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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박대웅의 해시태그] #손흥민 #알리 #설전 #악플 #팬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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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소속 델레 알리 SNS 계정에 일부 한국 팬들이 악플을 남겼다. /델리 알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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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야이 XXX야, 왜 욕해!"

12일(한국시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델레 알리(22)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악플이다. #알리는 이날 잉글랜드 본머스 바이탈리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토트넘과 본머스의 2017~2018시즌 EPL 30라운드 원정 경기에 '손날두' #손흥민(26)과 함께 선발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알리는 동점골을, 손흥민은 역전골과 추가골로 4경기 연속 멀티 득점에 성공했다. 알리와 손흥민 모두 만점 활약을 했다. 후반 25분 불거진 알리와 손흥민의 말다툼이 옥에 티였다.

당시 알리는 오른쪽 측면에서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패스했고, 손흥민은 쇄도하는 알리에게 다시 패스를 내주는 대신 슈팅을 선택했다. 측면 사각지대였고, 상대 수비 3명이 둘러싼 상황이었던 만큼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슈팅 후 중계 카메라는 손흥민을 클로즈업했다. 정황상 리턴 패스를 해주지 않은 것에 알리가 불만을 표현했고, 손흥민 역시 물러서지 않고 맞선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 수 없지만, 유럽 축구에서 경기 중 선수들 사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 자주 발생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일부 국내 팬은 알리의 SNS 계정을 찾아 악플을 남겼다.

손흥민을 아끼고 응원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일그러진 #팬덤이다. 방법 역시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많은 악플에서 델리를 향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목격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악플러를 향한 다수 누리꾼들의 원색적 비난이다. 실제로 많은 누리꾼들은 악성 댓글을 단 사람들에게 "관종이다" "병신" "닥쳐" "축구 1도 모르는 XX" "너 같은 XXX는 죽어야 돼" 등 글로 쓰기 거북할 정도의 댓글로 2차 피해를 양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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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사진)이 12일 2017~2018시즌 EPL 30라운드 본머스와 경기에서 화를 내는 델리 알리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SPOTV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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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과 알리의 설전은 단순한 해프닝이지만, 손흥민을 향한 엇갈린 팬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그 이유와 배경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 그래야 또 다른 싸움을 막을 수 있다. 손흥민과 알리의 설전이 인종차별과 욕을 할 만큼 그리 대단한 일일까. 한발 빠져 생각해 보면 그럴 일이 전혀 아니고, 막상 싸움에 한창인 이들이 그런 의심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많은 심리학자들은 주먹다짐이 아니고 말과 글로 하는 싸움이라도 당사자들은 터널에 갇히는 것과 같은 상황에 놓인다고 입을 모은다. 터널에 들어가면 터널 안만 보이고 밖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주변을 보지 못한 채 시야가 극도로 좁아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터널 시야(tunnel vision)'라고 한다. 누구든 어떤 일을 놓고 누군가와 싸우게 되면 터널 시야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손흥민과 알리 설전 역시 터널 시야에 갇힌 싸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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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알리(왼쪽)가 12일(한국시간) 본머스와 2017~2018시즌 EPL 30라운드 경기에서 손흥민에게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SPOTV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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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팬의 활동을 금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착하고 좋은 팬들만 기대할 수도 없고, 팬들을 교육하거나 계몽하려는 생각은 더 부질없다. 팬덤의 #딜레마다. 딜레마에 빠졌다고 해서 팬덤을 버릴 순 없다. 능동적이고 열정적인 팬덤은 손흥민은 물론 더 나아가 한국 축구 발전의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정상급 리그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의 모습은 분명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그렇다고 손흥민만 바라보며 다른 선수를 욕해서는 안 된다. 손흥민도 알리도 그럴 만해서 말다툼을 벌였을 뿐이다. 팬덤을 존중하되 다른 선수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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