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영화인 61.5% 성폭력 피해...조직문화 문제로 꼽혀" (종합)

여성 영화인 10명 중 6명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의 경우 10명 중 4명이 언어 성희롱을 당했고, 원치 않은 성관계를 요구받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센터 든든)의 개소 기념행사와 함께 '2017년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센터 든든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는 영화계 내 성폭력/성희롱 현황 파악을 위한 첫 번째 실태조사다.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기초조사의 성격을 지닌다. 추후 이를 기반으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 자료 축적,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조사는 2017년 7월 11일부터 9월 13일까지 배우, 작가, 스태프 등 영화계 종사자 총 749명(여성 467명, 남성 26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성폭력/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6.1%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성 응답자는 61.5%, 남성은 17.2%로 44.3%의 차이가 났다. 연령별로는 30대가 48.3%, 20대가 45.9% 순이었고, 직군별로는 작가(65.4%) 배우(61.0%) 연출(51.7%) 제작(50.0%) 순으로 많았다. 비정규직(50.6%)은 정규직(29.9%)에 비해 피해 수치가 높았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음담패설(28.2%)이었다.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 원치 않은 술자리 강요(23.4%), 특정 신체 부위를 쳐다봄(20.7%), 사적 만남이나 데이트 강요(18.8%), 원하지 않은 신체 접촉을 하거나 신체 접촉을 하도록 강요(15.8%) 순으로 나타났다. 모든 항목의 피해 비율은 여성이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의 경우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가 11.3%, 성적요구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 평가 등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8.4%, 친밀한 관계에서 원하지 않는 성행위 강요가 8.4%, 고용, 평가 등에서 이익을 조건으로 성적요구를 제안이 8.4% 등으로 집계됐다.

가해자 성별은 남성 71.6%, 여성 5.2%로, 남성에 의한 가해가 상당수였다. 피해자가 여성일 때 남성 가해자는 76.7%(여성 가해자 3.5%), 피해자가 남성일 때 남성 가해자가 43.5%(여성 가해자 17.4%)였다. 남성에 의한 가해가 상당수임을 알 수 있다.

가해자 지위는 상급자(48.7%)가 가장 많고, 피해 반복 정도는 여성(49.5%)이 남성(36.9%)보다 2회 이상의 반복·지속적인 피해를 경험했다. 사건 발생 장소는 술자리나 회식 장소가 44.3%로 가장 높게 나왔다.

발생 당시 대처 방식에 대해서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음이 44.1%로 높게 나왔고, 모른 척 하면서 살짝 피함이 30.7%로 나타났다. 피해를 알리거나 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넘어가는 것이 제일 나은 방법으로 생각되어서가 34.1%, 업계 내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이 31.0%였다.

무엇보다 76.0%가 사건이 적절히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여성 86.5%, 남성 58.8%를 보이며 여성이 남성보다 사건 해결에 대한 기대 정도가 매우 낮고 부정적 전망이 높았다. 해결 절차에 대한 체계적인 규정 필요에 89.4%가, 전문성을 갖춘 전담기구 및 담당자 필요에 88.7%가 동의했다.

영화계 성폭력/성희롱 발생 및 미해결 원인에 대해서는 인맥, 소문 등이 중요한 조직문화가 66.7%로 가장 높았다. 문제제기하기 어려운 권위적, 위계적 분위기(57.7%), 성차별적 인식과 문화(42.3%) 순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은 이날 MOU(업무협약)를 맺고 지난 1일 개소한 센터 든든의 사업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센터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활동인 성희롱·성폭력 예방 교육 및 콘텐츠 개발, 관련 캠페인 실시와 상담 및 조사·피해자 지원을 한다. 또한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 조사 및 캠페인을 위한 실태조사 및 연구,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제안, 그 외 문화변혁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이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심 대표는 "센터 든든은 성희롱/성폭력 예방뿐만 아니라 영화계 내 교육과 홍보활동, 피해자 보호와 지원 나아가 한국영화계 성평등을 위한 법안 제안을 목적으로 한다. 궁극적으로 성평등한 한국영화, 한국사회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사결과 발표 이후 토론회에 참석한 배우 문소리는 "피해자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폭로가 있지만 그것을 넘어 우리가 다 같이 할 수 있는 무엇이 생겼다는 것이 반갑다"면서 "폭로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넘어 머리와 마음을 맞대고 영화인들이 논의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그런 과제가 주어진 것 자체가 앞으로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할지 방향을 제시해주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메가박스플러스엠, 명필름,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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