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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퍼터 갈아타기..'인비표 컴퓨터 퍼트' 재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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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 안 좋을 때마다 퍼터 또는 스트로크 변화

자주 사용하는 퍼터는 말렛, 블레이드형 병행

파운더스컵 우승 때 블레이드, LA오픈에선 말렛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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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골프 여제’ 박인비(30)의 장점은 흔들림 없는 멘탈과 정교한 스윙 그리고 컴퓨터 같은 퍼트에서 나온다. 화려하지 않지만 조용히 우승을 낚아채는 그를 ‘침묵의 암살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 중에서 박인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퍼트다. 박인비는 퍼트할 때 크게 3가지를 먼저 생각한다. 첫 번째는 터치감이다. 임팩트 순간 손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중요하게 여긴다. 두 번째는 스트로크다. 헤드가 지면으로부터 낮게 유지한 상태로 진행되는 것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거리 조절이다. 발걸음으로 세지 않고 육안으로 살피면서 감각으로 거리를 맞춘다.

하지만 박인비에게 고민을 안기는 것도 퍼트다. 2014년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출전 당시엔 퍼트가 심각할 정도로 기복이 심했다. 박인비는 대회를 앞두고 “퍼트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박인비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는 퍼터 교체 또는 스트로크 방식의 변화였다.

박인비는 작년 3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 위민스 챔피언십 때는 불안한 퍼트를 교정하기 위해 스트로크 방식을 바꿨다. 그 전에 여러 번 퍼터를 바꿔 사용해보기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 대회를 앞두고는 스트로크 방식에 변화를 줬다. 예전에는 퍼트하는 동안 시선을 볼에 고정시켜놓았는데, 머리를 고정한 상태에서 시선은 헤드를 따라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렇게 하면서 볼 터치가 더 정확해지는 효과를 봤다. 박인비는 그 대회에서 72홀 ‘노(No) 보기’(보기 프리·Boggy Free) 경기를 하며 우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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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뱅크 오브 호프 챔피언십 우승 당시에는 바꾼 퍼터 덕을 봤다. 그 대회에서는 기존 반달 모양의 헤드 형태인 말렛 퍼터 대신 일자형의 블레이드 퍼터를 들고 나왔다. 다소 둔해진 퍼트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번에도 효과를 봤다. 뱅크 오브 호프 챔피언십 때 라운드 평균 28.75개의 안정적인 퍼트를 앞세워 우승했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박인비는 3주 만에 다시 새 퍼터를 들고 경기에 나왔다. LA오픈부터는 예전에 사용하던 말렛형의 퍼터를 다시 손에 들었다. 박인비가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온 오디세이의 ‘투볼’(헤드 위에 공 모양의 원이 2개 그려진) 퍼터다.

그 사이 성적이 나빴던 건 아니었다. ANA 인스퍼레이션 준우승,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를 했다. 그럼에도 퍼트만큼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박인비는 “지난 대회에서 짧은 퍼트를 자주 놓쳤다”며 “퍼터가 편하지 않아서 예전에 썼던 퍼터를 들고 나왔다”고 교체 이유를 설명했다.

LA오픈에서는 첫 날 괜찮은 성적표를 받았다. 퍼트 수가 28개로 기대 이상이었다. 그러나 2라운드부터는 또 다시 퍼트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2라운드 32개, 3라운드 32개, 4라운드 31개로 시즌 평균 29.05보다 더 많이 퍼트했다. 박인비는 이 대회에서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에 2타 뒤져 공동 2위를 했다. 퍼트가 세 번만 더 떨어졌어도 우승은 박인비의 차지가 될 수 있었다.

▷블레이드, 말렛의 차이는?

박인비는 헤드 형태가 다른 두 가지 퍼터를 병행해 쓴다. 감각이 달라지거나 코스 환경에 따라 바꿔 사용하는 편이다. 더 많이 쓰는 건 말렛 퍼터다.

두 가지 다른 헤드의 퍼터는 모양만큼 성능의 차가 뚜렷하다. 전통적인 헤드 모양의 블레이드 퍼터는 터치감과 거리감이 우수하다. 연철 등의 소재와 제조 공법의 다양화를 통해 더 깊은 타구감을 구현해 내는 장점이 있다. 블레이드 퍼터를 선호하는 골퍼는 대개 터치감과 거리감을 먼저 고려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조던 스피스(미국) 등은 블레이드 퍼터를 선호하는 선수다.

헤드가 큰 말렛 퍼터는 블레이드 퍼터에 비하면 조금 둔탁한 느낌이다. 대신 관성모멘트가 커 퍼트의 정확성과 안정된 스트로크에 도움을 준다. 헤드가 크고 뒤쪽으로 폭이 길어진 형태여서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도 말렛 퍼터의 장점이다. 기존 일자형 블레이드 퍼터의 단점을 보완해 만들어진 만큼 성능적인 측면에선 조금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블레이드 퍼터에 비해 약 30~40% 향상된 관성모멘트를 지녔다. 현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와 제이슨 데이(호주)는 헤드가 큰 말렛 퍼터를 사용한다.

박인비 만큼은 아니어도 아마추어 골퍼들 역시 퍼터 선택에 있어 고민을 많이 한다. 두 가지 퍼터가 다른 성능을 지닌 만큼 선택의 기준도 확실해야 한다는 게 클럽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태희 캘러웨이골프 투어팀장은 “선수들마다 선호하는 퍼터가 모두 다르다”며 “배상문의 경우엔 말렛 퍼터를 쓸 때도 골프백에 항상 블레이드 퍼터를 넣고 다니면서 연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는 임팩트에서의 정교함을 추구하는 골퍼라면 블레이드 퍼터가, 스트로크가 불안해 컨트롤과 안정된 셋업을 원할 경우 말렛 퍼터가 효과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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