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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염력'. 사진=N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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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의 흥행세가 일찌감치 꺾이면서 설 연휴 한국영화는 코믹 사극 ‘조선명탐정:흡혈괴마의 비밀’, 강동원 주연 범죄 영화 ‘골든슬럼버’, 조선시대 고전을 재해석한 ‘흥부’가 3파전을 벌였다. 하지만 승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블랙 팬서'였다. 나흘간 영화관 수입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설 연휴, 부패 검사를 장르적으로 풍자하며 공감대를 끌어낸 ‘더 킹’이 남북한 형사의 협업을 그린 ‘공조’와 더불어 한국영화 매출액 점유율을 약 76%까지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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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골든슬럼버' [사진 CJ 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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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베테랑’ ‘터널’ ‘내부자들’ 등 최근 5, 6년간 극장가에 두드러졌던 사회파 영화 흥행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에서 현실의 출구를 찾았던 지난 10년과 촛불정국을 맛본 이후 요구되는 영화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장미대선 직전 개봉한 영화 ‘특별시민’을 기점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력의 조작으로 테러범 누명을 쓴 택배기사의 고군분투를 통해 억압적 시대상을 내세운 ‘골든슬럼버’, 민초가 세상을 바꾼다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강조한 ‘흥부’는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다. 김형석 영화저널리스트는 “대통령이 바뀔 줄 상상도 못 했던 시절 기획된 이야기들이 정권교체 후 개봉하다 보니 공감대가 떨어진다”면서 “관객을 강박적으로 가르치려 드는 대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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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부'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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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완성도와 방법론도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달 개봉한 홍기선 감독의 유작 ‘1급기밀’은 국방부 방위산업 비리를 다뤘지만 실화를 거칠게 옮기며 관객 수 21만에 그쳤다. 2009년 홍 감독의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관객 수는 53만에 그쳤어도 검찰의 재수사를 이끌어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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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게이트' [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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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 교수는 “소재에 의존한 나머지 기본적인 감정이입조차 힘든 영화들이 적지 않다”면서 “요즘은 관객들이 귀신같이 알아챈다. SNS(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 개봉 하루 이틀이면 입소문이 퍼진다. 완성도 없이 정의감에만 호소해선 흥행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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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사진 CJ 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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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을 기다리는 한국영화 중엔 사회적 메시지를 내세워도 장르적 변주를 시도한 작품이 많아, 극장가 분위기가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타운’의 한준희 감독 신작 ‘뺑반’은 형사물이되, 카체이싱 액션을 표방했다.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과 배우 하정우가 5년 만에 다시 만난 ‘PMC’는 판문점을 배경으로 남북한 이슈를 다루지만 밀폐된 지하 벙커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전투 액션에 힘을 실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과함께2’도 있다. 폐지 줍는 노인과 어린 손자의 생활고가 담긴 얘기를 한국 전통 신화에 기반한 판타지 장르로 풀어낼 예정이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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