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러시아 군인의 속옷, 텔냐쉬카(Telnyashka)
텔냐쉬카(Telnyashka)는 수평의 파란색 줄무늬가 있는 러시아군의 속옷 상의다. 우선 이 '속옷'의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구 유럽 군대의 속옷이란 군복 속에 입는 기능성 셔츠다. 땀을 흡수하고 겉옷과의 마찰을 줄여준다. 또 아래처럼 '브이(V)' 자로 벌어진 앞섶을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 일본 자위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 군은 '속옷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라'고 규제한다. 아마 복장에 대한 문화인식의 차이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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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육해공군 등의 군복 착용 모습. 모두 앞섶으로 속옷이 보인다. /출처 : https://www.quora.com/Why-do-U-S-forces-have-different-uniforms |
어쨌든 텔냐쉬카는, 오늘날 '러시아 해군' 혹은 '러시아 공수부대' 하면 흰 바탕에 푸른 줄무늬가 생각날 정도로 유명한 러시아군의 속옷이다. 러시아 해병대와 국경수비대 장병들도 입고 줄무늬의 색은 각각 다르다.
2. 프랑스 선원들이 입던 웃옷, 마리니에르(Mariniere)
텔냐쉬카는 19세기 브르타뉴 출신 프랑스 선원들이 입던 마리니에르(Mariniere)에서 왔다. 브르타뉴 선원 중에서도 원양선을 탄 이들에게만 마리니에르를 입을 자격이 주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마리니에르를 입었다는 것은 그가 원양 항해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라는 증거였다. 이는 나중에 원양선단의 유니폼이 됐다.
마리니에르는 흰 바탕 위에 푸른 줄무늬가 들어간 면 소재의 긴팔 셔츠였다. 푸른 줄의 두께는 1㎝, 줄 간 간격은 2㎝가 표준이다. 목 부분은 헐거워야 했고 소매는 7부 길이로 겉옷 밖으로 나오면 안 되었다. 줄무늬가 들어간 이유에 대해서는 바다에 빠졌을 때 잘 보이도록 그렇게 했다, 눈에 잘 띄어서 선원들이 숨거나 도망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등 여러 설이 있다. 마리니에르는 19세기 중반부터 프랑스 해군의 정식 복장이 됐고 지금도 프랑스 해군은 마리니에르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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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프랑스 해군을 선내에서 촬영한 모습(좌), 오늘날의 프랑스 해군(우) /출처 : http://www.russianwomendiscussion.com/index.php?topic=14065.450; https://www.defense.gouv.fr/actualites/articles/le-saviez-vous-la-mariniere |
3. 텔냐쉬카가 된 마리니에르
마리니에르가 러시아로 들어온 것은 19세기 말이다. 러시아에서는 이 옷을 텔냐쉬카로 불렀다. 텔냐쉬카는 러시아말로 '몸에 꼭 맞는 속옷(셔츠)'을 의미했다.
1874년 8월 19일,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 2세는 텔냐쉬카를 러시아 해군의 공식 복장으로 지정했다(러시아에서는 이날을 '텔냐쉬카의 날'로 기념하기도 한다). 소재는 울과 면을 반반씩 섞은 것으로 했으며 푸른 줄의 두께는 1.1㎝, 줄 간격은 4.4㎝로 지정했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디자인이었다(줄 두께와 간격을 같게 한 디자인은 1912년부터 적용됐다).
텔냐쉬카는 러시아 해군에서 해병대로, 또 공수부대로 전해졌다. 해군에서 해병대가 나왔고, 공수부대를 창설할 때 해병대를 모체부대로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 군인들의 텔냐쉬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해병대의 경우 텔냐쉬카를 '바다의 영혼'으로 부르기도 한다. 마치 한국 해병대가 팔각모나 빨간 명찰을 해병대의 상징, 자부심이라 여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러시아 해군, 해병대, 공수부대 등의 텔냐쉬카는 서로 색이 다르다. 소매가 없는 하계용, 두꺼운 소재의 동계용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디자인이 존재한다.
4. 다양한 색의 텔냐쉬카
아래의 그림은 러시아군의 텔냐쉬카를 색깔별로 구분한 것이다. 좌로부터 응급상황부(우리의 재난안전대책본부), 대응군(주황색), 해병대(진한 청색), 국경수비대(녹색), 공수부대(밝은 청색), 내무군 공수부대(진한 적색)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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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의 색깔별 텔냐쉬카 /출처 : http://diletant.media/articles/25738395/ |
러시아 군인들이 입고 있는 여러 가지 색의 텔냐쉬카를 사진으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가. 해군 : 청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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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러시아 혁명에 참가한 해군의 모습 /출처=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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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해군 /출처=https://www.desertrat.se/cccp-sovjet-ryssland/ |
나. 응급상황부 대응군 : 주황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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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파란색 속옷을 입은 모습(좌), 2018년 주황색 텔냐쉬카를 입은 모습(우). 2018년에 응급상황부 대응군을 공수부대 수준으로 확대개편하면서 복장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출처=http://71.mchs.gov.ru/pressroom/news/item/2613311/; https://66.ru/news/society/165554/ |
다. 해병대 : 진한 청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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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출처=위키피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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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사열을 받고 있는 해병대의 모습 /출처=http://government.ru/en/ |
라. 국경수비대 : 녹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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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출처=위키피디아 |
마. 공수부대 : 밝은 청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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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모스크바에서 촬영한 한 공수연대장의 사진(좌), 1989년 소련 공수부대 사열 장면(우) /출처=https://pikabu.ru/story/narukavnyie_znaki_vozdushnodesantnyikh_voysk_sssr_5707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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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러시아 공수부대 /출처=핀터레스트 |
바. 내무군 소속 공수부대 : 진한 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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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무군 소속 공수부대 /출처=https://sputniknews.com/russia/201508271026278823/ |
(하)편에 계속
[남보람 전쟁사 연구자, 육군군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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