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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오늘도 패럴림픽] 밀려온 관중 파도를 눈에만 담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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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그맣게 인 물결이 점차 커지더니 저 멀리서 들쑥날쑥 곡선을 그리며 가까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와아~!”

두 팔 번쩍 들며 일어선 관중들의 함성이 파도와 어울려 자리를 훑고 갔지만 결국 그는 일어날 수 없었다.

뻗은 두 팔에 담은 마음이 관중들의 ‘파도’와 함께 선수들에게 닿도록 응원할 뿐이었다.

지난 10일, 노르웨이와 이탈리아의 혼성 아이스하키 A조 예선이 열린 강릉하키센터.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와 함께 관중들의 파도타기 응원이 경기장을 커다란 바다로 만들었지만, 이날 경기장을 찾은 장애인 관중 A씨는 그들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휠체어 전용석에 자리한 그는 보호자 B씨와 함께 경기장에 왔다.

비장애인에게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파도타기 응원은 A씨에게 어쩔 수 없이 흘려보내는 물결이 됐다.

세계일보

강릉하키센터 휠체어 전용석. 사진=김동환 기자.


밀려온 파도가 하얗게 부서져 다시 바다로 나가듯, A씨에게 다가온 관중의 파도는 자리를 훑고 지나가 멀리서 잘게 흩어졌다.

파도가 경기장을 두어 바퀴 돌았지만 A씨는 이를 눈에만 담아야 했다.

보호자 B씨는 A씨가 지체장애를 앓고 있다고 했을 뿐 더 이상 말은 이어나가지 않았다. 파도타기 응원에 A씨가 즐거워하는 것을 보자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장애인 관중들의 스포츠를 즐기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체육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패럴림픽이 경기장 찾는 장애인 관중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간접적으로나마 경기 뛰는 선수들에게서 새로운 꿈과 용기를 얻을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었다.

A씨는 이날 밤, 관중들의 파도에 힘껏 몸을 일으킨 꿈을 꾸지 않았을까.

강릉=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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