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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단거리 달리듯 폭발적 스퍼트… 외신 “기어 바꿔 단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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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최민정, 실격 아픔 딛고 1500m 金

동아일보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 레이스 막판 폭발적인 스퍼트로 맨 먼저 피니시라인을 통과한 뒤 두 손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 최민정은 이날 금메달로 500m 결선 실격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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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m 실격의 한을 딛고 1500m에서 금빛 레이스를 펼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간판 최민정(20·성남시청)이 3관왕에 오를 수 있을까. 최민정은 20일 3000m 계주, 22일 1000m에서 연거푸 금메달에 도전한다.

○ 최민정, 가능하다 3관왕!

최민정이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선에서 ‘폭풍 질주’를 뽐내며 우승한 것을 현장에서 지켜본 전문가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본보 해설위원인 전이경 싱가포르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500m에서 실격이 아니고 은메달에 머물렀어도 1500m와 1000m에서는 금메달 딸 것으로 봤다. 사실상 최민정을 상대할 만한 적수가 없다. 이변이 없는 한 1000m의 금메달은 최민정의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부터 선두로 나가서 스피드로 상대방을 따돌리든, 아웃코스에서 몸싸움 없이 상대를 따돌리든 어떤 전술을 써도 다 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도 “500m 실격이 본인에게 자극이 됐을 거다. 1500m에서 왼손을 짚으려다가 싹 빼는 장면은 귀여웠다. 절치부심해서 1500m에서 금메달을 딴 만큼 1000m,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다. 1000m에서도 1500m에서 보여준 것처럼 아웃코스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로 상대들을 충분히 따돌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3000m 계주 금메달 가능성도 높다. 전 해설위원은 “3000m 계주에서는 캐나다는 막판 체력이 문제일 것이고 중국 정도가 끝까지 쫓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예선에서 한 것처럼 최민정이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다. 넘어지고도 1위를 한 좋은 예방주사 맞아봤으니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1∼4차 월드컵에서 1000m, 3000m 계주에서 각각 두 차례씩 우승을 차지했다. 1000m의 경우 출전한 1, 4차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거머쥐었다.

○ 1500m에서 8초대 랩타임

“마지막 두 바퀴는 다른 기어를 단 것 같았다.”

최민정의 1500m에 대한 미국 UPI통신의 평가다. 한국 선수단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긴 최민정의 스퍼트는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0.01초 차로도 순위가 갈리는 빙판 위 승부에서 이날 최민정(2분24초948)은 2위 중국의 리진위(2분25초703)와 0.755초 차로 여유롭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날 11번째 바퀴까지 4위 자리를 유지하며 기회를 노리던 최민정은 12번째 바퀴에서 3명을 제치며 순식간에 선두로 치고 나섰다. 상대적으로 더 많은 거리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바깥쪽 코스를 택하고도 거침없이 상대들을 따돌렸다.

최민정의 폭발력은 세부 랩타임(코스를 1바퀴 도는 데 걸린 시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선두로 치고 나선 12번째 바퀴를 8초850에 주파했던 최민정은 이어진 13번째 바퀴에서 8초800으로 오히려 속도를 높여 상대 선수들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날 결선에 참가한 7명의 선수 중 8초대 랩타임을 기록한 건 최민정이 유일하다. 경기 뒤 최민정은 “조금 더 스스로를 믿으려 했다. 앞만 보고 달렸는데 그 정도로 차이가 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남자 1500m에서 우승한 임효준(22·한국체대)은 12번째 바퀴에서 8초740의 가장 좋은 랩타임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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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것은 단거리 막판 스퍼트에서나 볼 수 있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거리 1500m에서, 그것도 후반부에 나왔다는 점이다. 500m는 4바퀴 반, 1500m는 13바퀴 반을 각각 돈다. 최민정이 1500m 결선 13번째 바퀴에서 기록한 랩타임 8초800은 막판 스퍼트를 펼치며 치열한 순위 경합을 벌였던 500m 결선 마지막 바퀴 랩타임(8초660)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장거리 레이스에도 지칠 줄 모르는 최민정의 강한 체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민정은 평소 “훈련량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키 164cm, 몸무게 54kg인 최민정은 예전부터 낮은 무게중심으로 쉽게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치는 데다 폭발적인 스피드가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500m에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단거리 훈련을 강화하면서 스피드에 더욱 날개를 달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격과 힘이 좋은 서양 선수에 비해 부족했던 스타트 스피드를 키우기 위해 최민정은 비시즌에는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고, 시즌에는 매일 200∼300바퀴씩 링크를 돌며 힘을 키워왔다. 52kg대였던 체중도 2kg 늘렸다.

최민정의 소속팀 성남시청의 손세원 감독(59)은 “처음엔 1000m, 1500m 훈련의 일환으로 여겼던 500m에 집중하면서 전체적인 폭발력이 좋아졌다. 남들이 소홀히 하는 부분이 오히려 자신에겐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한편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축전을 받은 최민정은 이튿날 축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최민정은 “500m에서 아쉬움을 딛고 일어날 수 있었던 건 국민들의 믿음과 응원 덕분이었다. 혼자서는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국민들과 함께 가던 길, 마저 가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강릉=강홍구 windup@donga.com·김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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