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진영 기자] '키스 먼저 할까요’ 이보다 애틋하고 슬픈 눈맞춤이 또 있을까.
드라마가 사랑의 깊이를 쉽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마저도 가볍고 직관적인 것을 찾는 지금의 우리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고 상대의 생애를 품으려는 사랑은 어쩌면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가늠할 수 없는 사랑의 깊이마저 납득하게 만드는 배우들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극본 배유미/연출 손정현/제작 SM C&C) 31~32회에서는 결국 모든 감정을 쏟아내고 서로를 바라보게 된 손무한(감우성 분), 안순진(김선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당신 탓이 아니다”, “당신에게 원한 건 죄책감이 아니다”라는 말은 겉으론 비록 돌아섰을지언정, 이들의 진심과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처절하게 담고 있었다.
딸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달라고, 나는 사랑이었다고, 그래서 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 뒤 안순진은 손무한의 곁을 떠났다. 손무한은 묵묵히 그녀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작별을 고한 두 사람은 각자의 공간에서 먹먹하게 서로의 기억들을 떠올렸다. 모든 순간이 소중해서, 상대를 향한 내 마음이 한없이 깊어서, 나를 향한 상대의 깊은 마음도 느껴져서 두 사람은 그저 울었다.
그러던 중 손무한의 전 부인 강석영(한고은 분)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은경수(오지호 분)로부터 손무한이 존엄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 그녀는 손무한이 딸을 애써 돌려보내려는 것도, 사랑하는 안순진과 멀어지려는 것도 모두 안타까웠다. 결국 강석영은 안순진에게 손무한의 상황을 모두 알렸다. 안순진이 손무한을 말려주길, 손무한 곁에 머물러주길 바래서였다.
그러나 손무한, 안순진은 계속 맴돌 수 밖에 없었다. 다가서면 상대가 힘겨워질까 하는 마음이 크기에.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안순진 딸의 재판일이 다가왔다. 변호사조차 모습을 감춘 탓에 안순진은 홀로 쓸쓸한 재판정에 앉아 있었다. 그 순간 문이 열렸고, 손무한이 서 있었다. 손무한은 증인석에 앉았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던 안순진의 시선. 그렇게 두 사람은 눈을 맞췄다.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깊은 감정이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 가득했다.
한없이 애틋한 눈맞춤이었다. 어떤 오열보다도 슬픈 눈맞춤이었다. ‘키스 먼저 할까요’를 따라온 시청자들이라면 꾹꾹 눌러 담아야 했던 두 사람의 감정을 모두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모습이 폭발하듯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보다도 더 슬프게 와 닿은 것이다.
이 같은 극적인 슬픔과 몰입도에 큰 몫을 한 것이 배우들의 열연이다. 흔히 “눈으로 말한다”는 말을 하지만, 이날 감우성 김선아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정말 눈으로 인물들의 모든 감정을 남김 없이 표현했다. 60분 내내 시청자를 극에 취하게 했던 두 배우의 열연이 진가를 발휘한 순간이다.
방송 말미 에필로그에서 손무한이 말했다. “그녀의 삶이 나의 삶을 잠식했다”고. TV앞 시청자를 사랑이란 감정에 잠식당하게 만들고, 명품연기에 취하게 만드는 ‘키스 먼저 할까요’. 이 드라마의 여운이 유독 길게 느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parkjy@osen.co.kr
[사진] '키스 먼저 할까요'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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