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2018시즌 첫 라이벌 매치. 이들의 대결은 언제나 화제와 관심이 쏟아진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그 의미가 더했다. 선수 한 명으로 말미암은 미묘한 관계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FA계약을 체결한 김현수는 지난 2년 동안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기 전 두산의 대표적 스타였다. 그런 그가 한 지붕 라이벌로 팀을 옮겼고 이는 양 팀의 라이벌구도에 더욱 불을 지폈다. 시범경기부터 화제가 됐다. 김현수는 3월13일 두산과의 시범경기 첫 타석 때 두산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3안타를 날렸다. 이날도 첫 타석을 앞두고 예의를 담아 인사했다. 두산 팬들은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김현수(사진)가 3일 LG와 두산의 시즌 첫 경기를 지배했다. 사진(잠실)=천정환 기자 |
경기는 경기. 김현수는 이날 초반 두 타석 동안 범타에 그쳤다.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 빛났다. 김현수는 팽팽한 흐름 속 6회말, 오재일이 날린 좌익수 방면 깊은 타구를 펜스 앞에서 잡는데 성공했다. 몸을 날린 그림 같은 호수비. 만약 놓쳤다면 두산 쪽으로 큰 기회로 연결될 수 있었다.
호수비로 활짝 웃은 김현수는, LG가 2-4로 코너에 몰린 9회초 무사 1루 상황 기회서 타석에 섰다. 8회초 LG의 추가점 실패와 8회말 두산 오재일의 투런포로 분위기가 두산 쪽으로 기운 만큼 부담스러운 상황.
김현수는 이때 김강률의 133km 포크볼을 공략해 동점 투런포를 만든다. 이번에는 공격에서 순식간에 분위기를 다시 바꿔놓은 것. LG팬과 두산 팬 희비가 완벽히 엇갈린 순간이자 김현수가 라이벌 매치 시작을 제대로 장식한 한 방이었다. 김현수 역시 이 홈런을 친 뒤 함박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그만큼 의미가 깊은 한 방이 분명했다.
다만 후속타 불발로 경기는 연장까지 이어졌고 결국 11회말 최주환의 끝내기 안타로 두산이 승리했다. 김현수의 활약은 LG를 붙잡아 올렸지만 승리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결과와 무관한 존재감만큼은 엄청났다. 김현수의 올 시즌 남은 두산전이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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