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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치킨배달부, 캐디 출신 프로 전가람의 역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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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캐디하던 골프장에서 프로 첫 우승

가정형편 어려워 고3때 치킨 배달 아르바이트

KPGA 개막전 DB프로미오픈 우승으로 꿈 이뤄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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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3년 전 캐디를 하면서 꿈꿔왔던 일이 현실이 됐다.”

전가람(23)은 3년 전 골프를 그만뒀다. 그리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중학교 시절부터 골프를 배워왔기에 할 줄 아는 일이라는 딱히 없었다. 그는 지인의 소개로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기 시작했다. 캐디를 하면 월 몇 백만원은 벌 수 있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했다. 그가 일하던 골프장은 경기도 포천시에 있는 대유몽베르 골프장이다.

2015년 3월부터 캐디로 일하던 그에게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한 달 뒤 그 골프장에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 열렸다. 이 대회는 그 전까지 강원도 횡성의 웰리힐리 골프장에서 열렸다가 그해부터 대유몽베르 골프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전가람은 그 대회 출전한 아마추어 선수 정윤(23)의 골프백을 메고 캐디를 했다. 오랫만에 필드를 밟아보니 다시 골프채를 잡아보고 싶은 생각이 꿈틀댔다. 돈을 벌 목적으로 캐디를 택했는데 그의 골프인생에 또 다른 전환점이 됐다.

전가람은 “대회에 출전해 경기하는 선수들을 보니 멋있게 보였고 그 순간 다시 골프가 하고 싶어졌다”며 “그해 8월까지 캐디로 일하면서 300만원 정도를 벌었고 그 돈으로 한 달 동안 연습하고 9월에 열린 시드전에 도전했다”고 힘들었던 과거를 돌아봤다.

그는 캐디로 일했던 과거를 부끄러워했다. 주변사람들에게 “골프를 그만두겠다”고 선택한 일이었기에 창피했다. 하지만 더 이상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전가람은 자신이 캐디로 일했던 골프장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하는 순간 골프장에 몰려든 팬들은 가장 뜨거운 박수로 우승을 축하했다.

22일 경기도 포천시 대유몽베르 골프장에서 열린 2018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총상금 5억원) 마지막 날 4라운드. 전가람은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쳐 박효원(31·11언더파 277타)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그 감회는 남달랐다.

전가람은 “18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오르면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며 “종종 그 홀에 올랐을 때 ‘우승하면 어떤 기분일까’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위치에 서보니 긴장돼서 ‘잘 쳐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꿈에 그렸던 일이 현실로 이뤄지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감격해 했다.

전가람이 골프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던 건 어려워진 가정형편 때문이었다. 부친은 사업을 했다. 그러다 전가람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 사업이 어려워졌다. 그는 골프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골프채를 내려놓은 전가람은 치킨 배달을 하며 돈을 벌었다. 캐디를 하게 된 것도 조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고 시작했다. 그는 “고 3때 이후로는 집에서 용돈을 받아 본적이 없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졌다”며 “오늘 받은 우승상금 1억원은 은행에 넣어두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프로골퍼의 꿈을 키운 전가람은 유쾌한 청년이 됐다. 그는 “캐디로 일했던 코스였기에 잘 알고 있었고 그만큼 편하게 경기한 게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사실 아침부터 우승할 것 같은 감이 좋았는데, 어젯밤에 좋은 꿈을 꿨다”고 전혀 생각지 못한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러고는 “방송인 유이를 좋아하는 데 꿈에 그녀가 나왔고 행복한 꿈이었다”고 수줍게 말했다.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한 전가람은 아버지(전만영씨)와 우승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전가람은 “아버지께서 정말 좋아하셨다”면서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어도 아버지는 제가 계속해서 골프선수의 길을 걷기를 바라셨는데 그만둔다고 했을 때 많이 미안해 하셨다”고 아버지에게 고마워했다.

올해 안에 ‘꼭 한 번 우승이 해보고 싶었다’는 전가람은 “생각보다 빨리 우승이 찾아왔다”며 “아직 부족한 게 많은 선수라는 걸 잘 알기에 다른 목표는 세우지 못했다”고 겸손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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