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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KBO리그의 첫 미세먼지 취소…일본은 사유도 더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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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최민규 전문위원] 6일 예정됐던 프로야구 5경기 중 수도권(서울, 인천, 수원) 세 경기가 취소됐다.

이날 수도권 일대에는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KBO는 지난 2016년 리그규정을 개정해 미세먼지 주의보를 경기 취소 요건에 포함시켰다. 실제 미세먼지를 이유로 정규시즌 경기가 취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야구는 스케줄의 준수를 생명으로 한다. 1876년 창설한 미국의 내셔널리그는 앞서 소멸했던 다른 메이저리그들과는 달리 지금도 존속하고 있다. 이유 중 하나는 초기부터 정해진 일정을 치르지 않는 구단을 퇴출시키는 등 페넌트레이스 스케줄을 안정시켰기 때문이다. 지금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웬만한 악천후에도 경기를 치르는 데는 ‘일정 엄수’라는 전통도 한 이유로 작용한다.
매일경제

일본 NPB리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중단하거나 순연된 사례가 많다. 사진=MK스포츠 DB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치르지 못하는 경기도 있다. KBO리그에선 우천 순연이 대표적이다. 프로야구 역사가 오래되고 자연과 문화 환경이 다른 이웃 일본에선 다른 이유로 경기가 중단되거나 순연된 사례가 많다.

1938년 도쿄 자이언츠와 나고야 긴코전은 5회에 노게임이 선언됐다. 이 경기는 도쿄만 매립지 내 스자키구장에서 열렸다. 밀물 때문에 수위가 올라갔고, 구장이 바닷물 때문에 침수됐다. 일본 프로야구 사상 유일한 ‘만조 침수에 의한 중단’ 사례였다.

2004년 9월 18~19일 열릴 예정이었던 양대리그 12경기는 모두 열리지 못했다. 당시 일본 야구계의 화두였던 프로야구 재편을 두고 구단과 선수 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단체행동권을 가지고 있던 일본프로야구선수회는 이틀에 걸쳐 사상 처음이자 아직까지 유일한 파업을 단행했다.

선수 파업으로 인한 경기 중단은 메이저리그에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철도 파업에 따른 경기 중단은 일본 프로야구의 특징이다. 일본은 철도교통이 발달한 나라다. 철도회사들이 운행 수입을 늘리기 위해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철도 파업으로 인해 열리지 못한 경기는 모두 33회다.

파업이 아닌 철도 사고로 인한 경기 중단 사례도 여섯 번이나 있다. 일본 구단들은 원정 경기를 앞두고 고속철도인 신칸센으로 이동한다. 신칸센이 사고나 기상 악화로 운행을 중단해 선수단이 이동할 수 없어 경기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비행기 결항으로 선수단 발이 묶여 열리지 못한 경기도 다섯 번이다.

1979년 7월 13일 난카이 호크스는 도쿄 원정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야구장에 두 팀 선수단이 모두 와 있었고, 팬들도 입장했다. 하지만 선수단 유니폼과 장비를 실은 트럭이 교통체증으로 도착하지 못했던 게 이유였다.

한신 타이거스는 1975년 8월 23, 24일 예정된 홈 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8월은 한신의 홈구장인 고시엔구장에서 고교야구선수권 대회가 열리는 달이다. 대회는 원래 18일에 끝날 예정이었지만 예상보다 긴 장마로 결승전이 24일에야 열렸다. 고교야구 결승전 때문에 프로 경기 일정이 순연됐다. 그만큼 고시엔 대회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후쿠오카 다이에 호크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2000년 일본시리즈에서 격돌했다. 3, 4차전은 후쿠오카돔에서 10월 24, 25일에 열리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이미 3년 전에 일본뇌신경외과학회가 이날 후쿠오카돔을 예약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해 일본 시리즈는 1~3차전을 연속으로 치르고 이틀 휴식, 그리고 다시 4연전이라는 기형적인 일정으로 치러졌다.

비극적인 사고가 프로야구 일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1951년 8월 19일 나고야 드래건스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경기는 3회에 중단됐다. 경기 속행이 불가능했던 이유는 화재였다. 목조스탠드에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가 큰 불을 일으켰다. 사상자 322명이 나온 대형 참사였다. 전소된 나고야구장은 이듬해에야 철근 콘크리트 건물로 재건됐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난 뒤에는 프로야구 개막일이 3월 25일에서 4월 12일로 변경됐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때도 세 경기가 중단됐다. 1978년 7월 예정됐던 크라운라이터 라이온스와 롯데 오리온스의 세 경기는 사쿠라지마 화산 분화로 순연됐다.

2차 세계대전 때는 미군의 공습으로 세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일본은 입헌군주제 국가다. 2000년 7월 25일 열릴 올스타 3차전은 히로히토 덴노의 아내인 고준 왕후의 장례식 일정과 겹쳐 하루 순연됐다. didofidom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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