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즌의 초반이다. 현재 주춤할 수 있으나 미래에는 늘 그렇듯 제 위치에 올라있을 수 있다. 하지만 박병호는 팬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스스로 채찍질을 했다. 어쩌면 스스로 정한 기대치의 기준이 더 엄격할지 모른다.
박병호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고척 두산전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2시간30분 후 부상으로 부축을 받으며 무대를 퇴장할 것이라고 서로 꿈에도 몰랐다.
넥센 박병호는 13일 고척 두산전에서 왼 종아리 근육을 다쳤다. 사진=김재현 기자 |
박병호는 12일 울산 롯데전에서 1회초 적시타를 쳤다. 6일 광주 KIA전 이후 5경기 만에 안타였다. 그리고 23번째 타석 만이었다.
박병호는 7회초에도 볼넷을 얻으며 1루 주자 김하성을 2루로 보냈다. 김하성은 김태완의 안타로 홈을 밟았다. 1점차 승부에서 귀중한 추가점이었다. 넥센은 그날 5연패를 탈출했다.
그러나 박병호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만족하기 어려웠다. “(타격감이)안 좋으니까 그렇지 않겠는가.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렸으나 다음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
박병호는 책임감이 크다. 지금은 더 커졌다. 팀의 부진은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침체된 타선을 깨우지 못했다.
“내게 주어진 역할을 잘하고 싶은데 연패 기간 내가 한 게 하나도 없다. 내가 좀 더 해줬으면 연패도 일찍 끝낼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팀에 미안하다는 그 말 외에는.”
박병호는 잘하고 싶었다. 누구나 가지는 생각이나 그는 누구보다 더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야구를 잘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그것이 내 스타일이기도 하다. 나 스스로를 더욱 쪼고 있다. 어쩌겠나. 잘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할 따름이다.”
박병호는 훈련을 할 때도 구슬땀을 흘렸다. 타격 훈련에서도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지금까지 보여준 게 부족하기에 더욱 열심히 했다.
책임감은 부담감이기도 하다. 부상도 그 연장선일지 모른다. 몸이 아프기 전 마음부터 힘들었던 박병호였다. 그는 현재 왼 다리에 깁스를 했다. 자신의 다리를 보고 마음이 더 무거울 터다. 팀에 대한 미안함은 더 커질 테고.
내야 땅볼 후 1루를 향해 힘껏 달리려던 박병호는 심한 통증에 혼자서 걷기도 힘들었다. 종아리 근육 파열. 복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잠시의 쉼표, 그에게는 치유의 시간이다. 몸도 마음도. 팬은 건강을 회복해 다시 타석에 설 박병호를 기다릴 것이다. 그때 박병호의 야구를 보여주면 된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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