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종서 기자] 어긋난 일부 팬들의 과격한 행동에 선수들의 퇴근길이 위협받고 있다.
지난 3월 31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는 NC 다이노스에 5-10으로 패배했다. 개막 후 7연패. 경기 내용도 아쉬웠다. 4-5로 지고 있던 8회말 롯데는 5-5 동점을 만들었지만, 9회초 마무리투수 손승락이 5실점으로 무너졌다.
오랜 시간 개막을 기다렸던 가운데 승리가 좀처럼 닿지 않자 팬들의 아쉬움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경기 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사직구장 중앙 출입문 근처에서 퇴근하는 이대호를 향해 치킨 박스가 날아들었다.
치킨 박스에 맞은 이대호는 뒤를 돌아봤고, 화를 참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치킨 박스였기 망정이지 흉기나 날카로운 물건이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선수들의 퇴근길은 팬들과 선수들이 가까이에서 만날 기회다. 많은 팬은 경기를 마친 선수를 향해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거나 장소에 따라서는 사인 요청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쉬운 경기 내용이 나왔을 때는 어긋난 팬심으로 선수들은 무방비에 노출돼 위협을 받기도 한다.
두산과 LG가 홈으로 쓰는 잠실구장. 원정 선수들은 대부분 중앙 출입문으로 나서고 홈 선수들은 구단 사무실(두산 1루, LG 3루)과 연결된 출구로 밖으로 나선다. 팬들은 선수들이 나오는 길에 삼삼오오 모여서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안전 요원이 서 있는다.
다소 협소한 공간 탓에 팬들과 선수의 간격은 상당히 가깝다. 특히 느지막이 퇴근하는 선수의 경우 안전 요원도, 안전 띠도 없는 경우가 많다. 무방비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실제 지난 2013년 LG와 삼성의 경기를 마친 뒤 배영수(당시 삼성)는 한 팬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을 당했다. 배영수는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팬과 싸움을 벌일 수도 없는 일. 분통만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원정팀의 경우 그나마 안전선이 있어 직접적인 가해를 당하는 경우가 적다. 그러나 LG와 두산 선수의 경우 자가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경우 차량 앞에서 퇴근하려는 선수와 붙잡는 팬 사이에서 실랑이가 일어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일부 선수의 경우 성적이 부진할 경우 고가의 차량이 팬들에게 테러를 당해 손상당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달 29일에는 고척에서 원정경기를 마치고 잠실로 돌아온 선수단을 발견한 팬들이 선수를 붙잡고 길을 막은 경우도 있었다. 3시간 넘는 경기에 지친 선수는 길을 터 달라고 요청했지만, 수 많은 팬의 사인, 사진 공세에 한참동안을 길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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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구장 뿐 아니다. 케이티위즈파크를 비롯해 대전 한화이글스생명파크,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등 역시 안전띠를 설치하거나 경호원이 붙지만,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팬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사실 팬들 주변에 안전요원이 있고, 또 선수 주위에 안전 요원 두 명이 따라붙기는 하지만, 이대호 사건과 같은 일을 100% 막기는 어렵다”라며 “팬들의 성숙한 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메이저리그 구장의 경우 주차장부터 선수 전용으로 격리가 돼 있어 팬들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야구장 안에서만 팬들과 선수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등 신축 구장이 메이저리그와 가장 유사한 형태다. 라이온즈파크 역시 선수단 및 관계자 주차장이 팬 주차장과 따로 마련돼 있어 팬들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
KIA 관계자는 "선수들은 챔피언스파크 지하주차장 1층에 별도로 선수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경호원이 팬들의 접근을 막는다. 팬들은 멀리서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퇴근길 선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없어 아쉬움의 소리도 나온다. 삼성 관계자는 “팬들의 아쉬움을 알고 있지만, 경기 후 단상 인터뷰를 하고, 또 정기적으로 사인회를 개최하면서 최대한 스킨십을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선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삼성라이온즈파크, KIA 챔피언스필드와 같이 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대부분 다른 구장들은 당장 야구장 구조를 변경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한층 더 성숙한 팬 의식이 동반돼야만 한다. /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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