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 이후 달라진 흥행 코드
130억 들인 코미디 ‘염력’ 참패
용산참사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골든슬럼버’ ‘흥부’ 등도 부진
권력 비판하지만 재미는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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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를 소재로 한 블랙 코미디 ‘염력’. 부당한 거대 권력에 맞선 스토리를 그렸다. [사진 각 영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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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민 수퍼 히어로란 소재만 보고 통쾌한 선악 구도와 액션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아직 아물지 않은 용산참사의 비극을 애매하게 소환한 블랙 코미디에 당혹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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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혁의 유작이 된 사극 영화 ‘흥부’. 부당한 거대 권력에 맞선 스토리를 그렸다. [사진 각 영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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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베테랑’ ‘터널’ ‘내부자들’ 등 최근 5, 6년간 극장가에 두드러졌던 사회파 영화 흥행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에서 현실의 출구를 찾았던 지난 10년과 촛불정국을 맛본 이후 요구되는 영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장미대선 직전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을 기점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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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골든슬럼버’. 부당한 거대 권력에 맞선 스토리를 그렸다. [사진 각 영화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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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호소하는 정의가 어떤 것인지도 중요해졌다. ‘염력’의 경우 “왜 초능력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주체가 남성, 아버지이고 여성은 상대적으로 무기력하게 그려지는지”(허남웅 영화평론가) 의문이 제기됐다. ‘염력’은 딸이 어릴 적 집을 나갔던 아버지가 우연히 초능력을 얻어 딸을 포함, 재개발 철거에 맞서는 상인들을 돕게 되는 전개다. 박우성 영화평론가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맹목으로 아버지의 귀환을 반기는 서사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되는 것에 염증을 느꼈다”고 했다. 또 “상업오락영화인 ‘염력’이 용산참사와 같이 무거운 한국 사회 문제를 소모적으로 활용한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영화적 완성도와 방법론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개봉한 홍기선 감독의 유작 ‘1급기밀’은 국방부 방위산업 비리를 다뤘지만 실화를 거칠게 옮기며 관객 수 21만에 그쳤다. 2009년 홍 감독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관객 수는 53만에 그쳤어도 검찰의 재수사를 이끌어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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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봉하는 범죄 코미디 영화 ‘게이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극중 배경에 녹여냈다.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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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에선 지난해와 올해, 80년대 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와 ‘1987’이 각각 1218만, 722만 관객을 동원한 것을 의미 있는 시대 고증과 스타 파워, 이른바 ‘광장’이 승리하는 결말의 3박자가 맞아 떨어진 흥행사례로 보고 있다. 80년대 민주화 열기의 중심에 있었던 50대 이상 관객의 강력한 지지도 큰 몫을 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민주화 운동이 거셌던 80년대를 지나 90년대 문화에 감성주의, X세대가 나왔던 것처럼 ‘1987’의 흥행을 마지막으로 이젠 정의를 좇는 서사를 벗어나 가볍게 즐길만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듯 보인다”고 했다.
올해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 중엔 사회적 메시지를 내세워도 장르적 변주를 시도한 작품이 많아, 극장가 분위기가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 신작 ‘뺑반’은 형사물이되, 카체이싱 액션을 표방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5년 만에 다시 만난 ‘PMC’는 판문점을 배경으로 남북한 이슈를 다루지만 밀폐된 지하 벙커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전투 액션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과함께2’도 있다. 폐지 줍는 노인과 어린 손자의 생활고가 담긴 얘기를 한국 전통 신화에 기반한 판타지 장르로 풀어낼 예정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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