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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퇴근길 피플] “형만 믿고 던져” 야구 스타 만난 백혈병 소년 ‘감동의 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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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소년의 얼굴은 상기됐다. 안내를 받아 그라운드로 걸어갈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꿈에 그리던 마운드에 섰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힘차게 공을 던졌다. 소년의 공을 받은 선수는 소년을 따뜻하게 안아줬다. 병마와 싸우는 소년은 그렇게 바라던 소망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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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구군에 사는 김헌덕 군(12·양구중 1)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열혈 팬이다. 그러나 김 군은 TV로만 야구를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단순한 감기인줄 알고 병원에 갔다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온몸에 힘이 빠져 며칠을 앓아누워야 했다. 한창 뛰놀아야할 시기에 면역력이 떨어져 외출하기도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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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김 군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었다.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에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는 한 야구선수를 만나는 것. 지난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두산 외야수 박건우(28)가 그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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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의 사연을 접한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은 두산 구단과 수차례 접촉해 박건우와의 만남을 추진했다. 그리고 13일 두산-넥센 경기가 열린 잠실야구장에서 꿈이 이뤄졌다. 이날 경기에 앞서 낮 12시 반부터 1시간 넘게 둘은 기념촬영을 하고 시구 연습을 함께 했다. 김 군은 평소 투병 생활을 할 때는 움직이는 것도 힘들어했지만 이날은 밝은 표정으로 야구장을 둘러보고 연습도 잘 소화해 냈다. 김 군의 가족도 경기장을 함께 찾아 둘이 함께 하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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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군은 “건우 형이 야구 경기에서 잘 치고 잘 달리는 모습이 너무 좋았다”며 “실제 얼굴을 보니 더 잘 생겼다”고 인사했다. 그러자 박건우는 “투병 중임에도 밝은 표정의 헌덕이가 보기 좋았다”며 “공도 잘 던지고 타격도 좋아서 야구를 해도 되겠다”고 화답했다.

드디어 시구 시간. 박건우는 외야수임에도 김 군을 위해 포수 자리에 앉았다. 긴장한 김 군에게 “형을 믿고 던지라”며 안심시켰다. 김 군은 멋지게 시구를 한 뒤 박건우와 깊은 포옹을 나눴다. 박건우는 “아프지 말고 어서 건강해 지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 군은 “소원을 이뤄준 메이크어위시재단과 두산 구단 관계자들께 감사하다. 하루 빨리 병을 이겨내 다시 건우 형을 만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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