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 D-50] '월드컵의 남자' 홍명보 축구협 전무
"수원서 열린 청소년축구 베트남戰, 국내 팬 거의 없고 베트남 팬들만…
식어버린 한국축구 열기 살리려면 러시아월드컵 성적 정말 중요"
2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만난 홍명보(49)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홍 전무는 "이러다가는 앞으로 베트남을 상대로 어떤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며 "한국 축구가 지금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늘어난 흰머리가 눈에 띄었다.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는 “한국이 정말 어려운 조에 속했다”면서도 “국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플레이를 펼치면 축구 붐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전무가 ‘직장’인 축구회관에서 월드컵 공인구 ‘텔스타 18’을 가볍게 던져 올리는 모습.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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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전무는 한국에서 가장 많은 월드컵을 직접 경험했다. 1990·1994·1998· 2002년에는 선수, 2006년엔 코치, 2014년에는 사령탑으로 월드컵 무대에 섰다. 이번엔 협회 전무 자격으로 러시아를 찾는다. 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던 2010년에도 남아공 현장에 있었으니 30년 가까운 세월을 월드컵과 함께한 셈이다. 러시아월드컵 개막(6월 14일)을 50일 앞둔 지금 '월드컵의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우리는 월드컵을 통해 세계 축구에 눈뜰 수 있었어요. 1998년 월드컵까지 조별 리그 탈락을 거듭할 때만 해도 '세계 축구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구나'하며 실망했었습니다. 그런데 2002년 그 벽을 넘으면서 세계 무대에 가진 막연한 두려움을 날려버릴 수 있었어요."
네 번의 월드컵을 뛴 홍명보 전무는 통쾌한 중거리 슛을 터뜨린 1994년 독일전과 한국이 월드컵 통산 첫 승을 올린 2002년 폴란드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감독으로 팀을 이끈 2014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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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전무는 "수비가 와르르 무너진 알제리전(2대4 패)을 잊을 수 없다"며 "브라질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내게 있다"고 했다. 당시 알제리 사령탑이던 바히드 할릴호지치(66)는 일본을 본선에 올리고도 최근 경질됐다. 홍 전무는 "호주머니에 사표를 넣어두고 다녀야 하는 게 감독의 운명"이라며 "1년을 앞두고 브라질월드컵 대표팀을 맡아 시간이 없다는 생각에 더 조급했던 것 같다"고 했다.
홍명보 전무는 최근 한국에서 축구라는 콘텐츠가 힘을 잃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K리그 관중석은 비어 가고, 대표팀에 대한 관심도 예전 같지 않죠. 월드컵이 축구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국가 대표팀이 곧 축구'인 한국적 토양에선 이번 월드컵이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 한국 축구 대표팀은 고질적인 수비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몇몇 수비수들에겐 벌써 팬들의 비난이 집중된다. 명수비수 출신인 홍 전무는 "수비는 결국 한두 명이 아닌 팀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대인 방어에 의존하면 오히려 틈이 쉽게 생기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공의 흐름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명보 전무는 '월드컵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여태 많은 월드컵에서 한국은 경기 초반 얼어서 제 기량을 못 펼치다가 막판 뒤늦게 발동이 걸려 '투혼'을 발휘하곤 했어요. 이번엔 모든 선수가 경기 시작부터 깨어 있었으면 좋겠어요. 기성용과 손흥민 등 큰 무대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이 많아 잘해줄 거라 믿습니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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