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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스포티비뉴스 '한준의 작전판'

[한준의 작전판 in 런던] 손흥민이 꼽은 승인 “볼을 쟁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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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런던(영국), 한준 기자] “조그만한 정신력이 차이를 만든다.” 손흥민은 토트넘홋스퍼가 웸블리에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 2-0 완승을 거둘 수 있었던 힘을 정신력으로 꼽았다. 토트넘은 경기 시작 11초 만에 선제골을 얻었고, 전반 28분 필 존스의 자책골을 끌어낸 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2-0 점수 차를 유지했다.

선제골 상황에서 토트넘의 플레이는 ‘습격’이라는 표현이 정확했다. 빨랐고, 적극적이었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빠르게 뒤로 공을 뺀 토트넘은 왼쪽 센터백 페르통언이 최전방 공격수 해리 케인을 향해 롱볼을 때리며 맨유의 간격을 벌리고, 배후 공간을 직격했다.

◆ 토트넘의 공격 4중주, 압박으로 맨유을 삼키다

케인이 머리로 떨군 볼을 손흥민이 중앙으로 좁혀 들어와 받았다. 문전에서 손흥민이 맨유 수비와 경합 중에 공을 빠트렸고,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번개 같이 달려 들어 논스톱 슈팅으로 득점했다. 토트넘의 롱볼이 맨유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을 벌렸고, 벌려진 공간에서 케인이 힘의 차이를 보였으며, 에릭센은 적극성에서 앞섰다.

선제골에서 드러난 토트넘의 방향성은 이후 경기 내용에도 적용되었다. 토트넘은 공격 4중주로 불리는 손흥민, 델레 알리, 케인, 에릭센을 모두 출전시켰으나 전방 압박을 강하게 펼쳐 수비적으로 허점을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 스몰링과 필 존스는 힘과 높이를 갖췄으나 토트넘의 공격 4인조가 무시무시한 압박을 펼치며 공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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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 빌드업이 거의 이뤄지지 못한 맨유는 전방으로 부정확한 롱볼을 보내기 급급했다. 혹은 풀백 발렌시아와 영에게 전개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리거나, 루카쿠를 향해 다시 롱볼을 보내는 형태 외에 공격 작업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토트넘의 쉴새 없는 압박에 마티치도 허둥댔고, 포그바도 고립됐다. 손흥민이 “축구는 볼 하나로 싸우는 경기인데, 그 볼을 쟁취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는 말로 승인을 꼽은 이유다. 공을 갖기 위해 달려든 적극성에서 토트넘이 맨유에 확실히 앞서 있었다.

공수가 분절된 상황에서 마시알과 알렉시스 산체스, 린가드에겐 공이 공급되지 않았고, 전달되더라도 개인 돌파 시도가 쉽게 무산됐다. 루카쿠의 힘을 앞세운 한 두 차례 기회도 토트넘 최후방 수비 라인이 대비할 여유가 충분했다.

토트넘은 강하게 전방 압박을 가하고, 빠르게 수비로 전환해 공간을 지키며 규율을 갖춘 수비를 보였다. 자기 진영으로 내려왔을 때도 케인은 전방으로 올라가 맨유의 두 센터백이 쉽게 전진하지 못하게 했고, 그로 인해 맨유의 공수 간격은 시종일관 타이트하게 유지되지 못했다.

◆ 결점 찾을 수 없는 ‘9번 공격수’ 케인, 조직력이 필요한 ‘이적생’ 산체스

맨유와 경기에서 토트넘의 공격 4인조는 여러모로 빼어난 모습을 보였는데, 그 중에서도 일품은 케인이었다. 최전방에 머물러 고립되지 않고 적극적으로 2선으로 내려와 힘겨루기를 했다. 공중볼을 거의 대부분 확보했고, 전환 패스도 빠르게 연결했다. 전진 패스와 스루 패스도 타이밍과 정확성, 세기 모두 좋았다. 투입하는 공을 지키고, 운반하는 힘에 공간을 파악하는 축구 지능과 시야를 겸비했다. 케인의 존재감으로 주변의 선수들의 플레이가 더 수월했다.

손흥민은 이날 사이드라인으로 벌려서 자리했고, 에릭센과 알리도 사이드 라인과 중앙 공간을 활발하게 오갔다. 전방 선수들이 측면으로 벌려주자 풀백으로 나선 벤 데이비스와 키어런 트리이퍼는 안으로 좁혀서 중앙 지역의 우위를 만들었다. 포그바와 마티치는 풀백과 센터백 사이 공간으로 치고 들어오는 트리피어의 오버래핑에 대응하지 못했다.

존스의 자책골은 에릭센의 스루패스에 이은 트리피어의 오버래핑이 빠르게 전개되며 나왔다. 에릭센의 득점 상황뿐 아니라 스루 패스를 보내는 상황에서도 수비가 처리하기 까다로운 각도로 보냈다. 트리피어의 크로스 패스도 존스가 처리하기 어려운 각도와 속도로 맨유 문전을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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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뉴 감독은 기세를 완전히 내준 전반전의 실패를 인정하고 전반 43분께 라커룸으로 돌아가버렸다. 후반전 들어 포그바가 조금 더 뒤에서 경기하도록 하는 등 포지션 조정을 한 무리뉴 감독은 결국 후반 17분 린가드와 포그바를 빼고 펠라이니와 후안 마타를 투입해 중앙 지역에 변화를 꾀했는데, 펠레이니가 투입 7분 만에 부상으로 나오고 에레라를 투입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효과를 내지 못했다.

토트넘은 역동적인 경기 리듬을 마지막까지 유지하며 승리로 경기를 마쳤다. 토트넘 선수들이 포지션별로 조화를 이루고 밀도 있는 플레이를 했다면, 맨유는 각자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알렉시스 산체스는 큰 경기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에 맨유 선수들과 호흡이 부족했다. 토트넘이 승리할 자격이 충분한 경기였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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