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민정(왼쪽)이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미터 결승에서 1위로 금메달을 딴 뒤 4위를 차지한 김아랑과 함께 링크를 돌며 관중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2018. 2. 17. 강릉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
[강릉=스포츠서울 김현기기자]이제는 계주다.
임효준과 최민정이 각각 남·녀 1500m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기세를 탄 쇼트트랙 대표팀이 다음 미션에 도전한다. 2006 토리노 올림픽 이후 12년 만에 남·녀 계주 동반 금메달에 도전하는 것이다. 계주 우승은 한국 쇼트트랙의 부활 선언을 넘어 2018 평창 올림픽에서 금8 은4 동8을 획득해 종합 4위에 오르겠다는 한국 선수단 전체의 목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2006년 남·녀 동반 우승…12년 만에 ‘한 번 더’
한국 쇼트트랙의 역사는 올림픽 계주 금메달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대표팀은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쇼트트랙 5000m 초대 우승팀이 됐고 14년 뒤인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안현수를 중심으로 내달려 정상 등극에 성공했다. 여자대표팀은 더더욱 무적이었다. 1994년 우승에 이어 1998년, 2002년, 2006년까지는 3000m 계주 3연패에 성공했다. 이후 2010년 중국에 왕좌를 내줬으나 4년 전 소치 올림픽에서 다시 시상대 맨 위에 올라 한국의 동계올림픽 효자임을 알렸다. 좋은 추억도 많다. 계주의 경우 보통 선수들이 111.11m 트랙을 한 바퀴 반 타고 다음 주자의 엉덩이를 밀어주는 방식으로 바통 터치를 한다. 그러나 한국은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 여자 계주에서 상대팀이 바통 터치를 할 때 원래 주자가 그대로 질주, 거리를 벌려놓은 뒤 다른 팀과 반 바퀴 엇갈려 주자를 교대하는 새로운 기법을 선보이며 우승 디딤돌로 삼았다. 김기훈, 안현수(이상 남자), 전이경, 고기현, 진선유, 심석희(이상 여자) 등 계주 우승 때 핵심 선수가 제 몫을 해냈다는 것도 특징이다.
◇ 월드컵에서 자신감 얻었다…본고사에서 보여줄 때
그러나 토리노 올림픽 이후 계주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후 두 차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2014 소치 올림픽 여자 계주 말고는 없었다. 실격으로 고개를 숙인 적도 두 차례나 됐다. 계주는 모두가 힘을 합쳐 메달을 이뤄내기 때문에 선수들의 성취감도 크다. 쇼트트랙 강국이라는 자존심도 높일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평창 올림픽 대표팀은 남·녀 계주 동반 석권에 초점을 두고 준비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시즌 월드컵 4차례 대회 중 두 번 우승으로 이 종목 금메달 1순위임을 입증했다. 남자 대표팀도 월드컵 마지막 대회였던 지난해 11월 서울 4차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평창 올림픽 예선을 통과한 두 대표팀은 이제 결전의 날을 앞두고 있다. 한국, 중국, 이탈리아, 캐나다가 겨루는 여자 3000m 계주 결승은 오는 20일 열린다. 한국, 헝가리, 캐나다, 중국이 나서는 남자 5000m 계주 결승은 22일 벌어진다.
◇ “계주 우승, 모두가 욕심 갖고 있다”
박세우 대표팀 코치는 “계주는 대표팀 선수들 모두가 욕심을 갖고 있는 종목이다. 선수들이 단합하고 집중력 있게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말로 긍정적인 결과를 내다봤다. 여자 500m와 1500m에서 연달아 부진했던 심석희의 의욕적인 행보도 반갑다. 의기소침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심석희는 훈련을 자청해 이날 강릉영동대 연습링크에서 열린 훈련에 임했다. “선수들과 한 번이라도 더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며 훈련장에 나왔다”는 것이 대표팀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국이 계주에서 12년 만에 남·녀 동반 금메달을 일궈내면 한국 선수단의 목표 달성도 한층 가까워진다. 여기에 이승훈과 김보름이 각각 출전하는 남자 매스스타트와 여자 매스스타트 등에서 금메달을 보태면 8개 안팎의 금메달에 바짝 다가설 수 있다. 결국 쇼트트랙 계주의 동반 우승이 한국 선수단 성적을 좌우하는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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