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단독] “하늘나라 남편이 반했던 한국 봅슬레이팀, 그들은 내 가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로이드 전 코치 부인 고드프리

남편 별명 이니셜 G 새긴 헬멧에

“그가 정신적으로 함께 하는 느낌”

중앙일보

2016년 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던 원윤종(왼쪽)-서영우와 함께 한 지니 고드프리. [사진 지니 고드프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봅슬레이대표팀 선수들은 썰매와 헬멧에 알파벳 ‘G’를 새기고 경기에 나선다. 이들에게 G는 특별한 알파벳이다. 한국 썰매의 정신적인 지주인 고(故) 맬컴 로이드 전 한국대표팀 코치의 별칭 ‘고머(gomer)’의 앞글자를 딴 것이다.

로이드 전 코치는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때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연맹)를 한국 봅슬레이 최고 성적(18위)으로 이끌었다. 로이드 전 코치의 주행기술, 코스 공략법 등 노하우를 물려받은 한국 봅슬레이는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그는 2016년 1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중앙일보

지난해 3월 평창 봅슬레이 월드컵 때 한국을 처음 찾은 지니 고드프리. [사진 지니 고드프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윤종-서영우는 헌신적으로 한국팀을 이끌었던 로이드 전 코치를 마음속에 새기며 18일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2인승 1·2차 주행에서 힘차게 질주했다. 로이드 전 코치의 부인, 지니 고드프리도 경기가 열린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센터를 찾아 선수들을 응원했다. 지난해 3월 평창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4년간 함께 하면서 한국 팀은 세계 봅슬레이의 지배자라는 걸 증명해냈다”며 “올림픽에 도전하는 이 순간만으로도 그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올림픽 개최 전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를 한 고드프리는 “2년 전 내 마음속엔 큰 구멍이 생겼지만 한국 팀은 내 마음을 치유하고 도와줬다”며 “‘팀 코리아’는 나의 가족(extended family)이며 나는 한국 팀의 엄마(the team mother)”라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인터뷰 중 가족이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중앙일보

고드프리 여사는 암으로 세상을 떠난 고(故) 맬컴 로이드 전 한국 봅슬레이팀 코치의 부인이다. 그는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18일 평창에서 한국팀을 응원했다. [사진 지니 고드프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이드 전 코치는 32년간 영국·미국·캐나다·러시아 등지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세계 봅슬레이계의 ‘대부’다. 완벽한 주행 능력을 지향하는 지도법 때문에 ‘완전(completion)’이라는 뜻의 히브리어에서 딴 ‘고머’가 그의 애칭이다. 그랬던 그가 한국과 인연을 맺은 건 소치올림픽 직전이었다. 당시 67세였던 로이드 전 코치는 소치올림픽 후 아예 지도자를 그만두려 했지만 한국 선수들의 열정에 매료돼 한국과 계속 함께했다.

중앙일보

지난 2016년 여름, 한국 봅슬레이대표팀 선수들과 바베큐 파티를 했던 지니 고드프리. [사진 지니 고드프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드프리는 남편을 통해 접한 한국 봅슬레이의 ‘남다른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그는 “남편은 여러 팀을 맡으면서 그 나라의 문화·환경을 존중해왔는데 한국 팀을 맡았을 땐 유독 행복해했다”며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고, 모두가 함께 똘똘 뭉치는 분위기가 인상적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사망은 고드프리뿐 아니라 한국 봅슬레이에도 큰 충격이었다. 원윤종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로이드 코치님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였다. 우리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지난 2016년 1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봅슬레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원윤종-서영우를 격려하는 지니 고드프리. [사진 지니 고드프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G를 새기고 뛰는 한국 봅슬레이를 보면서 고드프리는 “남편이 육체적으론 떠나있지만, 정신적으론 여전히 함께한다는 걸 느낀다”며 “앞으로도 남편과 한국 봅슬레이가 함께 여정을 이어가는 기분이 들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19일 치를 남자 2인승 3·4차 주행과 남자 4인승, 여자 경기를 앞둔 한국 봅슬레이를 향해 고드프리는 진심 어린 당부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의 말을 인용해 이야기할게요. ‘네가 어디를 가든, 너 자신을 믿어라. 절대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싸워라. 네가 배우고, 네가 할 수 있는 걸 모두 보여주면 너희는 성공할 것이다.’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언제나 한국팀과 함께할게요.”

중앙일보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과 지니 고드프리. [사진 지니 고드프리]


평창=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