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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Y터뷰] 임수정 "첫 엄마 역할? 자연스러운 변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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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꼭 해야겠다 거나 혹은 혼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자연스럽게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하지 않을까요? 인연이 될 사람은 알아볼 수 있다고 하잖아요. 기다리고 있어요. 도대체 언제 올 거니?(웃음)"

차분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배우 임수정의 말에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여배우에게 다소 예민할 수 있는 결혼 질문에도 임수정은 조곤조곤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했다.

'동안 배우'라는 이미지 너머 자신만의 가치관과 생각으로 한국영화의 기둥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는 임수정이 최근 흥미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영화 '더 테이블'(2017)에 이어 최근 개봉한 '당신의 부탁'(감독 이동은, 제작 명필름)으로 대작이 아닌 작은 영화로 관객들을 찾고 있는 것. 이는 "한국영화의 힘은 다양성"이라는 그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몇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영화제에서 심사를 맡게 됐어요. 예술영화, 독립영화, 저예산 단편영화들을 보면서 다양한 작품과 인재들을 봤죠. 그 다양성이 한국영화의 힘이더라고요. 그런데 소비층이 있어야 생산이 될 거 아니에요. 상업영화에 출연하고, 또 제작하는 제작사들이 눈을 살짝 돌린다면 한국영화 시장의 밸런스가 맞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편하게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저 역시 상업영화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고요."

'당신의 부탁'은 2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은 32살 효진(임수정)이 죽은 남편과 전 부인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16살 아들 종욱(임찬영)과 함께하는, 다소 낯선 생활을 그리는 작품이다. 임수정은 죽은 남편의 전 부인이 낳은 아들을 키우는 효진 역으로 생활밀착형 연기를 선보였다. 순수하고 투명한 이미지로 주로 멜로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임수정이었다. 그에게 첫 엄마 역할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니 "대수롭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변화였다"고 답했다.

"친구들이나 동생들만 봐도 다 가정이 있고 아이들도 있어요. 엄마 역할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도 좋았고요. 일상적인 대사들에 차근차근 스며들면서 공감이 됐어요. 작고 예쁜 책 한권을 읽은 느낌이었죠. 물론 갑자기 남편의 아들을 돌봐야 하는 효진의 당황스러움을 어떻게 연기해야 될까? 라는 고민도 있었지만, 이런 매력적인 작품을 제시해주셔서 반가웠습니다."



32살 엄마와 16살 아들이라는 설정과 달리 영화의 결은 잔잔하고 따뜻하다. 자극적인 조미료는 없다. 임수정은 추레한 옷차림과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얼굴로 현실감을 높였다. 임수정은 효진에 대해 "남편과 사별하고 2년 동안 재밌는 것도, 신나는 것도 없는, 무료한 일상을 보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옷 입은 것만 봐도 신나는 게 하나도 없어 보이잖아요.(웃음) 작년 여름에 부산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때 '시카고 타자기'를 막 끝내고 피곤에 찌든 상황이었거든요. 이동은 감독님께서 제 모습에 아주 만족하더라고요. 하하. 얼굴이 부었으면 부은 대로, 다크서클이 있으면 있는 대로, 뾰루지가 있으면 가리지 않은 그대로, 리얼하게 담았어요. 효진은 종욱을 받아들이면서, 활력과 생기가 생겨요. 우울감이 있는 사람이 돌봐야할 대상이 생기면 에너지가 나오기도 하거든요. 종욱의 등장은 효진이 무력감을 벗어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거죠. 그 과정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잘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아들 역을 맡은 윤찬영에 대해서는 "내가 꽤나 어려웠을 것"이라며 "엄마와 누나 사이에 있어서 호칭으로는 날 호칭으로 부르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본인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면이 있더라. 서로 성향이 비슷해서 천천히 친해졌다. 곧 촬영에 들어간다는데, 커피차를 보내려고 한다"고 미소를 뗬다.

2001년 드라마 '학교4'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18년차 배우가 됐다. 로맨스, 스릴러, 멜로, 코미디 등 다양한 작품에서 두각을 드러내왔던 임수정은 "뒤돌아보면 어떻게 배우를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다"고 의외의 고백을 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 앞에 서야 되는 자리에 가면 긴장하고 얼굴도 빨개져요. 어렸을 때, 단상에 나서야할 일이 있을 때는 심장이 쿵쿵 뛰고 땀을 흘리는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지금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되는 순간이 오면 떨려요.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될지 모르겠죠.(웃음) 촬영현장에서도 모두가 저를 지켜보고 둘러싸고 있잖아요. 배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데 연기를 할 때만큼은 너무 행복하고, 인간적으로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걸 느껴요. (배우하기를) 잘했죠."

'당신의 부탁'을 통해서는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임수정은 "감정이 차올라도 그것이 표현이 안 될 때도 있었는데, 힘을 빼니까 연기적인 유연함을 느껴졌다"며 "살짝 달라진 게 느껴진다. 다음 작품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새로운 얼굴의 임수정을 기대케 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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