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이지은 기자] "잘 돌아왔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박병호(31·넥센)는 지난 24일 바라본 고척돔의 풍경을 잊지 못한다.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을 환대해주는 팬들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보고 싶었습니다"라는 간질간질한 말도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초이스와 100홈런을 합작해달라"는 동화 같은(?) 기대를 해놓은 상태다. 2년 연속 50홈런 이상을 때려냈던 이전의 위엄을 생각하면 실현 가능하다고 여길 법도 하다. 그러나 돌아온 박병호가 이전과 같은 활약을 해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박병호가 돌아온 이상, 넥센 부동의 4번 타자는 박병호라는 점이다.
◆홈런=지난 28일 고척 LG전에서 박병호는 시즌 마수걸이포를 쏘아올렸다. 선발 임찬규의 낮은 체인지업을 퍼올린 좌월 투런포였다. 비록 팀이 지긴 했지만, 4경기 만에 손맛을 봤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박병호는 "더그아웃에 들어오니 세리머니를 안 해주는 분위기이더라. 그럴 점수 차는 아니었는데, 그만큼 팀 분위기가 좋다는 의미 아니겠나. 내 홈런으로 역전이 됐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박병호의 유턴이 결정되자마자 2018시즌 홈런왕 구도는 변화했다. 비시즌 내내 최정(SK)과 비교되는 것도 피할 수 없었다. "홈런을 의식하고 있지는 않지만,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10%'정도만 한 것 같다"라며 웃던 박병호는 "확실히 고척은 넓은 야구장이다. 그간 경기를 통틀어서도 첫 장타였으니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4번타자=박병호는 자신의 첫 홈런을 이야기하면서도 계속 팀의 패배를 언급했다. 자신이 해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 즉 4번타자의 책임감 때문이다. "4번타자로서 홈런보다는 타점에 더 신경이 쓰인다. 경기마다 점수가 많이 나온 게 아니었다. 기회가 오면 해줘야 하는데, 살리지 못해서 아쉽다"라고 지난 경기들을 돌이켰다.
그러나 박병호가 가세한 넥센의 타선은 무게감부터가 다르다. 2017년은 특히 4번 타자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는 시즌이었다. 외인 타자가 전력의 상수가 되지 못하면서 여러 베테랑을 4번 자리에 넣어봤지만 이렇다 할 소득이 없었다. 김하성이 제 역할을 해주긴 했지만 젊은 타자가 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장 감독은 "타순을 짤 때 4번은 고정하고 시작한다. 시즌 내내 든든할 것 같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도루=4번 타자 홈런왕이 도루를 한다? '박병호 도루하는 소리'는 농담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했던 2012년 31홈런을 치면서도 20도루를 했고, 이후에도 한 시즌 10도루를 꼬박 성공시키고 있다. 2018시즌 개막 후에도 한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는 태그아웃. 장 감독은 "내가 도루 사인을 냈다. 박병호도 뛸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당시를 떠올리던 박병호는 "사인이 나와서 한 번 뛰었는데 그대로 죽었다. 코치님한테 '올 시즌 도루는 이제 끝난 것 같다'고 했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이는 박병호식 겸손의 표현. 이내 "주루도 열심히 해야 한다. 나는 빠르진 않지만, 느리지도 않다. 내 역할이 있다면 최대한 노력해서 소화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도루를 시도하는 박병호의 모습은 남은 시즌 종종 볼 수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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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O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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