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1 (토)

이슈 [연재] 스포츠서울 '김현기의 축구수첩'

[김현기의 축구수첩]냉랭한 월드컵 열기, 스타-스토리-기대 부족하지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지난 2016년 8월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대비 A대표팀 훈련에 앞서 오픈트레이닝데이를 맞아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제공 | 대한축구협회



[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닥치면 한다는 게 한국인 특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지만 2018 러시아 월드컵 분위기가 한 달 앞둔 지금까지 너무 가라앉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예년 같으면 월드컵 전년도 12월 본선 조추첨을 기점으로 축구계와 미디어, 팬들이 ‘월드컵 모드’에 들어갔다. 겨울 전훈및 A매치가 화제가 되고, 3월부터 본선 상대국의 동향도 속속 들어와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올해 만큼은 대표팀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 집중도도 뚝 떨어졌다. 월드컵이 임박하면 흔하게 나왔던 태극전사들의 텔레비전 광고도 아직 안 보인다. 올해 월드컵이 열리는지 모르는 보통의 한국인도 수두룩하다. 물론 평창 올림픽이나 남·북 평화 모드, 지방선거 등 국민들의 시선을 월드컵으로부터 분산시키는 이벤트가 많았다는 점도 변수가 됐다. 특히 지난 2월 국내에서 개최된 평창 올림픽 열기는 동전의 이면처럼 ‘신태용호’에 대한 관심을 늦추는 계기가 됐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도 좋았고, 뜨거운 이슈도 많았으니 자연스럽게 신태용호는 뒷전으로 밀렸다.

하지만 올림픽 폐막 3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불과 한 달 뒤 월드컵이 개막함에도 유지되는 냉랭한 분위기는 결국 대표팀과 한국 축구의 전반적인 인기와 신뢰가 국민으로부터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크게 3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스타가 없다. 물론 아시아 최고 몸값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손흥민이 있지만 오랜 기간 유럽에서 생활했고 대표팀 경기에서 번뜩이는 활약이 아직 없는 탓에 과거 박지성이나 이영표 차두리 만큼은 대중친화적 스타라고 보기도 어렵다. 또 손흥민 혼자 끌고 가기엔 대표팀 무게가 너무 무겁다. 개인적으론 이동국이나 이승우 같은, 손흥민과 또 다른 측면의 스타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 태극전사들의 개성이 없고 평범하다. 과거엔 상대국에도 스타가 있었다. 루이스 피구(2002년) 지네딘 지단(2006년) 리오넬 메시(2010년)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태극전사와 대립 구도를 이뤄 화제를 모았다. 이번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잠깐 시선을 끌었고, 신태용 감독이 그의 복귀설에 떠들석하게 반응해 재미를 안겼으나 즐라탄이 월드컵 불참을 선언하면서 금세 식어버렸다.

스토리도 부족하다. 대한축구협회 내부인사들은 축구대표팀의 전성기를 2002년이 아닌 2006년 독일 월드컵 직전으로 본다. ‘2002 멤버’들이 상당수 독일 월드컵에도 출전했고 거기서 파생된 스토리는 대표팀의 가치를 높였다. 대회를 앞두고 거액의 후원 계약이 줄을 이었다. 독일 이웃나라 프랑스와 본선에서 경기하는데 한국 관중이 더 많았다. 2010년엔 박지성 이영표의 마지막 월드컵이어서 스토리 라인이 이어졌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땐 ‘런던 올림픽 동메달 멤버들의 도전’이라는 테마가 있었다. 지금은 본선행 자체도 간신히 이뤄지면서 스토리라고는 국민들의 냉소 말고는 없는 상황이 됐다. 마지막으로 좋은 성적에 대한 기대가 떨어진 것도 빼 놓을 수 없다. 최종예선을 통해 아시아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고, 신 감독 부임 이후에도 취약한 수비 때문에 실점이 속출했다. 여기에 스웨덴 멕시코 독일로 연결되는 갈수록 첩첩산중인 ‘죽음의 조’ 편성은 “3패가 아니면 다행이다” 혹은 “져도 좋으니 열심히 싸워달라”는 식의 대표팀 기대값이 확 낮아지는 이유가 됐다. 대표팀의 부진, 상대국의 실력이 결합되면서 부정적 시각이 늘어난 셈이다. “스웨덴은 이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냉정하게 바라보자. 스웨덴도 유럽예선에서 네덜란드와 이탈리아를 주저 앉히고 러시아에 온 팀이다.

5월 말부터 내달 초까지 열리는 4차례 평가전도 상대팀이 고만고만하기 때문에(가장 낫다는 세네갈전은 비공개다) 지금의 분위기가 얼마나 바뀔 지는 장담할 순 없다. 그러나 해법은 분명히 있다. 결국 6월 18일 오후 9시, 온 국민이 치맥이라도 먹으면서 즐기는 스웨덴과 1차전이 신태용호의 가치를 확 끌어올리고, 대표팀에 대한 시선을 모으는 결정적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다. 안정환과 이영표 박지성 등 ‘4강 멤버’들의 해설 전쟁도 큰 보탬이 될 것 같다. 사실 평창 올림픽도 대회 직전까지 외면을 많이 받았다.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개막식 때 김연아의 성화 점화 이후 조용했던 올림픽 열기가 순식간에 활화산처럼 분출됐다. 대회 중반 이후엔 여자 컬링 ‘팀 킴’의 승승장구, 빙상계 파문으로 화제가 떨어지질 않았다. 평창의 기억을 되살린다면 스웨덴전이 쪽박이 대박으로 바뀌고, 황희찬이 ‘영미’가 되고, 권창훈이 ‘민유라’가 될 수 있는 무대다.

축구팀장 silva@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