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두고 쏟아진 KIA를 향한 견제와 고평가. 김기태 감독은 손사래를 쳤지만 분위기는 자연스러웠다. 단순 지난 시즌 우승팀이어서만은 아니다. 비시즌 누수자원이 적었고 무엇보다 지난해 보여준 압도적인 선수들의 기량과 경험이 장기 레이스에서 힘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물론 주축선수들이 대부분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기에 올 시즌도 그만한 성적을 거둔다고 생각하기란 쉽지 않았다. 상대의 견제도 강해질 터. 일부 젊은 선수들이 합류했지만 큰 폭의 보강작업이 없던 부분은 분명 리스크가 되기에 충분했다.
디펜딩 챔피언 KIA가 시즌 초반부터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그런 사이 시즌이 개막했다. KIA는 기상악화 불운으로 시범경기를 단 5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가뜩이나 적은 실전일정인데 그조차 줄어든 것. 하지만 김기태 감독은 걱정하지 않았다. “빨리 시즌이 개막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상대팀들이 강해졌다고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도 KIA 역시 강해졌다며 우승팀다운 자신감을 선사했다.
시즌이 시작됐고 아직 3경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KIA의 전력은 소위 빈틈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기 충분하다. 24일 KT전 12안타, 25일 KT전 16안타, 27일 삼성전 14안타. 24일 경기서는 몸이 덜 풀렸는지 방망이가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하며 패했지만 나머지 두 경기에서는 그야말로 활화산처럼 터졌다. 상대 마운드를 무자비하게 공략했고 승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선발투수 헥터 노에시는 5⅓이닝 4실점으로 다소 부진했으나 다음날 양현종이 7이닝 1실점, 27일 팻딘이 6⅓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펼쳤다. 박정수부터 임창용까지 이어진 신구조화 불펜진도 순항했다. 별다른 위기상황이 없어서 부담도 적었던 만큼 흔들리는 내용은 없었다.
언뜻 KIA의 전력은 지난해와 견줘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 견고해졌고 상승했다. 눈에 띄는 긍정요소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KIA의 2018전력은 2017년과는 여러 의미에서 나아지고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
2017시즌 초반 극도로 부진하던 버나디나는 올 시즌은 초반부터 펄펄 날고 있다. 27일 경기서 첫 손맛을 봤고 12타수 7안타라는 놀라운 페이스를 자랑 중이다. 검증된 타자로서 의문점을 혹시나하는 변수는 스스로 지웠다. 기량하락이 걱정되던 이범호도 25일 멀티홈런을 날리는 등 실전에서 강한 스타일을 뿜어냈다. 시범경기부터 불방망이를 자랑하던 나지완 역시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밖에 지난해와 달리 KIA의 시작을 함께하는 이명기와 김민식도 뜨거운 감을 자랑하고 있어 타선의 무게감이 달라지게 했다. 정성훈은 언제든지 한 방 쳐줄 백업대타로 대기하고 있으며 주전을 위협하는 최원준은 지난해보다 더 성장한 모양새. 황윤호 등 백업멤버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릴 만하다.
양현종은 지난해 리그 최고투수가 됐지만 올해 첫 경기를 깔끔하게 장식하며 위력을 펼쳤다. 몰라보게 달라진 KT 타선을 상대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팻딘도 마찬가지. 비시즌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선보인 팻딘은 시범경기서 강한 인상을 남기더니 정규시즌 첫 경기도 무실점 역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점차 자리잡아갈 헥터까지 생각하면 원투쓰리펀치의 위력이 무시무시하다.
불펜은 김세현이 KIA의 초반을 함께하며 임창용, 김윤동, 임기준 등 필승조 조합도 완성된 상태로 시작한다. 지난해 초중반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는데 그 결과물을 올 시즌부터 선보인다. 한층 안정적이다.
가장 큰 차이는 선수단 내부에 퍼진 승리 DNA다. KIA 선수들은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는 말을 투수, 타자 가릴 것 없이 반복한다. 우승에 대한 부담을 덜어냈고 자신감은 한층 상승했다.
hhssjj27@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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