 것이라던 신 감독은 김신욱의 선발 투입을 가리켜 ‘트릭’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이 없더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김신욱과 황희찬의 투톱 조합은 첫 시험이었다. 손흥민이 소집된 A매치에서 김신욱과 함께 선발 출전한 경기는 북아일랜드전 밖에 없다. 러시아월드컵에서 투톱 카드를 쓸 경우, 손흥민과 황희찬이 1순위다.

5월에 A매치를 데뷔한 이승우와 문선민의 선발 출전도 평가전이니까 가능한 기용이었다. 부상 변수가 없는 한 러시아월드컵에서 이재성을 조커로 쓸 가능성은 0%다.

달라진 부분이 있다. 수비는 불안하지 않았다. 볼리비아에 중거리 슈팅 하나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예봉을 꺾었다. 수비수 네 명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 같은 공간을 쉽게 내주지 않았다. 큰 실수도 없었다.

딱 그 선까지였다. 볼리비아는 공격에 치중하지 않았다. 한국의 골문까지 볼리비아의 패스가 연결될 횟수도 매우 적었다. 집중력을 잃지 않았으나 충분히 여유를 갖고 대처할 수 있었다. 안정감을 갖췄다고 평가하기에는 테스트가 약했다.

달라진 부분보다 달라져야 할 부분이 더 많았다. 단순히 골을 넣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전반적으로 몸이 무거웠다. 파워 프로그램의 영향일 수 있다. 또한, 이동(레오강→인스부르크)에 따른 여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호흡조차 맞지 않았다. 약속된 패턴 플레이로 볼리비아 수비를 무너뜨리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볼 소유가 많았던 전방에서는 잔 실수가 적지 않았다. 탈 압박도 원활하지 않았다. 공간을 창출하지 못했으며 패스도 부정확했다. 소나기 슈팅도 없었다. 냉정히 말해, 신 감독 부임 후 최악의 경기였다.

교체카드 6장까지 17명의 선수가 그라운드에 섰다. 결장 선수는 조현우(GK), 고요한, 오반석, 정승현, 홍철(이상 DF), 주세종(MF) 등 6명이었다. 쓸 수 있는 공격 카드는 모두 사용했다. 후반 막판에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투톱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볼리비아전에 총력을 쏟을 필요는 없지만 지난 경기보다 나아진 경기력을 펼칠 필요는 있다. 숨길 건 숨기되 ‘일부러’ 못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준비과정의 흐름도 중요하다.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또한, 선수단의 자신감과 사기는 많을수록 좋다. 현재 한국은 그렇지 않다. 반복적으로 경기가 안 풀리고 있다.

신태용호의 시계는 18일 오후 9시에 맞춰있다. 일희일비 하지 않는 신 감독은 여전히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100%를 보여줄 스웨덴전을 기대하라는 것이다.

그의 발언대로 180도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평가전이 아니다. 그러나 믿음은 맹목적일 수도 강요할 수도 없다. 적어도 신태용호의 준비과정에 신뢰 쌓기는 아직까지 낙제점에 가깝다. “이렇게 기대가 안 되는 월드컵은 없었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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