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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하루 옷 3번 바꿔 입은 오서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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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남녀 싱글 제자 5명 지도

차준환 연기하자 태극기 패딩, 日 하뉴와는 양복 차림으로

페르난데스땐 스페인 점퍼

‘팀 코리아’가 적힌 검은색 패딩을 입은 브라이언 오서 코치(57·캐나다)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연기를 마친 제자 차준환을 꼭 안아줬다. 그가 입은 패딩의 왼쪽 가슴 부위에는 태극기가 부착돼 있었다. 오서 코치는 하뉴 유즈루(일본)가 빙판에 올랐을 때는 검은 패딩을 벗고 양복 차림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잠시 뒤 스페인 출신 제자 하비에르 페르난데스가 연기를 펼쳤을 때는 양복 위에 하늘색의 스페인 선수단 점퍼를 걸쳤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끝난 피겨 남자에서 오서 코치는 세 명의 제자가 출전할 때마다 옷을 바꿔 입는 ‘환복 퍼레이드’를 보여줬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나서는 ‘오서 사단’은 5개국 5명. 남자 싱글에 출전한 세 선수뿐만 아니라 여자 싱글의 개브리엘 데일먼(캐나다)과 엘리자베트 투르신바예바(카자흐스탄)도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이날 아이스아레나에서 가장 분주한 지도자였던 오서 코치는 올림픽 3개 대회 연속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하면서 ‘빙판의 미다스 손’으로 거듭났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김연아(여자 싱글)의 금메달을 도운 데 이어 하뉴의 남자 싱글 올림픽 2연패(2014 소치, 2018 평창)를 이끌었다.

금메달을 목에 건 하뉴 외에도 오서의 제자들은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 차준환은 개인 최고점(248.59점)을 기록했고, 페르난데스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서 코치는 경기 후 시상대에 선 하뉴와 페르난데스의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코치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오서지만 정작 자신의 현역 시절에는 올림픽 금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그는 두 개의 올림픽 은메달(1984년 사라예보, 1988년 캘거리)을 따는 데 그쳤다. 오서 코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코치 생활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자들의 성공을 보면서 코치 생활이 내 운명이었다는 생각을 한다”며 웃었다.

오서 코치는 캐나다 토론토의 크리켓 스케이팅 앤드 컬링 클럽에서 선수들을 지도한다. 그는 “차준환과 하뉴, 페르난데스 모두 최상의 환경에서 경쟁하며 훈련 중이다. 그들은 서로의 장점은 배우고, 단점은 피하는 방식으로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유망주 차준환과 세계 정상권 선수인 하뉴, 페르난데스는 앞으로도 많은 국제대회에서 경쟁을 펼치게 된다. 오서 코치는 모든 제자들이 성공을 거두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나는 내가 담당하고 있는 모든 나라의 선수들이 똑같이 자랑스럽다. 한국과 일본, 스페인 선수 모두 내 팀의 일원이다”고 말했다.

강릉=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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