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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차 “쇼트서 스피드 전향 신의 한수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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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못한 호성적 아직도 얼떨떨 / 순위권 목표… 성공해서 너무 기뻐”

세계일보

차민규가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빙판을 질주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19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은메달 따낸 뒤 시상대에 선 차민규(25·동두천시청)는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회 전 “일 한번 내보고 싶다”며 호기를 부리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좋은 성적에 놀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메달리스트끼리 기념 촬영을 할 때는 홀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활짝 웃었다. 긴 무명생활 끝에 드디어 한국 남자 단거리 빙속의 에이스로 올라섰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들어선 차민규는 떨리는 목소리로 “순위권 안에 드는 게 목표였는데 성공해서 너무 기쁘다. 말이 안 나올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은메달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메달 색깔을 따지기보다는 3위 안에 들고 싶었다. 그리고 은메달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동메달보다는 은메달이 더 좋은 거니까 일단 기분 좋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세계일보

태극기 휘날리며 19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깜짝 은메달’을 따낸 차민규가 태극기를 들고 트랙을 돌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이날 경기장에서 가장 큰 환호가 터져 나온 순간은 단연 차민규가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대회 신기록(34초42)을 작성했을 때다. 그러나 후발 주자인 노르웨이의 호바르트 로렌첸(34초41)에 간발의 차로 밀려 환희의 순간이 짧았다. 차민규 역시 로렌첸이 자신의 기록을 넘는 순간 머리를 감싸쥐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차민규는 “상대 선수가 실수하라고 간절히 기도했다”며 솔직한 매력을 뽐냈다. 그는 이어 로렌첸과 0.01초 차이가 난 결정적인 이유를 묻자 “짧은 다리”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신장 179㎝인 차민규에 비해 로렌첸은 187㎝로 장신인 점을 빗댄 것이다.

쇼트트랙을 탔던 차민규는 한국체대 진학을 앞두고 빙속으로 과감하게 종목을 바꿨다. 결과적으로 꿈에 그리던 올림픽 메달을 거머쥐면서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차민규는 “쇼트트랙 선수였을 때도 경기력이 괜찮았다. 내 성향이 몸싸움을 싫어해서 전향을 했는데 ‘신의 한수’였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이제 어엿한 ‘에이스’가 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만면에 미소를 띠며 “부상으로 재활을 할 때는 절망감이 들고 다른 진로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스케이트를 계속 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 앞으로 에이스라는 말에 어울리게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강릉=안병수·남정훈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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