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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ST이슈] 이윤택 '만행'의 불똥…#연희단 거리패 해체 #청와대 청원 #김지현 동명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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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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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호영 기자] 연출가 이윤택(76)이 저지른 만행이 여기저기 잡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9일 이윤택은 고개를 숙였다. '연극계 거목'이라 불리며 추앙받다시피 자리했던 문화예술인의 이면은 끔찍했다. 수차례 여성 단원들을 성추행해온 사실이 폭로에 의해서 밝혀진 것.

지난 14일 연극 연출가 김수희가 폭로의 물꼬를 텄다. 김수희는 자신의 SNS에 '#metoo'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10년 전 연극 '오구' 지방 공연 당시 연출가로부터 성추행당한 일을 공개했다. 폭로에 따르면 연극 '오구'에 참여하던 당시 연출가가 여자 단원을 불러 "기를 푼다"며 안마를 시켰고, 이 과정에서 바지를 벗고 자신의 성기를 주무르라고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연습'이라는 명목으로 벌어진 이 악행들 탓에 시간이 지난 지금도 해당 연출가를 극찬하는 말들에 "구역질이 난다"는 표현까지 구체적으로 적었다. '오구'의 연출은 이윤택이 맡았다.

이후 너도나도 이윤택의 실명을 거론하며 폭로에 동참했다. 극단 나비꿈의 대표인 이승비는 19일 자신의 SNS에 국립극장에서 객원단원으로 '떼도적' 여자 주인공 역할을 맡았을 당시의 일들을 상세히 적었다. 국립극단 예술감독이었던 이윤택이 연습 후에 따로 남게 해 성추행을 가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승비는 "CCTV도 없는 곳에서 그(이윤택)가 대사를 치게 하며 온몸을 만졌다"며 "사타구니로 손을 집어넣고 만지기 시작하여 있는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고 도망쳤다"고 폭로했다. 당시 행정실로 찾아가 모든 이야기를 전했으나 오히려 자신의 공연 횟수가 줄어드는 처분을 받았으며, 당일 공연을 하지 못해 "최초로 국립극장 공연을 빵꾸낸 이승비 배우"라는 마녀사냥을 당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윤택은 19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성추행 잘못을 인정한다며 "죄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성폭행과 관련해서는 성관계가 있었음은 인정하나, 강제성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에 또 한 명의 피해자가 폭로에 나섰다. 연극배우 김지현이 자신의 SNS를 통해 이윤택의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 심지어 낙태까지 했던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피해자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윤택이 과거 저지른 만행들의 여파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피해자들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고, 세간의 이목에 시달려 2차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

30여 년간 이어오던 연희단 거리패의 공간 역시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 직후 연희단 거리패 김소희 대표는 이날 "이 문제에 대해 사과해야 하고 돌이킬 수는 없는 문제"라며 연희단 거리패의 해체 소식을 밝혔다. 연희단 거리패의 부산 가마골소극장, 밀양연극촌 모두 해체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생겨났다. 김수희가 폭로를 시작하고 이윤택이 가해자로 지목되자 17일 '연극인 이윤택의 상습 성폭행,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조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고 현재(20일 오후 3시) 5만 명이 넘는 이들이 동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극배우 김지현의 폭로 이후 동명의 배우가 피해를 토로했다. 뮤지컬 '그날들' '모래시계', 드라마 '제중원' 등에 출연해 활동해온 배우 김지현은 20일 자신의 인스타그램과 팬카페에 해명글을 게재했다. 그는 "자고 일어났더니 난리가 났네요. 여러분 저 아니에요. 지금 기사에 보도되고 있는 이윤택 관련 김지현 배우는 제가 아닌 다른 분입니다"라고 적어 사실을 바로잡아야 했다.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그간 저질러온 추악한 악행들이 드러나자, 숨겨져 있던 문화계 얼룩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꼴이다. '제2, 제3의 이윤택'에 대한 제보와 폭로가 이어지고, 비단 연극계뿐만 아니라 영화계 등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 이윤택이 무슨 수로 이 사태를 책임질지 지켜볼 일이다.

이호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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