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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김현수가 뒤흔든 LG-두산의 잠실 라이벌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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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다시 온 잠실구장. 바뀐 유니폼과 시작된 라이벌 매치. 김현수(31·LG)와 LG 트윈스-두산 베어스간 만들어갈 이야기가 더 흥미로워졌다.

사실 최근 성적만 보면 두산이 어느 정도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LG와 두산의 라이벌 구도는 단순 성적만을 포함하지 않는다. 한 경기장을 같이 쓴다는 점, 여기에 양 팀 모두 한 지역의 팬을 두고 경쟁하고 있으며 리그 대표 인기팀이도 하다. 매번 경쟁이 뜨거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 팀 사이에서는 경기를 치를 때 귀가하는 동선, 특히 이겼을 때 졌을 때까지도 구분될 정도로 치열한 속사정이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양 팀 대표선수들이 공개적으로 상대팀에 대한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기도 한다. 가장 최근 만해도 2018 미디어데이 현장서 두산 오재원이 LG와 한국시리즈에서 붙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만큼 양 팀이 느끼는 라이벌 의식은 팬들만큼이나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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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니폼을 입고 두산을 상대한 김현수(사진)가 3일 경기 9회초 극적인 동점포로 강한 존재감을 내뿜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가뜩이나 뜨거운 양 팀 사이. 올 시즌은 테마가 한 가지 더 늘었다. 2년 전까지 두산을 대표하던 김현수가 LG 유니폼을 입게 된 것. 2년간 미국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김현수를 향한 양 팀의 노선이 달랐고 상황도 변했다. 떠들썩했던 과정을 거친 뒤 그렇게 김현수는 친정팀과 가장 가깝게 위치하고 또 가장 라이벌 의식이 불타는 경쟁팀에 입단, 새로운 대결을 준비했다.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 팀의 올 시즌 첫 매치업은 그래서 더 주목을 받았다.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의 모든 행동들은 관심의 대상이 됐고 이를 둘러싼 양 팀의 팽팽함도 화제요소였다. 물론 김현수는 말을 아꼈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며 또 스스로에게도 부담스럽지 않고 싶었을 터다.

사령탑들도 관련 질문을 숱하게 받아왔지만 경기 당일에는 더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처한 상황에 따라 달랐다. 두산 김태형 감독 입장에서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면서도 우리(두산)와의 경기에서는 잘 못 쳤으면 좋겠다는 진심 반 농담 반 너스레를 떨었다. LG 류중일 감독은 상대팀 반응을 이해한다면서도 “현수가 요즘 컨디션이 괜찮더라”며 은근한 기대심리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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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사진) 가세 속 LG와 두산의 라이벌전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김현수는 첫 타석에 들어설 때 두산 팬들을 향해 인사하며 지난 시간 보내준 사랑에 대한 감사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두산 팬들 역시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팬들도 사정을 알고 이해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은 훈훈했다.

김현수는 3일 경기,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초반에는 범타에 그치며 특별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던 6회말 두산 오재일이 날린 펜스 앞 깊은 타구를 그림 같은 자세로 잡아내는 호수비를 선보였다. 그렇게 이날 경기 첫 번째 존재감을 알린 김현수는 2-4로 밀리던 9회초 패색이 짙던 순간,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든 동점 투런포를 날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절묘했던 상황과 타이밍, LG팬과 두산팬의 희비가 엇갈리고 양 팀의 복잡한 감정은 터져버렸다. 마치 드라마 시나리오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김현수의 호수비와 극적 투런 포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연장접전 끝 두산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렇게 김현수의 공격에서 한 방, 수비에서 한 번 임팩트는 다소 김이 빠져버리게 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강렬했던 시작만큼 앞으로를 향한 기대감도 안겼다. 점점 친정팀과 소속팀 구도는 옅어지고 LG맨으로서 김현수가 남게 되겠지만 양 팀의 라이벌 구도에는 더 불이 지펴졌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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